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사장 안광한)가 권성민 PD의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 만화를 문제 삼으며 최고 징계 수위인 해고를 결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MBC 측은 취업규칙 및 내부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 위반 등을 이유로 권PD를 인사위에 회부, 21일 오후 당사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MBC는 권 PD가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 만화를 일부 언론에서 게시한 것이 취업규칙 제3조(준수의무)와 제4조(품위유지)는 물론 MBC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에 명시된 공정성과 품격유지를 위반한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MBC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21일 “인터넷에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며 “SNS는 사실상 공개적인 대외활동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개인적인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다.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을 회사외부에 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억압이자 도발”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해고 사유가 된 만화는 예능 PD들이 하는 일은 무엇이며, 또 어떤 생활을 하는지, 예능 프로그램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를 일부 언론사에서 기사화한 것을 두고 사측에서 지적하자 권 PD는 해당 언론사에 즉시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권 PD는 예능본부 입사 3년차이던 지난해 5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에 ‘엠XX PD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리고 “세월호 참사의 MBC 보도는 보도 그 자체조차 참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지금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지만, 그 화를 못 이겨 똑같이 싸웠다가는 또 똑같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배웠기 때문에 치욕을 삼키고 있다”며 MBC 세월호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MBC는 그해 6월 9일 회사 명예 실추와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들어 권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권 PD는 재심을 요구했지만 같은 달 18일 열린 재심에서도 같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해고 사태와 관련해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는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김재철 시절’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사측의 해고 조치가 ‘반민주적’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MBC본부는 “권 PD의 문제의식과 표현방식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징계와 처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다양성을 기초로 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상식”이라며 “더구나 다양한 여론의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 내부에서 ‘표현’을 문제 삼아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퇴행이자 반동이다. 구성원들의 입을 틀어막고 여론에 귀를 닫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본부는 “권 PD의 정상적인 의견 개진과 표현을 징계와 처벌로 대하는 회사의 비정상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며 “조합은 이번 징계를 한 개인에 대한 집요한 표적 징계이자 감정에 치우친 부당 해고로 규정한다. 조합은 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의 본래 자리를 되찾는 일에 즉각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도 즉시 성명을 통해 이번 징계 결과를 “‘명백한 보복’이자 표현의 자유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권PD에 내려진 해고 취소와 예능국 복귀를 촉구했다.
PD연합회는 “권PD가 페이스북에 그린 만평은 MBC 경영진에 대한 비난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예능국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예능 이야기’로 지상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라며 “비제작부서에 와있으면서도 시간을 쪼개서 인기장르인 웹툰을 활용해 MBC 예능에 대한 관심과 친밀감을 높이려는 권PD의 애사심과 충정이 어떻게 징계대상이 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권 PD는 징계 결과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권 PD는 앞서 정직 6개월과 관련해 지난해 7월 11일 회사를 상대로 정직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2월 5일 변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권 PD는 세월호 보도를 비판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 정직 6개월을 받고 지난해 12월초‘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난 바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