“세월호 가족대책위, 이진숙 본부장 사과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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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특례 입학 ‘왜곡 보도’ 규탄…“양심 방송사로 다시 태어나라”

“적어도 참사에서 간신히 살아 나왔지만 살아나왔다는 죄책감에 지금껏 제대로 한 번 웃어본 적 없는, 그래서 자신들이 되찾은 목숨마저 끊겠다고 하는 생존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참사를 당한 것이 죄고, 참사에서 살아나온 것이 더 큰 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까?”(세월호 피해자 가족들)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대한 여·야의 합의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MBC가 대입특례 부분만을 부각시켜 보도한 것을 두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왜곡보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행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그것도 마치 유가족들이 대학특례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로 이뤄진 가족대책위원회와 언론·시민단체는 8일 낮 12시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6참사 희생자와 피해가족들을 욕보이는 MBC는 각성하라”며 MBC의 세월호 보도를 규탄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265일 만인 지난 6일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MBC가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로 이뤄진 가족대책위원회와 언론·시민단체는 8일 낮 12시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6참사 희생자와 피해가족들을 욕보이는 MBC는 각성하라”며 MBC의 세월호 보도를 규탄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 리포트 제목부터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 강조

특별법 합의 당일 지상파 메인 뉴스는 일제히 해당 소식을 전했다. KBS <뉴스9>는 “세월호 참사 265일 만에 배·보상법 합의…내용은?”(9번째 리포트)이라는 제목으로, SBS <8뉴스>는 “참사 265일 만에…세월호 배상-보상안 확정”(4번째 리포트)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KBS와 SBS는 합의 내용을 전하는 과정에서 대학특례 부분을 언급했다.

반면 10번째 리포트에서 해당 소식을 전한 MBC <뉴스데스크>는 제목에서부터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최종합의”라고 달고 대학특례 입학 부분을 강조했으며, 앵커멘트와 기자의 보도 첫 멘트 역시 단원고 2학년 학생의 대학특례 입학에 대한 내용이었다. 또한 MBC는 “피해가족 등의 여론을 수렴한 야당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입특례가 세월호 피해 가족의 요구로 이뤄진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에는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 피해 지역 지원, 추모사업 등 크게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MBC는 특별법의 일부분인 대입특례를 유독 강조했다.

▲ MBC <뉴스데스크> 1월 6일자 리포트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최종합의”. ⓒ화면캡처

“MBC, 더 늦기 전에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와야”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대학특례가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달려 있어 확실히 보장된 것도 아니고, 설사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정원 외이기에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마치 저희 가족들이 대학특례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대학입학을 둘러싼 격한 경쟁에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이런 식의 보도를 접하게 되면 많은 국민들은 저희 가족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 분노의 화살로 다시 한 번 아파할 저희 가족들은 전혀 안중에 없었나”라고 말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MBC는 1980년 광주항쟁 당시 불에 탈 수밖에 없었던 광주MBC의 슬픈 역사를 잊지 마십시오”라며 “더 늦기 전에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강력히 권유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엄마들의 모임인 엄마의 노란손수건은 “전원 구조” 오보 이후 수많은 언론이 비난을 받아 온 상황에서 MBC가 또다시 ‘받아쓰기’ 언론의 모습을 보이고,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목소리는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엄마의 노란손수건은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요구하지 않은 법으로 이렇게 또다시 상처 주고, 살아 있는 것을 미안하도록 만들고, 온갖 꼬리표와 낙인을 찍어대는 이 사회 어른들과 언론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오로지 시청자만 바라본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제발 공정한 보도를 하는 방송사, 정치적 외압에 굴하지 않는 방송사, 아주 먼 옛날 옛적 양심 있는 보도를 하던 ‘만나면 좋은 친구 MBC’로 다시 태어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가족대책위원회는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 앞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보도태도를 취할 것 △충분한 사실 확인과 정보취합을 통한 정확한 보도를 할 것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와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에게 부당한 상처를 입혔던 보도와 행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할 것 △해당 사항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줄 것 등 네 가지 요구가 담긴 요청서를 보냈다.

한편 가족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세월호 인양이 필수적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에 세월호 선체를 인양할 것을 촉구했다.

▲ 기자회견이 이뤄진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주변을 경찰이 둘러싸고 있다.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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