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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상품화의 무한질주!

|contsmark0|“나 이쁘지요” 두 할아버지에게 한 할머니는 자신의 이쁜 외모를 강변한다. “너에게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남학생이 여학생 앞에서 송판 다섯 장을 거침없이 격파한다. 세 명의 남자 연예인은 한 여자 연예인의 간택을 받기 위해 “사랑합니다”를 거리낌없이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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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에서 풀어내는 토요일(5월 24일 방송분) 오후의 브라운관의 한결같은 풍경은 남녀의 짝짓기를 위한 지난한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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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000년 한 방송사에서 적게는 한 개, 많게는 세 개씩 방송하는 열기를 보이던 짝짓기 프로그램이 한동안 주춤하다 올 들어 다시 창궐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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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까치가 울면-만나면 좋은 친구> <강호동의 천생연분>, sbs의 <가슴을 열어라-청춘고백 두근두근>, kbs2 <자유선언 토요 대작전-장미의 전쟁>이 출연 대상과 형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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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했지만 올 들어 방송된 sbs의 <좋은 친구들-최고의 만남>과 <작은사랑>’ ‘맨투맨-시티헌터’ 역시 짝짓기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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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만남만큼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없다. 남녀의 만남에는 생활이 있고 문화가 있고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관이 농축돼 있다. 이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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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모습이 때로는 적나라하게 때로는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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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관심사인 외모, 성적 매력, 지위, 인기(돈) 등 상이한 사람들이 이성간의 만남을 향해 질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에 시청자는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거기에 사적 자리에서 펼쳐지는 거리낌없는 행태들이 공적 공간인 방송으로 옮겨오면서 엿보는 즐거움까지 가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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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우리 방송만이 아니다. 실제 연봉 1만9,000달러의 건설노동자 이반 매리어트를 백만장자로 둔갑시켜 수많은 여성들의 구애의 적나라한 몸짓을 받게 한 미 폭스 tv의 ‘joe millionaire(백만장자와 결혼하기)’와 비롯해 빌 클린턴 대통령과 섹스 스캔들로 세인의 관심을 모았던 모니 르윈스키가 진행자로 내세운 ‘mr. personality(미스터 품성)’, 밀폐된 공간에 여자와 남자를 넣어놓고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탈락시키는 영국 방송 프로그램 등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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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1994년 mbc <사랑의 스튜디오>가 선을 보인 이후 각 방송사는 그 동안 유치원생에서 노인들까지 일반 참가자 대상의 짝짓기 프로그램에서부터 연예인 미팅 프로그램, 연예인과 일반인의 만남 주선 프로그램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연자의 조합을 꾀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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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관심을 시청률로 연결시키려는 방송사 제작진의 노력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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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락 프로그램의 존재의미는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것일 것이다. 여기에 시비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시청자는 웃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방송에서 변화무쌍하게 펼쳐 보이는 짝짓기 프로그램의 일회용 만남은 시청자들의 의식의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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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나온 어린 여자 유치원생 입에서 “잘 생긴 남자가 좋아요”라는 말부터 “섹시함이 마음에 드는군요” 라는 스타의 언급에 이르기까지 짝짓기의 프로그램에서 벌어지는 만남의 대상 선정과 그 과정이 자본주의의 무기인 외모, 성적매력, 그리고 능력(돈)만을 최고의 가치로 조장하는 일방향으로 무한질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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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선도한다. 70억원의 부모의 재산과 명문대학 졸업에 번듯한 직장을 가진 조건의 남자와 여자가 괜찮은 신랑감 신부감이라는 브라운관 너머의 풍경과 오늘의 짝짓기 프로그램의 모습은 관련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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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다양한 가치는 남녀의 일회용 만남을 획일적으로 현란하게 상품화하는 짝짓기 프로그램 앞에선 무기력하게 박제될 뿐이다. 오락 프로그램에 공익 강박증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하는 방송사 제작진에게 질문 하나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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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휘재 남희석의 멋진 만남>에서 졸업하지도 않은 이화여대 비서학과를 나왔다고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가 방송 뒤에 탄로 난 한 여성 출연자의 모습은 우연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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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작진이 기획 의도로 내세운 ‘건전한’ 만남, ‘진솔한’ 만남이라는 수식어의 내용물을 채워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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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자신이 없으면 ‘건전한’과 ‘진솔한’이라는 수식어를 빼는 것이 시청자에게 솔직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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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 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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