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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매매 함정수사와 비극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l승인2015.02.02 1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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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예방이든 처벌이든 사회적 개입이 어려운 문제다. 남성 손님, 업주, 종사 여성 중 누구를 주된 정책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부터 갈등적이다. 남성문화의 반발은 심각하고 여성들은 문화적·실제적으로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 일한다.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의 성매매는 자본과의 결합과 그 변용이 무한하기 때문에 사법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격렬한 논란 속에 탄생한 현행 성매매방지법이 규제하는 성매매는 전체 성산업 규모의 5%에 불과한 집결지(‘사창가’)에 국한된다.

대한민국 경찰은 업무량이 많다. 우리 경찰은 외국처럼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정규 근무 시간 이후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취객 단속, 이른바 주폭(酒暴)과의 전쟁 때문이다. 그렇게 바쁜 경찰이 비상식적인 함정 수사를 하다가 피의자가 현장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연말에 짧게 보도되었지만 상기할만한 사건이다.

여성 한 명을 검거하기 위해 여섯 명의 남자 경찰이 출동했다. 경남경찰청의 풍속 단속팀과 통영경찰서 질서계는 작년 11월 25일 오후 8시부터 통영시 일대에서 ‘티켓다방’ 성매매 합동단속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A(24·여)씨가 모텔 6층에서 12m 아래로 투신했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 여성가족부가 2014년에 시행한 '성매매방지 캠페인' 포스터.  
▲ 여성가족부가 2014년에 시행한 '성매매방지 캠페인' 포스터.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은 길거리에 널린 성매매 알선 전단지를 보고 여성을 불러내 비용을 지불했다. 객실로 진입한 경찰이 여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순간 A씨가 “옷을 입겠다. 잠시 나가달라” 말한 뒤 모텔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옷을 벗은 상태에서 남성 경찰 네 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치자 겁에 질린 것으로 보인다. 여성 경찰은 없었고 나머지 경찰 두 명은 모텔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함정 수사는 윤리적·사법적 논란이 필연적이다. 미국에서도 마약 제조, 탈세, 인신매매 등 강력 범죄가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흔한 일이 아니다. 범죄 상황을 구성(‘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이 교사범(敎唆犯)이 되느냐’부터 논란거리다.

형사재판에서 함정수사는 피고측이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주요 논리가 된다. 피의자는 누구나 무죄 추정의 원칙을 보장받으므로 이 권리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함정수사는 경찰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도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미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을 위해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신분을 위장하고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이버 공간에서 성매수 남성들을 ‘적발 가능한 단계(만)까지 유도’해 체포하는 수사기법을 인정하고 있다.

성매매 단속도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과 상해를 일삼는 남성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여형사가 성 판매 여성을 가장하여 함정 수사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 사건처럼 남자 경찰이 옷을 벗고 기다리다가 여성을 체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사건은 소위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도 아니고, 단지 성매매에 대한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성매매 알선 업체와 성 구매자가 아닌, 힘없는 여성을 표적으로 한 수사 방식은 비열하다는 인상까지 준다.얼마든지 다른 방식이 있었다. 경찰이 ‘티켓다방’의 영업 방식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면 “티켓을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성매매 장소에 잠복하여 적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성매매는 ‘여성의 몸’과 ‘남성의 돈’의 평등한 교환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모든 여성 혐오는 ‘창녀’에서 시작됐고, 성 판매 여성에 대한 낙인과 혐오는 성 구매 남성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 여성들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 여부와 상관없이 계층이나 가정폭력, 성폭력 인한 사회 구조적 피해자이다. 중산층 여성은 이 직종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는 구조적으로 강제된 선택이다. 가장 바람직한 정책은 업소에 고용된 여성에 대해서는 비범죄화하고 전업(轉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성산업의 뿌리는 알선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해도, 이번에 사망한 여성처럼 환자인 아버지와 장애인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타지에서 ‘일하러 온’ 25세 여성 가장의 사망에 대해서는 국가의 인식과 과실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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