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 해고, MBC에 대한 사랑과 양심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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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 해고 철회 촉구 기자회견

“왜 권성민 PD는 그에게 닥칠 여러 어려움과 고통, 괴로움을 알면서도 글(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비판한 글)을 올렸을까. 이유는 하나다. ‘양심’이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웹툰을 왜 그렸을까. 거기서 내가 본 것은 MBC에 대한 사랑, 자기가 몸 담았던 예능국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 MBC가 다시 제대로 국민 앞에 서기를 바라는 열망과 안타까움이었다. 그런데 참담하게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웹툰을 올렸다는 이유로 회사는 권성민 PD를 해고했다. 노동자에게 살인이나 다름없는 해고를 그렇게 쉽게 한 것이다.”(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권성민 MBC PD가 자신의 처지를 ‘유배’에 비유하고,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등장시킨 만화를 이유로 해고된 것을 두고 MBC(사장 안광한)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해사 행위’라고 했지만 MBC 안팎의 여론은 ‘부당해고’, ‘표현의 자유 훼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언론계와 학계, 문화예술계가 참여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는 23일 오전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민 PD의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권 PD에 대한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하라”는 외침에 주변에 있던 10대 소녀들조차 “철회하라”고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 언론계와 학계, 문화예술계가 참여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는 23일 오전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민 PD의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뒤로 소통과 중립, 거짓 없는 미디어를 상징하는 조형물 ‘스퀘어-M,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위치하고 있다. ⓒPD저널
“MBC, 기자·PD 해고가 일상이 된 느낌”

권 PD는 지난해 5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사과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중징계인 정직 6개월, 정직 후에는 예능국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의 발령, 그리고 경인지사 전보조치 42일 만에 ‘웹툰’을 이유로 최고 징계인 ‘해고’됐다. 권 PD가 웹툰에서 자신의 처지를 ‘유배’라고 표현한 것이 ‘해사행위’라는 것이다.

MBC 공대위는 이번 사태가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블랙코미디’와 같다고 꼬집으며 “MBC에서는 기자와 PD를 자르는 일이 밥 먹듯 일상이 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MBC 공대위는 “주관적 표현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는 이것을 꼬투리 잡아 ‘해고’라는 극단적인 징계를 서슴지 않았다”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언론사 스스로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침해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MBC 공대위는 “이번 해고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명백한 인사권 남용이다. 구성원들의 입과 귀를 막아, 시청자-국민의 알권리까지 박탈하려는 MBC의 파시즘적 행동을 규탄한다”며 권성민 PD를 비롯한 6명의 MBC 해직 언론인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을 촉구했다.

▲ MBC(사장 안광한)가 권성민 PD 해고 사유로 든 웹툰의 일부.
“우리는 권성민이다” 외치며 해고 철회 촉구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도 한 목소리로 MBC의 ‘부당해고’라고 지적하며 이번 권 PD 해고 사태는 MBC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한 처사라고 개탄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경영진이 잘못했다고 비판하면 유배를 보내고 가차 없이 해고하는 게 MBC의 현실”이라며 “권성민 PD 뿐 아니라 제2, 3의 권성민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이번 해고 사태가 경영진에 비판적인 구성원은 언제든 ‘권성민 PD’처럼 해고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내부 구성원들을 향한 ‘협박’이자 ‘경고’라고 보았다.

강 위원장은 “조용히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하라는 것이 지금 MBC 경영진의 모습이다. MBC는 더 이상 언론사도 방송사도 아니다”라며 “MBC는 경영진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것이다. MBC 언론노동자는 국민을 위해 일할 의무가 있고 그런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귀향 보낸 언론인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라고 강조했다.

김광선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은 “내가 만나 이야기한 권성민 PD는 넷플릭스 등 거대 자본이 몰려오고 있는 방송 환경 속에서 PD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어떻게 하면 감동과 재미를 시청자에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앳되고 순수한 친구”라며 “제작 현장에 남고 싶어 하는 입사 3년차 PD를, 바른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MBC는 해고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국장은 “그게 해고의 사유였다면 과연 누가 지금 해고를 당해야 하는지 명명백백하다”며 “분명히 말한다. 우리 PD연합회와 방송인총연합회는 끝을 볼 것이다. 우리가 권성민이다”라고 강조했다.

▲ 테러 이후 표현의 자유를 뜻하는 구호가 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를 강조한 프랑스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권성민 PD 해고 사태는 <샤를리 에브도>와 비견되며 MBC 안팎에서는 “나는 권성민이다”라는 구호가 퍼지고 있다.

 “권 PD를 해고한 칼날, 시청자를 향하고 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도대체 이렇게 거창한 건물 짓고, 저 거창한 건물 속에 앉은 사장, 부사장, 경영진들은 무엇을 생산하기 위해서 있나”라며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자칭 공영방송이 이처럼 비생산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빨리 국민의 품으로 MBC를 돌려보내고, 6명의 해고자를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권성민 PD의 해고를 당장 무효화하고 제자리로 돌려보내기를 촉구한다”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국민과 함께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권 PD 해고 사태는 시청자를 능멸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대표는 “부끄러워서 부끄럽다고 하고 유배돼서 유배됐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잘못된 건가. 권 PD를 해고하는 MBC야말로 잘못한 것”이라며 “권 PD를 해고한 칼날이 ‘권성민’이라는 개인뿐 아니라 MBC 안에 있는 언론인을 향하고 있고, 시청자와 시민, 여기 있는 우리들의 심장을 겨냥한 것이기에 우리는 능멸을 당했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전 대표는 “권성민 PD를 해고하면 모두가 질려서 도망갈 줄 알았을 것”이라며 “MBC 경영진이 휘두른 칼이 우리의 폐부를 찌르고 있어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막나가고 있는 MBC와 끝까지 가보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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