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기자도 노동자, 단체교섭 신청 자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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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기자도 노동자, 단체교섭 신청 자격 있다”
한연노 “KBS 등 방송사 상대로 교섭 재개 할 것”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5.01.2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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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기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와 앞으로 방송사와 연기자간 출연료 협상 등 계약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 7부(민중기 수석부장판사)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교섭단위분리재심결정취소소송에서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법원은 방송연기자들이 조직·가입한 한연노도 노조법상 인정되는 노동조합으로 보고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송연기자들은 방송사 소속 직원들과 달리 특정 프로그램 제작기간 중에만 계약에 따라 방송에 출연하는 것으로 정년이나 퇴직금 등이 존재하지 않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고, 근로조건과 관련한 취업규칙이나 인사 규정 등은 방송연기자들에게 적용되지 않아 방송연기자의 근로자성 여부에 의문도 여지도 없지 않다”면서도 방송 연기자들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 2012년 11월 12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촬영거부에 나서면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연기자에 대한 방송사의 지휘 감독 권한, 방송사의 연기 시간 및 장소의 구속, 출연료의 근로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방송연기자는 방송사에 연기라는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고, 방송사는 방송연기자에게 이에 대한 대가로 출연료를 지급하다”며 “방송 연기자의 연기는 연출감독이나 현장진행자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으며 진행된다”고 밝혔다.

출연료의 근로 대가성에 대해서도 “출연료는 방송연기자의 연기의 예술적 성과나 표현력 여부 등 원고로부터 의뢰받은 업무의 이행실적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방송의 편성시간과 연기자에 대해 미리 정해진 등급에 의해 정해진다”며 “방송연기자의 출연료는 연기에 의한 예술적 가치를 평가한 것이라기보다는 연기라는 노무 제공 자체의 대가로 정액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2012년 탤런트와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4천400여명이 소속된 한연노는 KBS와 출연료 협상을 벌이던 도중에 중노위가 연기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한연노와 KBS가 25년 동안 별도로 출연료 합의서 및 단체 협약을 체결해 왔다는 점 등을 들어 한연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KBS가 제기한 재심신청에서 KBS와 방송연기자들이 사용종속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연노에 교섭단위 분리신청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연노측은 “복수노조 하의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암초를 만나 20년 넘게 원만히 해오던 교섭이 결렬됐고 이로 인해 야기된 소송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며 “외주제작시스템 뒤에 숨어 자신들의 사용자성을 부인해 오던 방송사의 부당함에 대한 사법적 응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연노는 조만간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고 이번 판결을 근거로 KBS, MBC, SBS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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