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4년차 종편 제대로 육성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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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커스] 방통기본법 시행령 개정안과 종편 방발기금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과연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징수할까. 방통위는 6일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분담금 징수율 산정기준으로 방송시장의 경쟁상황 및 수익규모 추가 △소규모·적자 방송사업자에 대한 면제기준 마련 △분담금 납부통보 및 납부기한 연장 등의 내용을 담겠다고 보고했다. 방통위는 내달 말 상임위원 의결, 4월 법제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5월 초 개정안을 공포·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방발기금 분담금 징수율은 고시로 정할 문제다. 하지만 이날 방통위에서 보고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행령 개정 방향에선 그간 방발기금 징수 유예 대상이었던 종편의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분담금 면제 대상을 소규모 사업자와 광고매출 50억 이하 및 직전년도 당기순손익 적자 사업자 등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종편 출범 이후 방통위는 ‘신생아론’, ‘걸음마론’ 등을 앞세우며 종편에 대한 방발기금 분담금 징수를 유예해 왔다. 성장단계에 있는 신생 매체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동안의 방통위의 입장이었지만 설득력은 떨어졌다. 형평의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있는 탓이다. 일례로 방통위는 2007년 개국 이래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1421억원의 자본금 가운데 97.1%가 잠식당한 OBS에는 방발기금을 징수해 왔다.

그러나 방통위가 예정한대로 오는 5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종편은 더 이상 방발기금 분담금 유예 대상으로 남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법에서 면제 대상으로 정할 소규모 사업자에 종편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자 방송사업자 역시 면제 대상에 포함되나 현재 방발기금을 면제받을 정도의 적자규모, 즉 완전자본잠식 상황의 방송사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방발기금 분담금 징수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통위원 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종국엔 징수율 규모의 적절성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을 수도 있다. 극단의 가정으로, 종편이 시행령 개정안에서 정한 면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일부에서 또 다시 방발기금 분담금 징수율을 0%로, 다시 말해 또 다시 징수를 유예하는 결과를 만들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논란은 불가피하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방발기금 분담금 면제 기준을 굳이 설정한 이유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노컷뉴스

종편 관련 발언 늘어난 방통위

하지만 최근 방통위가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보를 감안할 때, 자의든 타의든 일부나마 종편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키려는 기류가 읽힌다. 일단 종편에 대한 언급이 늘고 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1월 27일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임시허가제 도입 등을 포함한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개선하고 종편 PP(채널사용사업자) 이행 점검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재허가·재승인 제도 개선은 당연히 전체 방송사업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방송계 안팎에선 JTBC를 제외한 종편이 긴장해야 할 조치라고 보고 있다. 왜일까. 최 위원장의 새해 업무계획 발표 다음날인 1월 28일자 <중앙일보>를 보자.

「최 위원장은 “기존의 ‘조건부 재허가’는 법의 취지를 정확히 살리지 못했다”면서 “재허가 심사에서 650점(총점 1000점)을 못 넘기면 임시허가를 해주고, 일정 기간 내에 조건을 달성할 경우에만 면허를 갱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조건부 재허가’ 제도만으로는 불량 방송사의 퇴출이 어렵다”며 “콘텐트 투자를 충실히 하지 않거나, 보도 프로그램을 과잉 편성하는 방송사를 현행 제도로는 적절히 조치할 수 없어 마련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중앙일보> 21면·방송 ‘임시허가제’ 도입 평가항목에 공정성 신설」

종편은 2014년 재승인 심사에서 모두 기준선인 650점을 넘긴 만큼, 당장 임시허가제의 대상으로 보긴 어렵다. 때문에 현재 주목해야 할 부분은 종편에 대한 이행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대목이다. 방통위는 종편을 대상으로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 확보에 대한 운영실적을 매반기, 그리고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 등에 대한 이행실적을 매년 점검하고 미이행시 시정명령 등의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JTBC를 제외한 종편들은 사업을 시작한 이래 ‘종합편성’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방송을 하지 않았다. 실례로 지난해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방통위에서 공개한 2013년 종편 사업계획 이행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TV조선(사업계획 24.8%→이행실적 48.2%)과 채널A(사업계획 23.6%→이행실적 43.2%)는 보도 프로그램을 사업계획에서 적시한 것보다 두 배 더 편성하고 있었다. 또 승인 당시 3년 평균 118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TV조선의 연평균 투자 금액은 318억원이었고, 채널A도 1270억원을 약속하고선 440억원에 그쳤다. “5·18 북한군 개입설”로 대표되는 편파·왜곡 방송도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이미 종편에 대한 이행점검은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해 업무계획 발표 당시 기자로부터 “현재의 점검과 제재와 달라지는 게 무엇인가. 기존에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재확인인가”라는 질문이 나온 이유로, 최 위원장은 “좀 더 노력을 기울여 챙겨보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즉, 크게 달라진 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방통위에서 재확인 한 점검 의지를 접한 방송사업자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떻든 방통위는 재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규제 당국이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의지를 그저 말로 치부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는데, 2013년 MBC 재허가 당시 “조직 안정화 방안 마련”을 권고한 방통위는 지난 2014년 11월 MBC에서 부당전보 논란이 일자 권고 이행점검에 나섰다. 또 지난 1월 또 한 번의 해고가 발생하자 “MBC 경영진이 방통위 권고를 보란 듯 무시하고 있다. MBC에서 방통위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하고, 필요시 공개적으로 해당 안건을 심의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삼석 상임위원, 2월 6일 전체회의)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편 걸음마 수준” 주장의 유효기간은?

종편에 대한 방통위의 언급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엔 종편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6일 방통위에서 발표한 2014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결과에 따르면 종편의 2013년 광고매출 점유율은 7.3%로 전년대비 2.2% 포인트 늘었다. 반면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매출 점유율은 2011년 71.2%, 2012년 66.4%, 2013년 65% 등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었고, CJ계열의 광고매출 점유율도 2013년 10.7%로 전년대비 0.7% 포인트 하락했다.

종편의 평균 시청률도 2013년 이후 모두 1%를 넘어섰고 4사 합산시청률은 6%를 넘었다. 지상파 방송의 평균 시청률이 5% 수준임을 감안할 때, 종편 4사는 현재 지상파 한 개 채널 이상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종편의 현실을 “신생아”, “걸음마 수준” 등에 비유하던 방통위의 태도로 더 이상 시청자들, 그리고 종편과 경쟁해야 하는 다른 방송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때문에 방통위의 할 일은 결국 외형은 매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특혜와 편파, 왜곡 등의 부정의 수식어를 달고 있는 종편이 책임 있는 방송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점검하고 독려하는 일이다. 방통위 설치법 제1조에 적고 있는 목적처럼 말이다.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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