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권성민 PD 해고에 “나도 권성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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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현업·시민단체·SNS 규탄 목소리…프랑스 테러 ‘샤를리 에브도’로 비견되기도

권성민 MBC PD가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예능PD의 삶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웹툰’으로 인해 ‘해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복징계”, “표현의 자유 훼손”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며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프랑스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표현의 자유의 또 다른 말이 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처럼 “나는 권성민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MBC(사장 안광한)는 지난 21일 “인터넷에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며 인사위원회 결과 권성민 PD에게 최고 징계 수위인 ‘해고’를 조치한다고 밝혔다.

권 PD는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예능 PD들의 생활을 그린 웹툰을 올리면서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난 자신의 처지를 ‘유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측은 해당 표현이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것”이라고 판단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성주)가 22일 오전 8시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권성민 PD 해고 철회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MBC의 독재적 발상”…권 PD 해고 철회 피케팅 취재 기자 쫓겨나기도

이 같은 조치에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는 22일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하며 항의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타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마저 차단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 취재 도중 기자가 쫓겨나는가 하면, 취재 중이던 다른 기자들을 향해 보안요원이 “저것들 끌어내”라고 하기도 했다.

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는 권재홍 부사장이 로비에 진입하자 다가가 “권성민 PD를 해고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보안요원 여럿이 다가와 김 기자를 끌어내 건물 밖으로 내보냈다. 이후 보안요원들은 출입문을 지키며 일일이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출입을 허용했다.

보안요원은 로비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들에게 다가와 “취재를 할 수 없다. 나가달라”고 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또한 로비에는 피케팅을 진행하는 노조와 기자들을 채증을 했는데, 취재 결과 MBC 사원이 아닌 외부 채증 요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 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가 권성민 MBC PD 해고 철회 피케팅을 취재하던 중 MBC 보안요원에 의해 건물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 이날 언론노조 MBC본부의 피케팅은 MBC 사원이 아닌 외부 채증 요원에 의해 채증됐다. ⓒ언론노조 MBC본부(사진 왼쪽 위)・PD저널
“나는 권성민이다” …“조선시대에도 유배지에서 지은 저서 때문에 죽지는 않아”

권성민 PD 해고 소식이 알려진 이후 각계에서는 MBC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 훼손 측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는 해고 통보 당일 입장을 내고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로 테러를 당한 프랑스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 사태를 빌어 “권성민 PD의 해고는 전국 2800여 한국PD연합회 회원들에 대한 해고”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도 “나는 권성민이다”라는 표현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살인사건’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후 2심에서 무죄를 받은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MBC 권성민 PD가 해고됐습니다. 그처럼 열정 있고 재능 있는 후배는 드물었습니다. 능력 있는 인재들을 유배 보내고, 해고하고…. MBC는 진정 엠XX이 되려 하십니까”라고 비판했다. 2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바 있다.

정치블로거로 유명한 ‘아이엠피터’는 자신의 블로그에 “조선의 왕들도 유배지에서 지은 가사와 저서 때문에 망나니를 보내 목을 자르지는 않았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조선왕조보다 더 참혹한 언론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호 전 MBC PD(현 <뉴스타파> 앵커 겸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배자가 자신을 유배자로 불렀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MBC 경영진들. 이들을 어찌해야 할까요”라며 “‘반드시’ 이 자들(안광한 MBC 사장 등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재철을 비롯한 안광한・이진숙들의 책임을 묻고, 역사에 새기는 것은 다시는 MBC같은 불행한 언론이 나오지 않도록 할 필수조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민 PD 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야만적 테러’”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는 23일 MBC 앞에서 권 PD의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을 알리며 “비판과 풍자도 용인하지 않는 MBC는 과연 ‘언론(言論)’입니까. 권성민 PD에 대한 ‘막무가내’ ‘무한해고’ 결정을 규탄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2일 발표한 논평에서 권 PD의 해고 철회를 주장하면서 이번 해고 사태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야만적 테러’라고 규정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권성민 PD 해고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야만적인 테러이다. 나아가 공영방송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MBC는 부당해고로 모자라 ‘권 PD사태’를 취재하는 출입기자들까지 강제로 내쫓고 있다. 이런 악의적이고 반민주적·반언론적인 행위야말로 공영방송 MBC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MBC를 손가락질 받게 하는 ‘해사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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