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 해고에 “전례를 찾기 힘든 야만적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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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책임 끝까지 따져 물을 것”…최승호 PD 등도 비판 목소리

‘웹툰’을 통해 ‘해사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30일 권성민 PD에게 최종 ‘해고’를 통보한 MBC(사장 안광한)를 향한 비난 여론이 MBC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는 “‘독선’과 ‘아집’에 눈 먼 경영진은 역사에 남을 과오를 되돌릴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고 규탄했다.

MBC(사장 안광한)는 30일 “회사를 향한 반복적 해사 행위에 대한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조치”라며 인사위원회 재심 결과 권 PD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권 PD는 웹툰에서 자신의 처지를 ‘유배’에 비유하고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등장시켰는데, 이에 대해 MBC는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해사행위’”라며 앞서 지난 21일 인사위원회 1심에서 결정한 해고 조치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해고 사태를 두고 MBC본부는 “전례를 찾기 힘든 야만적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표현의 자유’ 위에서 존재 가치를 찾아야 할 언론사인 MBC가 유배라는 ‘표현’을 트집 잡아 해고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MBC본부는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사람들 눈에서 불의를 가린 채 무통의 저주 속에 서서히 죽어가게 만드는 마약일 뿐”이라고 밝힌 권 PD의 2년 전 블로그 글을 놓고 사측이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라고 분개한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거나 ‘제 발 저린’ 과민 반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만화 한번 그렸다고 일터에서 쫓아내는 이 광기에 대해 조합은 물러서지 않고 투쟁할 것이고 결국 바로 잡을 것이다. 전임 사장의 비위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한 사측의 엉뚱한 분풀이도 다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노조 활동을 탄압하려는 근거 없는 엉터리 징계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30일 권성민 PD 페이스북에 다시 공개된 웹툰 ‘예능국 이야기’.
최승호 PD “미래의 김태호가 될지도 모르는 인재를 해고”

KBS・MBC・KBS 등 공영방송사 출신을 비롯한 PD와 기자들도 각자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한 목소리로 MBC를 규탄하고 나섰다.

권 PD의 회사 선배이자 지난 2012년 170일 파업에 참여해 MBC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권성민 PD를 끝내 해고했다. 참 지독한 인간들이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친구를, 미래의 김태호가 될지도 모르는 인재를 무 자르듯이 목 자르다니”라고 탄식하며 “그러나 권 PD는 어쩌면 안광한, 이진숙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더 자유로워졌는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 PD는 “권 PD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KBS 출신의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정부의 해바라기 MBC가 자신이 입사시킨 직원을 일도 제대로 시켜보지도 않고 잘라버리는 망발을 거듭한다. 권성민 PD가 재심에서도 해고됐다”며 “나이 어린 꽃봉오리, 아직 활짝 펴보지 못한 젊은 PD다. MBC는 언론자유의 파탄자들이다”라고 비판했다.

EBS PD 출신인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엠XX이 MBC의 미래를 해고 했구나. MBC 없는 엠XX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며 권 PD 해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기훈 <뉴스타파> 기자(전 YTN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유배’ 중이던 MBC 권성민 PD가 재심에서도 해고 결정으로 해직이 확정됐다”며 “미쳐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 언론계와 학계, 문화예술계가 참여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민 PD의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뒤로 소통과 중립, 거짓 없는 미디어를 상징하는 조형물 ‘스퀘어-M,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위치하고 있다. ⓒPD저널
언론・시민단체, 비판 성명 줄이어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 이하 PD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권성민 PD 해고는 MBC 경영진의 ‘충성경쟁’”이라고 비판했다. PD연합회는 이번 권성민 PD 해고 사태가 “대한민국 언론사에서 만평을 그려서 ‘해고’된 최초의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MBC가 권 PD 해고와 관련해 밝힌 공식입장에서 “노영방송과 특정정파의 가치를 추정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 부분에 대해 “과연 누가 과거 MBC가 노영방송, 특정정파의 가치를 추정했다고 말하고 있는가”라며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가는 지상파 예능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만평을 그린 것이 어떻게 해사행위이고, 노영방송을 추구하는 것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PD연합회는 “MBC 경영진이 이처럼 비상식적인 ‘해고’를 결정한 것은 청와대를 향한 ‘충성경쟁’의 산물”이라며 “MBC 경영진은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는 대가로 끊임없이 희생양을 만들어냈고 이번에는 입사 4년차 권성민 예능 PD가 새로운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언론계와 학계, 문화예술계가 참여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도 성명을 내고 “언론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사라진 지상파 공영방송 MBC는 언론인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 거대한 수용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비난하며 “MBC 경영진은 권력 향한 철없는 충성 경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MBC 공대위는 이번 해고 사태가 오는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자신들의 자리만을 챙기려는 MBC 경영진의 과열 충성”으로 벌어진 “참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 공대위는 “‘문화방송’은 오랜 시간 구성원들과 시청자-국민들이 함께 만들어 온 공영방송의 역사이자 상징”이라며 “지금이라도 본인들이 함께 만들어 온 문화방송의 역사를 지키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상식과 합리, 이성을 되찾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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