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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말하지 않는 사실들

[위클리포커스] 광고총량제 보도 ‘임팩트’ 위해 ‘팩트’ 비틀기 김세옥 기자l승인2015.02.04 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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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하 KISDI)이 ‘지상파 TV 방송광고 편성규제 변화로 인한 방송광고비 변동 효과 분석’ 보고서를 공개한 다음날인 1월 31일 <조선일보>는 2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대한 비판 내용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광고주들은 다른 매체의 광고를 줄여 지상파 광고를 늘릴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광고총량제가 미디어 간 균형 발전과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용역 조사 보고서를 받고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지상파 광고총량제 강행을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략,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광고주의 81.7%가 지상파 광고비에 충당하기 위해 다른 매체에 집행하던 광고비를 줄일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더 늘리겠다는 광고주는 18.3%에 불과했다. 이는 지상파 방송광고 총량제로 전체 방송광고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조선일보> 2면·방통위, 비(非)지상파 피해(被害) 알고도 광고총량제 강행)

  ▲ 1월 31일 <조선일보> 2면  
▲ 1월 31일 <조선일보> 2면

조사 결과 80%가 넘는 광고주들이 다른 매체의 광고를 줄여 지상파 광고를 늘릴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는 보도 내용은 분명 사실이다. 보도 내용 그대로라면 그간 <조선일보>가 비판해온 그대로 방통위는 ‘지상파 편들기’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보도에서 생략한 사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국내 광고주의 81.7%가 지상파 광고비에 충당하기 위해 다른 매체에 집행하던 광고비를 줄일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국내 광고주의 80% 이상이 그동안 다른 매체에 집행했던 광고를 끌어다 지상파 방송에 줄 의사가 있다는 보도다.

그런데 KISDI 보고서에 담긴 조사 결과는 이와 다르다. KISDI는 해당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 400대 광고주(지상파 TV, 신문, 라디오) 중 지상파 방송광고 집행 실적이 있는 281개사의 광고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135개사로부터 응답을 받은 결과를 보고서에 적었는데, 이에 따르면 19%에 해당하는 26개사만이 광고총량제 도입 시 지상파 TV 광고비 지출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76%(102개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5%(7개사)는 오히려 광고비 지출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다.

이어 ‘증액 의사를 밝힌’ 응답자, 즉 19%를 상대로 광고비 조정규모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 가운데 81.7%가 여타 매체의 광고비 지출 규모를 조정해 지상파 광고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증액 의사를 밝힌 광고주’라는 표현을 생략함으로써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도 광고를 늘리지 않겠다고 밝힌 76% 광고주의 의사를 없는 사실로 만드는 동시에 광고총량제에 따른 광고 시장의 광고비 조정규모를 확대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왜 이런 보도를 했을까. 맥락을 살피기 위해선 <조선일보> 기사를 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주들의 지상파TV 광고비를 늘리기 위해 다른 광고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매체별 비중은 케이블TV·IPTV등 유료방송이 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종합편성채널(29%), 인터넷·모바일(11%), 인쇄매체(9%), 라디오(6%) 등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신문매체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대주주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라 광고를 증액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19%의 광고주 가운데 81.7%가 지상파 외 매체에서 광고를 끌어오겠다고 했다. 유료방송에 이어 빼앗길 광고 파이가 큰 종편의 대주주이자 인쇄매체인 신문의 입장에서 <조선일보>가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을 환영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 광고총량제 도입시 지상파TV 광고예산 증액 여부 및 방법 관련 광고주 설문조사 결과 ⓒKISDI  
▲ 광고총량제 도입시 지상파TV 광고예산 증액 여부 및 방법 관련 광고주 설문조사 결과 ⓒKISDI

지상파 방만 경영이 박근혜 대통령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약 미이행 탓?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는 처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월 8일과 9일, 12일 광고총량제를 요구하는 지상파 방송의 문제를 짚은 기획 시리즈 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했다. 기획 시리즈의 타이틀은 ‘자구 노력 없이 안주(安住)하는 지상파’로 각각의 부제는 ‘방만 경영’, ‘미디어 생태계 교란’, ‘외주사에 수퍼갑(甲)질’이었다. <조선일보>가 이 기획 시리즈를 게재한 시점은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1월 12일)과 방통위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등의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1월 15일)한 때다. 그런데 이때도 <조선일보>는 몇 가지 사실들을 생략하는 보도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1월 8일자 신문 1면 머리기사 ‘경영난(難) 외치면서 지상파 방만 경영’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광고총량제 도입 등 광고 시간을 늘리는 제도 개편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올렸을 때 지급하는 성과급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지급하고, 연봉이 높은 고위직 직급자의 비중을 크게 늘리는 등 방만한 경영 형태를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지상파가 이 같은 방만 경영을 해결하려는 자구 노력을 보이지 않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유선방송(SO)이나 IPTV(인터넷TV) 사업자 등 경쟁 방송 사업자의 생존 기반을 약화시키는 광고총량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3면에 ‘지상파, 도박하듯 경영…825억에 산 중계권(權), 광고매출 490억에 그쳐’, ‘KBS, 평균연봉 억대(億臺) 육박…MBC, 평직원 30%에 불과’, ‘지상파 방송의 경영 실패…정부가 뒷수습’ 등의 기사를 연이어 배치해 지상파의 방만 경영을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의 문제들은 분명 존재한다. <조선일보>의 “해외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한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봉’으로 통한다”는 표현처럼, 올림픽·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쟁으로 인한 안팎의 손실은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또 신사옥 이전과 월드컵 중계 등으로 지난 2014년 상반기에만 268억원의 적자를 본 MBC가 임원 임금을 8.5% 인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1월 8일 <조선일보> 3면  
▲ 1월 8일 <조선일보> 3면

문제는 일련의 보도 안에서도 <조선일보>는 KISDI 보고서 보도와 마찬가지로 일부 사실을 생략하고, 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논지를 펼쳤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상파 방송의 경영실패…정부가 뒷수습’ 기사를 보자.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공론의 장을 마련해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이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상파의 경영 실패를 뒷수습해주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사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약은 지상파의 방만 경영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현재 해당 공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듯 읽힌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과 여당이 많지 않은 방송 관련 공약 가운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와 내용은 전혀 다르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정책 공약집, 즉 박 대통령의 공약집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그 배경으로 “방송은 공공성을 지닌 미디어이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로 독립성, 중립성 침해 논란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공영방송의 보도·제작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해당 공약의 핵심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 여야는 국회에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선출하는 방식과 편집권 독립을 위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했지만, 조선·동아일보 등은 노사동수 편성위 구성 등의 안에 ‘편집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했다.

여당은 결국 노사동수 편성위 구성을 위한 법 개정 합의를 번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들의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이 제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조선일보>는 2년 전 스스로 반대했던 대선 공약을 앞세우고 맥락까지 비틀어 지상파의 방만 경영과 그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종편 문제는 생략, 지상파만 탓하기

또한 <조선일보>는 1월 12일자 신문 10면 기사 ‘지상파, 외주사(社)가 받은 협찬금 떼어가고 과태료 떠넘기기도’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작비는 적게 주면서 저작권은 독식하는 등 갑질을 하고 있지만 외주제작사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적은 제작비와 저작권 등의 문제는 편성권이 있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사이의 오랜 갈등 사안이 맞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비단 지상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조선일보> 등은 종편을 승인받기 전 방통위에 제출한 계획서에서 외주제작사와의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종편 출범 100일이 지난 시점이었던 2012년 2월 18일자 <한겨레> 12면에는 독립제작사협회 소속 외주제작사 대표 37인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는데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20인이 종편 출범 이후 외주제작 환경은 “더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복수 응답)로 △종편사가 제시하는 낮은 제작비(17인) △조기종영 등 일방적인 제작중단 요구(11인) △제작협찬 강요 등 제작사에 대한 무리한 요구(4인) 등을 꼽았다.

  ▲ 1월 12일 <조선일보> 10면  
▲ 1월 12일 <조선일보> 10면

또 130여개 프로그램 제작사가 속한 독립제작사협회는 2012년 3월 14일 성명을 내고 “종편이 제작과 방송 중인 외주 프로그램 공급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JTBC를 제외한 종편들은 출범 당시 약속과 달리 현재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편성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출범 초기 드라마와 음악, 공개코미디 등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했지만 낮은 시청률로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지자 대부분을 서둘러 종영시킨 결과로, 이 과정에서 수많은 외주제작사들이 손해를 봤다.

독립제작사협회가 “종편사가 자신들의 시행착오에 따른 피해를 떠넘기면서 종편 제작에 참여한 독립제작사들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비판한 이유다. 그런데 종편의 대주주인 <조선일보>가 광고총량제를 요구하는 지상파 방송을 비판하기 위해 종편의 문제는 생략하고 외주제작사와의 갈등이 지상파 방송만의 문제인 듯 읽히도록 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광고총량제 도입 등 현재 방통위가 추진 중인 광고규제 완화 정책은 논란이 많은 사안이다. 비지상파뿐 아니라 언론·시민단체에서도 프로그램 다양성과 시청권 훼손 등 여러 방면의 우려를 전하고 있다. 당사자인 지상파 방송 역시 시큰둥한 반응인데, 중간광고 없이 광고총량제만으로는 작금의 재원 위기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논의를 시작했을 당시부터 조선·동아일보 등은 1000억~2000억원의 광고비 인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계해 왔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3사를 모두 합해도 200억~3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KISDI 보고서에서도 광고 수익 증가 규모를 217억~383억원으로 예측했다.

때문에 방송계 안팎에선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작금의 방송광고 규제 완화 논의가 재원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방송광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시기 4개의 종편 사업을 승인함으로써 정글의 방송생태계를 만든 방통위가 이로 인해 가속화 한 지상파 등 방송의 위기를 막겠다며 “시장경제의 선순환이라는 명분 하에 방송의 공익성이나 공공성 등을 도외시한 마구잡이식 규제완화”(1월 2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의견서)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다. 언론단체들은 “광고총량제가 방송재원 마련과 광고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1월 29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의견서)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는 오는 10일께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와 이후의 논의에 따라 <조선일보>가 문제삼고 있는 방통위의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계획이 달라질 수도, 광고총량제 도입 이후 마지막으로 남은 규제인 중간광고를 지상파 방송에 허용할지 여부를 논의할 시점이 예상보다 더 많이 늦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이든 분명하게 남는 문제가 있다. <조선일보>가 광고총량제 도입을 주장하는 지상파 방송의 부정적인 측면을 효과적으로 ‘임팩트(Impact)’ 있게 전달하기 위해 ‘팩트(Fact)’를 생략하거나 비틀어 보도함으로써 잃어버린 저널리즘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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