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프로그램이라고 매번 정색하고 무거울 필요는 없잖아요. 시사 프로그램에 도전한지 얼마 안됐지만 웃음 속에서도 날카로움이 있는 새로운 진행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CBS <박재홍의 뉴스쇼>(이하 <뉴스쇼>)를 맡아 석달째 진행하고 있는 박재홍 앵커는 “두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는 김현정 앵커가 6년 동안 진행한 <뉴스쇼>에서 물러난 뒤에 기대와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프로그램을 이어받았다. <뉴스쇼>는 가장 뜨거운 사회 정치 이슈를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방식을 지키면서 아침 시사 프로그램 중에서도 날이 서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뉴스쇼>가 균형감을 유지하면서도 날카로운 진행을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임자인 김현정 앵커의 공도 컸다.

2003년 CBS에 입사한 박 앵커가 시사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명희 박재홍의 싱싱싱>,<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을 통해 대체로 ‘따뜻하고 밝은 진행자’라는 평을 들었다. <뉴스쇼>의 앵커 자리는 그에게도 큰 도전이다.
“악기를 튜닝하는 것처럼 진행 톤을 잡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무거운 인터뷰를 할 때 어미를 요로 끝내는 것이나 과하게 밝다는 청취자의 지적도 받았는데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봐요. 매일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바꿔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진땀하는 순간은 산전수전을 겪은 ‘정치 9단’을 대할 때다. 청취자들도 박 앵커가 정치인과의 인터뷰에서 밀린다 싶으면 대번 “밀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책을 쏟아낸다. 2개월 동안 박재홍 앵커는 <뉴스쇼> 앵커석에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정윤회 문건 파문 등 굵직한 사건을 맞았다. 새누리당 5선 의원인 이재오 의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노련한 정치인도 인터뷰이로 만났다.
“인터뷰를 잘하는 정치인들을 만나면 ‘쉽게 준비해서는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현정 선배는 이런 정치인과의 인터뷰에 빗대 ‘우리 안에 혼자 들어가서 맹수를 상대하는 기분’이라고 했는데, 동의합니다. 인터뷰 결과가 안 좋으면 주로 진행자의 잘못으로 돌리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큰거 같고요. 그래서 (시사 프로그램 진행이) 외로운 작업이고 많은 책임이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최우선 과제는 <뉴스쇼>에 하루 빨리 연착륙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론 시사프로그램의 새로운 진행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청취자들이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 주는 게 앵커의 역할이죠. 올해 바람은 <뉴스쇼>를 출근길에 꼭 들어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꼽을 수 있도록 청취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어요. 매일 최선을 다하다 보면 프로그램을 대하는 진정성과 저만의 색깔도 드러나지 않을까요. 1~2년 뒤에는 <뉴스쇼>를 웃기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먼저 나가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