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만화가들 “웹툰 그렸다고 해고? MBC 현실 보여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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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용인 못하는 MBC 비판…“인사권 남용・부당인사”

한 컷의 그림, 한 편의 만화로 시대의 권력을 비판하는 만평. 현 정부 최고 수장인 대통령부터 정권 실세들을 풍자하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용인되고 인정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권성민 MBC PD가 자신의 처지를 ‘유배’에 비유하고,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등장시킨 만화를 이유로 해고된 사태를 놓고 시사 만화가들은 상식이 무너졌다고 입을 모았다.

MBC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해사행위’라고 했지만 시사 만화가들은 언론사인 MBC(사장 안광한)에서 건강한 풍자에 대한 용인은커녕 인사권 남용을 통해 ‘부당해고’를 단행했다며 개탄했다.

이처럼 권 PD 해고 사태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로 테러를 당한 프랑스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처럼 ‘표현의 자유’가 훼손된 사태이자, 이를 넘어서 ‘부당인사’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PD저널>은 22일 시사 만화가 5명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프랑스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지난 7일 테러를 당한 뒤 발행한 최신호에서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하고 표현의 자유를 뜻하는 구호가 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를 강조하고 있다.
▶천명기 전국시사만화협회장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비슷한 맥락이다. ‘MB(이명박) 정부’때부터 MBC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MBC의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 문제를 넘어 다분히 감정적인 보복이고 폭력이다.

권성민 PD도 MBC를 공격하거나 비하할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신상에 대해 하소연을 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이걸 가지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 해고를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시사만화협회에서도 이번 일과 내부에서 어떻게 대응을 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장봉군 <한겨레> 화백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언론사라는 곳에서 그런 정도의 회사 비판이라든지 풍자는 용인되어야 한다. 이 같은 풍자는 오히려 회사(MBC)가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만평을 통해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그러면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국외로 추방되어야 하는 것인가? 국민 자격이 박탈되는 것인가? 아니지 않은가.

언뜻 보기에 MBC가 갈 때까지 갔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해고는 ‘인사 횡포’라는 말도 안 되는 사태다.

▶박순찬 <경향신문> 화백

(권성민 PD 해고는) 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MBC)회사 내에서 어떤 식의 논의와 절차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쉽게)해고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 이후에 방송 장악에 우려와 함께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게 아닌가 싶다. 시청자들로서도 불행한 일이다.

▶손문상 <프레시안> 화백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표현의 자유 이전에 인사권 남용이고, 부당해고다. 이명박 정부 이후로 지금까지 금시초문의 황당한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 개인이 자사 비판을 하는 내용을 만화로 그렸다고 해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나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비판하는 만평을 무수히 많이 그렸는데, 그렇다면 나에 대해서 김재철 전 사장과 MBC에서는 (프레시안에) 나를 해고하라고 공문을 보냈어야 한다. MBC가 자신의 인사권 안에 있는 사람이라고 직권을 남용한 것 같은 데 웃기는 일이다.

지금 MBC라고 하는 일종의 ‘미디어 권력’을 사유화하는 사람들이 인사권을 사적으로 소유한 것이다. 법률적인 절차를 거쳐서라도 그런 부당 인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권범철 <미디어오늘>・<경남도민일보> 화백

이번 사태는 해고를 통해서 다른 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려는 동시에 지루한 소송전(戰)을 통해서 개인의 생활을 파탄내고 권성민 PD가 MBC로 돌아오더라도 제자리를 찾을 수 없게끔 만드는 저열한 방법이다.

회사가 과연 개인의 창작이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상식적으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해고 사태는 굉장히 웃기는 일이다.

MBC가 더 이상 나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로 한 발 짝 더 나갔다고 본다.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것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비판을 통해서 그 사회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MBC도 마찬가지다.

만평을 통해 정권을 풍자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을 통해서 좋은 정부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를 말해야 하는 MBC는 이번 사태로 ‘자기 부정’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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