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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상품 특정 기능 시현 가능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 프로그램의 간접광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시청권 침해에 대한 우려에 더해 방통위가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맡아온 간접광고 내용 심의에 개입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손을 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24일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간접광고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간접광고는 방송 프로그램 흐름 및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와 함께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하는 경우 △상품의 기능 등을 허위로 또는 과장하여 시현하는 경우 △그밖에 방심위 규칙으로 정하는 경우 등의 금지항목을 신설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도 가능토록 했다.

문제는 규제를 신설하기 위해 마련한 해당 조항이 규제완화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방송 프로그램의 흐름이나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허위·과장이 아니라면 특정 상품의 기능을 시현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행 방송심의규정 제46조는 이미 일반적으로 적용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능을 제외하고 ‘특정 상품의 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시현하는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즉,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등의 보편적인 기능을 시현하는 모습은 괜찮지만, 특정 제품에서만 사용 가능한 새로운 기능을 의도적으로 소개하거나 부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2010년 간접광고 허용 이후 그에 따른 시청권 침해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방심위 제재 현황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지상파 방송 3사가 간접광고로 제재를 받은 건수는 2010년 14건에서 2013년 62건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제재 중 간접광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5.7%에서 2013년 19.4%까지 늘어 가장 큰 비중이었다.

▲ 드라마에 등장한 간접광고 사례들. 왼쪽 시계방향으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MBC <트라이앵글>, tvN <미생>, SBS <괜찮아 사랑이야>
이에 더해 연출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불가피하다. 일례로 드라마의 경우 간접광고 도입 이후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기 위해 제작사에선 극의 전체 흐름과 상관없이 노출해야 하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들을 늘려왔다. 이는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인 동시에, PD들에겐 자신의 의지대로 작품을 연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요인이다. 그런데 금지 항목을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가능한 간접광고의 범위를 더 늘리는 방식의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PD들에게 주어진 ‘연출’ 권한을 흔들 요소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방통위에서 입법예고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방심위 규칙을 위반할 경우, 즉 방심위의 심의 제재를 받을 경우 해당 방송사에 과태료를 처분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자칫 방통위가 과태료를 앞세워 불편한 내용의 방송 프로그램을 ‘흔들’ 여지를 남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줄어드는 광고 매출 속 방송들의 규제완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간접광고 규제 완화가 자칫 ‘달콤한 독’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간접광고 도입 이후 방심위는 상품의 기능 시현 등을 포함한 내용심의를, 방통위는 광고시간과 크기 등 형식과 관련한 심의를 맡아왔다. 사실상 행정기구로 기능한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법에서 민간 독립기구로 성격을 규정한 방심위에서 내용 심의를 담당한 배경엔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내용 심의와 관련한 영역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청자 입장에서 간접광고는 현재도 충분히 짜증스러운 상황으로, 방통위의 입법예고대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사실상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간접광고가 넘쳐날 수밖에 없고, 다른 문제들도 있는 만큼 관련 입장을 정리해 방통위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심위 관계자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제출을 위해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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