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광고 규제 완화하면 방송은 ‘홈쇼핑’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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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낙인 방심위 상임위원, 방송법 시행령 개정 반대 의견 표명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 프로그램의 간접광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장낙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상임위원이 “방송의 ‘홈쇼핑화’ 뿐만 아니라 결국 시청자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가 방심위와의 사전 협의 없이 간접광고 내용 심의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자 상임위원이 직접 나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방심위원이 방통위 정책에 공식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장낙인 방심위 상임위원은 14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 18층 방심위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간접광고 상품의 프로그램 내 기능 시현을 완전히 허용하겠다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적책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방송을 산업적 또는 상업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장낙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언론노조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간접광고는 방송 프로그램 흐름 및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와 함께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하는 경우 △상품의 기능 등을 허위로 또는 과장하여 시현하는 경우 △그밖에 방심위 규칙으로 정하는 경우 등의 금지항목을 신설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도 가능토록 했다.

현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광고효과)에서는 보편적 기능을 시현하는 것만 허용될 뿐 특정 제품에만 탑재된 특징적 기능을 시현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는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 같은 심의규정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장 위원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실상 허위나 과장만 아니라면 상품의 기능 시현을 전면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어, 방통위는 방송사의 자율정화 범위를 초과해 ‘상업적’ 논리 측면에서 간접광고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채널A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와 JTBC <살림의 신>을 예로 들었다.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는 시청자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퀴즈 대결을 펼치고 그 결과에 따라 시청자들의 낡은 가전제품을 최신 제품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며, <살림의 신>은 주부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살림 비법과 아이템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두 프로그램 모두 제품과 제품의 기능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 위원은 “이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 방심위에서 법정제재를 결정하고 있음에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방송은 ‘홈쇼핑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지금도 간접광고와 관련한 많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압력은 물론 연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가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정안을 통해 방통위가 간접광고 관련 심의제제 건에 대해 방송사에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방송사들에 대한 통제나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방심위는 입법예고 기간 중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1월 말 방통위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기관 간 합의사항이 아니기에 방통위가 반대 의견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전적으로 방통위 판단 사항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2월 2일 입법예고가 종료된 이후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사라는 형식적 절차만 마치면 시행이 가능하다.

장 위원은 “비록 방송환경이 변화하고 시청자들의 의식이 향상돼 방송광고 내용에 대한 규ㅇ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해도 이는 방심위가 논의하고 판단해 관련 심의규정을 개정해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방심위와 사전에 협의도 하지 않았다”며 또한 시청권 침해 측면 문제 등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시민사회와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드라마에 등장한 간접광고 사례들. 왼쪽 시계방향으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MBC <트라이앵글>, tvN <미생>, SBS <괜찮아 사랑이야>.
방심위 산하 위원회 위원을 방통위가 임명…“‘통제’ 비판 가능한 부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비슷하게 방통위가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방심위 업무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국회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방심위 산하에 운영 중인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과 위원장의 위촉 주체를 기존 방심위에서 방통위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장 위원은 “조정위원회는 방심위에 두고 위원은 방통위가 임명하겠다는 이상한 발상의 배경이 뭔가 싶다”며 “방심위는 형식적으로 민간기구인데, 이를 방통위가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비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명시된 ‘직권조정제도’ 시설에 대해서도 당사자 간 조정을 배제한 채 규제기관에 의해 ‘직권조정’(해당 정보의 삭제)을 결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권조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는 있으나 결정 후 15일 이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 직권조정결정을 수락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대해 장 위원은 “정보게재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소송 남발을 조장하는 비효율적인 규제의 신설”이라며 “인터넷 사업자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증진시키기 보다는 자의적 판단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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