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박근혜 세습정치’ 발언, 제재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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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OnAir] 채널A ‘청와대 25시’ 1월 3일 방송 : ‘세습’ 표현 논란

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심의와 의결,  심의 규정 위반에 대한 제제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 9명의 위원(방송심의소위원회의 경우 5명)이 논의를 통해 각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한다. 그렇다면 9명의 위원이 아닌 여러분의 선택은?

▲ 채널A <청와대 15시>.

■심의일 : 2015년 1월 28일 오후 3시 방송심의소위원회(김성묵 부위원장・장낙인 상임위원・박신서 위원・함귀용 위원・고대석 위원 등 5명 전원 참석)

■방송명 : 채널A <청와대 15시> 2015년 1월 3일 방송 중 ‘박대후(Who)’ 코너

■방송내용 :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교하는 내용의 방송

■문제가 된 부분
① 진행자인 이남희 앵커가 ‘세습정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두 사람 다 세습정치라는 말을 쓰는 것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닙니다. 굉장히 뭐라고… 선출된 권력… 어쨌든 2세 정치… 아우… 아닙니다. 그런 거(세습정치)는 공격하는 말로 쓰는 거고…”

② 패널인 박상병 정치평론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왕’이라 표현한 것
“북한은 왕정국가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3대 세습제이고, (최고통치자가) 될 건 확실한 것이고. 박 대통령은 아버지가 왕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세습됐지만 그건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서 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권위를 갖고 있는 건데…”

■위반 심의 조항 :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 제27조
- 제14조 객관성 :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 제27조 품위유지 제1항 : 방송은 시청자의 윤리적・정서적 감정을 존중하기 위하여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며,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관전 포인트
① 함귀용 VS 이기홍
함귀용 방송통신위원회 위원과 의견진술자로 나온 이기홍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 간의 말말말

② 체제의 문제일까? 표현의 문제일까?
해당 방송이 남북한 체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봄으로써 대한민국을 비하했다는 함귀용 위원, 그리고 표현의 실수가 있었던 것 뿐 체제비교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기홍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

■참고
① 함귀용 위원은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로 지난 2010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반발하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소설가 조정래씨,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의 이름을 담은 친북인명사전을 만들겠다고 나선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② ‘세습정치’라는 표현을 쓴 이남희 앵커(채널A 정치부 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다.

③ 2014년 8월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채널A <청와대 25시>는 오는 3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이유는 바로 다음에 나오는 이기홍 부본부장의 의견 진술에서 나온다.

해당 영상 바로 가기(클릭)

■심의 On Air

-의견 진술 시작-

-이기홍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이하 이기홍): <청와대 25시> 프로그램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 나와서 민원이 제기된 데 대해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 다만 앵커가 해당 표현(세습정치)을 쓴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정 반대다. 일각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해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전체 맥락에서 볼 때 그 표현에 대해 앵커와 나머지 패널도 충분히 설명했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이번 방심위 의견진술 요청이 계기가 돼 다음 주부터 <청와대 25시>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이 갖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모든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흥미와 시청률을 외면하고 만들 수 없다. 시청률 성과도 물론 좋다. 하지만 국익에 민감한, 사고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폐지 시기를 가속화하게 된 계기가 이번 방심위에 민원이 들어왔다는 통보였다. 다음 주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 채널A <청와대 15시> 2015년 1월 3일 방송 중 ‘박대후(Who)’ 코너. ⓒ화면캡처

-함귀용 위원(이하 함귀용): 이 프로그램 코너인 ‘박대후’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이기홍: 대통령과 관련해서 대통령 주변에 있는 주요 인물들을 포커싱 하는 하나의 데코레이션 방송이다. 대통령하고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대척점에 서는 정치인과 박 대통령을 초점에 놓고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해서 주변 인물들, 정치인, 다른 국가 지도자 등 여러 인물을 배치한다.

-함귀용: 북한의 체제는 무슨 체제인가?

-이기홍: 3대 세습체제다.

-함귀용: 우리나라와 (북한이) 비교가 가능한가?

-이기홍: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

-함귀용: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을 비교해서 이런 민원이 들어오게 하는가.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왕’이라 표현했는데, 이런 표현 쓴 의도는 무엇인가?

-이기홍: 얼토당토 않다는 차원에서, 그러니까 북한의 지도자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일각에서 그런 식의 비하하는 비유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차원이었다.

-함귀용: 박상병 평론가가 “박 대통령은 아버지가 왕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세습됐지만 그건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서 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권위를 갖고 있는 건데…”라는 말을 했다.

-이기홍: 비유적 표현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왕이었다고 하는 사실적 표현이 아니라 아버지가 최고 통치자였고 자식도 최고 통치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쪽은 선거를 통해 공정하게 선출됐고, 한쪽은 왕정…

-함귀용: 기본적으로 세습에 맞춰서 비교하려는 게 아닌가?

-이기홍: 그럴 의도가 있을 수도 없다. 이남희 앵커는 방송 진행자이자 청와대 출입기자다. 이날 세습이라는 표현을 입에 올린 것은 적절치 못했지만 진행자, 제작진 어느 누구의 머릿속 한 구석에 그런 생각은 있을 수 없다.

-함귀용: 북한 정치 지도자의 능력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능력을 대비하는 거라면 이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고 보지만, 이 경우는 대통령이 되고 지도자가 됐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걸 비교했다. 우리나라 체제와 북한의 체제가 비슷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북한 헌법에 김일성에 대해서 뭐라고 표기돼 있는 줄 아나? 민족의 시조라고 했다. 사회주의 민족의 시조라고. 북한은 세습국가, 왕조국가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체제다.

-이기홍: 99.99%의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아주 극소수가 양국의 국가 지도자의 부친이 최고 지도자였다는 점만 들춰내 우리 대통령이 ‘세습대통령’이라고 말한다. (우리 방송은) 그 다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 채널A <청와대 15시> 2015년 1월 3일 방송 중 ‘박대후(Who)’ 코너. ⓒ화면캡처

-박신서 위원(이하 박신서): 그렇게 보면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려면 정치적 문제점, 능력, 해결 방법, 산적한 난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비교했으면 모르는데 피상적인 부분, 예를 들어 유학을 간 부분, 아버지, 이런 식으로만 비교하니 좀 억지 비교처럼 됐다. 프로그램 기획의도랑 맞지 않는 전개가 된 것이다. 비교할 때 그런 식으로 비교하는 것이 말하자면 표피적인 재미와 흥미와 시각거리만 주기 위해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홍: 물론 통치철학, 방식 등 정치경제학적 분석도 하고… 흥미 위주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측면 있겠지만 부시 대통령도 그렇고 2대에 걸쳐 국가 통치자가 나온 것은 흔한 예가 아니다. 선출 방법은 도저히 비교 자체가 안 되고,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지만 2대에 걸친 통치자라는 걸 말하기 위해 나온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습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못하다고 봤기에 즉시 사과방송을 한 것이다.

-함귀용: 그래서 뭐가 다르다는 건가? 북한과 남한의 뭐가 다른지에 대한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가? 선출과정이야 당연히 국민이 아는 것이고. 북한체제와 남한체제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기획의도가 뭐고,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목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세습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다.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남한 체제가 북한체제보다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다.

-이기홍: 제한된 시간 내에서 남북한 체제를 모두 비교할 수는 없다. 비교할 만한 대목이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2대에 걸친 통치자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고대석 위원(이하 고대석): 세습이라는 말은 방송에서 써선 안 되는 말이다. 변명하지 말고 잘못했다고 하면 된다. 쓸 수 없는 말을 썼다. 내가 보기에 세습이라는 말이 나올 때가 아닌데 나왔다. 북한은 세습이 맞다.

-함귀용: 이건 세습은 같다는 취지다. 아버지가 왕이었기에.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1979년 서거하셨고,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대통령이 있었는데 세습인가.

-이기홍: 이 방송에서 박근혜 정권도 같이 세습이라고 방송했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

-고대석: 세습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세습이라는 단어의 뉘앙스 자체가 북한의 3대 세습하고 갖다 붙여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묵 부위원장(이하 김성묵): 마무리에서 명확하게 결론을 냈으면 문제가 명확해지는데, 그게 흐지부지 된 상황이 아닌가?

-이기홍: 이 발언 자체의 맥락으로만 보면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해서 사과한 게 아니라 표현 자체가 적절히 못했고, 우리가 아주 정통적인 방법으로 이런 주장을 비판했다거나 하는 프로그램이면 세습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지만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데 썼다.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

-장낙인 상임위원(이하 장낙인): 앵커가 왜 세습이라는 말을 여기서 썼는지. 앞의 이야기와 연결돼서 누군가가 세습정치라고 했다면…. 앞에 그런 이야기 없는데 세습이라는 말을 들고 왜 나왔는지?

-이기홍: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다.

-장낙인: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왕이었다는 이상한 표현을 썼다.

-이기홍: 왕이었다는 것은 비유적 차원에서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앵커가 세습 이야기를 꺼냈던 것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처럼 전 세계에 걸쳐 유례가 드문 2대에 걸친 최고 통치자에 대해 표현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자기(이남희 앵커)도 입에서 그게(세습정치라는 단어) 나온 다음에 아차 해서 그것이 아니라 했다. 이미 입 밖에 나온 실수였던 것 같다. 민감하게 다뤄야 하는 국가 원수에 관한 문제인데 부주의하게 한 점 사과드린다.

▲ 채널A <청와대 15시> 2015년 1월 3일 방송 중 ‘박대후(Who)’ 코너. ⓒ화면캡처

-의견 진술 종료 및 제재 수위 결정 논의 시작-

-함귀용: 국가 원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체제에 대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북한과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체제에 대한 문제다. 대한민국과 북한의 정치 체제를 이야기하면서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했다. 그런 발상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 체제와 북한의 체제를 마치 세습이나 하는 것처럼, 다만 거기서 우리는 선거만 달리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비하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세습했다는 취지의 말로 오해될 소지가 있고, 앵커멘트에서 바로잡혀지긴 했지만 패널이 박정희를 왕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특정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를 3대 왕조 세습으로 가는 북한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에 대한 크나큰 비하다. 이런 주제를 잡고 대화가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를 받아야 한다.

-박신서: 앵커와 출연자가 사용한 잘못된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뒤에 수습하려는 정도를 볼 때는 그것이 의도적으로 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의’ 의견을 내겠다.

-장낙인: ‘박대후’가 야당의 대표선출 등 여러 안건을 다루고 있다. 북한 정권,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아까도 의견진술자가 말했지만 왜 세습정치라는 말을 앵커가 뜬금없이 갖고 나왔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세습정치를 옹호하기 위해 쓴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세습정치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상병씨가 뜬금없이 왕 이야기를 하면서 또 (박 대통령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 된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이건 본인도 헷갈리는 상태에 있던 거 같고, 그걸 가지고 법정제재를 하기는 무리라고 본다. 다만 용어 사용에 혼동과 문제가 있었다고 봐서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내겠다.

-고대석: 생방송이다 보니 돌발적으로 세습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박상병씨가 왕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 부분에서 방송이 꼬이며 서로 당황한 거 아닌가. 의견진술자도 의도된 것도 아니라고 했다. 나는 세습이라는 단어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심의규정 위반이라고 보지만 이걸 굳이 법정제재까지 해야 하는가 생각이 든다. ‘권고’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함귀용: 내가 문제 삼았던 것은 꼬이고 그럴 수밖에 있는 상황이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와 북한 체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식의 주제를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앵커나 패널들이 나와서 한 말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는 게 아니다.

-김성묵: 그 말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폐지된다고 하고, 또 곧장 제작진이 입장을 밝히고 사과했다는 것, 두 가지 점을 고려해서 나도 ‘권고’ 의견을 내겠다.

∴ 권고 조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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