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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시인·교수·작가들은 왜 <굴뚝신문> 만들었나?

[인터뷰]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오마이뉴스 손지은 기자l승인2015.01.09 11: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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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직 노동담당 기자들이 모여 만든 <굴뚝신문> 1호. 쌍용차 등 정리해고 문제르 공론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굴뚝신문  
▲ 전현직 노동담당 기자들이 모여 만든 <굴뚝신문> 1호. 쌍용차 등 정리해고 문제르 공론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굴뚝신문
이제 막 세상에 나왔지만, 하루빨리 폐간되길 간절히 바라는 신문이 있다. 이 신문을 만들기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야간노동도 불사했지만 창간호가 폐간호가 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10개 언론사의 전·현직 노동 기자, 사진작가, 교수, 시인 등이 모여서 만든 <굴뚝신문>이 이야기다.

지난 7일에 발간된 이 신문은 짐작하는 대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뤘다. 총 12면에 걸쳐 22개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이창근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실장이 지난 2009년부터 쌍용차지부 대변인을 하며 인연을 맺은 기자들이 썼다. 단순히 이들의 '편'을 들고자 기사를 쓴 건 아니다. 해고노동자들이 자꾸만 굴뚝위로 올라가는 상황 속에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를 공론화해보자는 취지다.

시작은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의 제안이었다. 기자들은 지난해 12월 말 한 차례 기획회의를 거친 뒤 1월 초까지 취재와 기사 작성을 마쳤다. 매일 '마감전쟁'을 치르는 기자들은 쉬는 날과 퇴근 후에 오로지 <굴뚝신문>만을 위한 기사를 썼다.

취재 기자 외에도 교수와 작가 등이 흔쾌히 글을 보내줬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 슬레보이 지제크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언론기고나 인터뷰를 일체 하지 않았던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조교수는 <굴뚝신문>를 위해 글을 썼다. 굴뚝 위로 보내는 편지글을 보낸 김소연 시인은 주변 문인들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지지서명을 받느라 한 달 치 무료 문자메시지를 다 써버렸다.

이렇게 나온 기사는 <한겨레> 편집기자들의 밤샘 노동을 거쳐 지면에 옮겨졌다. 평일인 지난 6일, 당일 업무를 마친 기자들은 오후 7시께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오탈자를 바로잡고, 제목을 달았다. 그 외에도 노순택 사진작가, 박건웅 만화가 등이 자신의 작품을 내주었다. 디자이너들은 지면에 실릴 광고를 무료로 디자인 해줬다. 오로지 마음만으로 만든 신문이다. 대가를 받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굴뚝신문> 1호의 발행부수는 총 5만 부. 전국 30개 도시에서 32명의 굴뚝배달부가 8일부터 한 부당 1000원에 신문을 판매한다. 서울은 박점규 위원이 맡았다. 8일 오후 신문 묶음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굴뚝위로 올라가는 상황 방치하지 말자는 취지”

  ▲ 지난 2014년 12월 22일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과 서울 동작구 옛 기륭전자 본사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이날 박 위원과 행진단은  
▲ 지난 2014년 12월 22일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과 서울 동작구 옛 기륭전자 본사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이날 박 위원과 행진단은 "사람을 노예로 만들고 사람을 오직 절망으로 내모는 반인간적인 비정규직 노동은 그 자체로 사회적 범죄이다"며 "노동에 대한 옳바른 법·제도가 적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 10개 언론사의 전·현직 노동 기자가 기획·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모이게 된 계기는?
"지난해 12월 이창근씨가 굴뚝 위로 올라가자 그가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대변인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기자들이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전화를 주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 신문인 <굴뚝일보>를 실제 지면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기자들에게 제안하니 흔쾌히 받아주었다.

지난해 말에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첫 기획회의를 했고, 지난 5일까지 모든 원고를 마감했다. 매일 마감전쟁을 치르는 기자들이라 새해 첫날에도 취재를 하는 등 개인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렇게 <굴뚝신문>만을 위한 기사를 써주었다. 기자들이 단순히 굴뚝에 올라간 사람을 대변하고자 한 게 아니다. 노동자들이 굴뚝위로 올라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는 취지다."

-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자들의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신문 <굴뚝일보>가 있는데, 오프라인 신문을 발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굴뚝일보>는 SNS로 소식을 전하는데, 이런 것에 접근하지 못하는 현장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을 위한 오프라인 신문이 있다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굴뚝 위에 올라갔는지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다.

또한 <굴뚝일보>가 온라인에서 그들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면, <굴뚝신문>은 그들이 왜 굴뚝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 기자회견에 참석해 굴뚝신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 기자회견에 참석해 굴뚝신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 신문 발행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인쇄와 배포에 들어간 400만 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비용은 모두 재능기부로 충당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겨레21> 등이 <굴뚝신문>에 광고를 내주고, 익명의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보내주어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

- 신문 발행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일단 쌍용차 지부에서 너무 기뻐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여기 다 담겨있으니까. 평택시민과 공장 동료들에게 일일이 전달해주고 싶다며 5000부를 요청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서도 센터에 수리를 맡기러 온 손님이 읽을 수 있도록 비치해두겠다며 500부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 외 전국의 생협 매장, 대학 앞 서점들과도 협의 중이다.

또한 전국 투쟁사업장으로 향하는 희망버스를 기획하며 만난 분들이 굴뚝배달부를 맡아주기로 했다. 총 32명이 전국 30개 도시에서 가판을 펼치거나 직접 방문해서 <굴뚝신문> 1호를 판매한다. 더 많은 굴뚝배달부를 모집해 구석구석 신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 손지은 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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