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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스타 없는 ‘킬미, 힐미’, 발빼는 차이나머니

[분석/밀려오는 중국 방송 자본의 그늘] 박수선 기자l승인2015.02.04 12: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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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의 공습에 국내 드라마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기대가 컸던 투자 활성화에 대한 효과는 아직 미미한 데 반해 드라마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 투자사가 ‘한류 스타’ 출연 여부로 투자 규모를 저울질하면서 캐스팅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작품에 출연한 국내 배우 작가들의 출연료 상승도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킬미, 힐미' 캐스팅 논란 이후 중국 투자 규모 축소

  ▲ MBC <킬미, 힐미>  
▲ MBC <킬미, 힐미>
MBC <킬미, 힐미>는 방송 전부터 대규모 한중합작드라마로 주목을 받았지만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중국측의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킬미, 힐미>의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는 일찌감치 <킬미, 힐미>를 중국 화처미디어그룹과 함께 150억원을 투자해 만드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월 7일 방송을 시작한 <킬미, 힐미>는 방송 중반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중국 방송 여부와 시기는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 중국 화처미디어그룹이 <킬미, 힐미>에 투자하는 금액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팬앤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중국내 인터넷 사전 심의 강화 등의 영향으로 <킬미, 힐미>의 중국내 상영 시기와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아직 드라마의 제작비 규모가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판권 문제 등과 관련해선 화처미디어와의 추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계 안팎에선 화처미디어가 제작비의 절반가량을 부담한다고 알려진 초반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소문이 팽배하다. 한 관계자는 “최근 정지훈이 주연으로 나왔던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런 그녀>나 <피노키오>의 중국 판권 가격보다 적은 금액을 화처미디어쪽으로부터 받았다고 들었다”며 “기획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는 분위기였지만 방송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된 <내겐 너무 사랑스런 그녀>는 32억원, <피노키오>는 60억원을 받고 중국 판권이 팔렸다. <킬미, 힐미>가 중국제작사에서 받은 투자금은 30억원을 밑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 측의 태도 변화에는 주연 배우 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다. <킬미, 힐미>는 7개의 인격을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역으로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현빈, 이승기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지성이 최종 낙점됐다. 국내에서는 난해한 역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지성에게 호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쪽에선 ‘한류 스타’ 없는 <킬미, 힐미>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 큰손들이 투자를 빌미로 캐스팅에도 개입한다는 의혹이 대중문화 전반에 쌓이면서 부적절한 개입에 대한 경고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중합작 영화 <권법>도 여진구의 출연이 불발되는 과정에서 중국쪽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중국 작품 출연 빌미로 출연료 10배 요구"

  ▲ 지난 1월 18일 방송된 SBS <SBS 스페셜-중국 부의 비밀, 부자의 꿈>.  
▲ 지난 1월 18일 방송된 SBS .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으로 배우와 작가들의 ‘몸값’도 들썩이고 있다. 현재 정지훈(비), 송승헌, 송혜교, 김태희 등 국내 톱스타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연기자들이 적지 않다.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추자현은 지난 1월 18일 방송된 <SBS 스페셜-중국, 부의 비밀 3-대륙 생존기>에서 “중국 데뷔 때와 비교하면 출연료가 10배도 더 차이가 난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중국 드라마, 영화에 진출한 배우들이 늘면서 그렇지 않아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온 출연료가 또한번 출렁이고 있는 셈이다.

한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는 “회당 500만원을 받던 한 배우는 중국에서 드라마를 한편 찍고 이전에 받던 출연료 10배인 5000만원을 요구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며 “‘한류 스타’ 등 고급 인력이 중국으로 진출하면서 인력 유출 문제뿐만 아니라 출연료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무리한 요구가 당장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공동제작 활성화로 중국내 반응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국내 드라마 시장의 공동화 현상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중국 투자를 받은 제작사들이 ‘한류 스타’와 A급 작가를 내세운 작품을 가지고 오면 방송사들도 편성을 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드라마 시장이 활기를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일부 스타들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2차 판권을 챙긴 중국만 이익을 챙기고 드라마 질과 환경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목소리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지난달 30일 마련한 드라마제작사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제작사 대표들은 중국의 ‘저작권 독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저작권 보호 대책 마련 등을 방통위 쪽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4일에는 독립제작사와 2월 말에는 지상파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중국 자본이 들어온 이후 국내 드라마 생태계가 중국 자본으로 초토화되지 않도록 실태 조사와 함께 드라마 제도 개선을 함께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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