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장 ‘역사 프로그램’ 개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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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특집 ‘뿌리깊은 미래’ 문제 삼으며 “우매한 제작진·친북” 발언

▲ 이인호 KBS 이사장 ⓒ뉴스1
편향된 역사 인식 논란으로 선임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이인호 KBS 이사장이 광복 70주년 특집 프로그램에 대한 토론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려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KBS 본관에서 열린 제812차 임시이사회에서 이 이사장은 지난 7일 방송된 <광복70주년 특집-뿌리깊은 미래 1편>(이하 뿌리깊은 미래)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으며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진에 대해 ‘우매하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PD협회(회장 안주식)가 12일 낸 성명서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 ‘<뿌리깊은 미래>의 내레이션 중 북한의 입장에서 쓴 듯한 내용이 있다’며 해당 방송을 보고 오라는 요청을 이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외부에서 <뿌리깊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고 일부는 수신료 거부 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며 이같은 의견을 KBS에 전달해야 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이사회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과정에서 이 이사장은 ‘우매하고 부족한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여론을 전달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른 이사들이 이사회는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해 해당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토론은 이날 진행되지 않았다.

이같은 이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KBS PD협회는 12일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KBS PD협회는 “역사인식을 이유로 이사회에서 프로그램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라며 “이인호 이사장의 폭력적이고 잘못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리”라며 비판했다.

KBS PD협회는 “<뿌리깊은 미래>는 해방 후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져온 민초들의 고난한 삶을 위로하고 현재의 우리가 그 고생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이 자리에까지 왔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해방공간의 정치적 역학관계나 국제관계, 북한의 상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민초들의 시각으로 구성돼 거시적 역사 평가 자체가 시도되지 않았는데도 북한이라는 이념 잣대를 들이대려 했다”며 “이는 이사장이 전형적인 레드콤플렉스 색안경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재단하는 왜곡된 역사인식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인호 이사장은 이사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전체 KBS 프로그램 내용의 최종 책임 프로듀서인양 행동하고 사고하고 있는 것”이라며 “프로그램 내외부의 외압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를 프로그램 개입과 이념 전쟁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사고”라고 꼬집었다.

KBS PD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자신만의 역사관을 계속 주장할 것인가? 이사회는 프로그램 개입의 도구가 되어야하는가? 이러한 행위가 KBS의 위상을 나락으로 빠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라며 이 이사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다음은 KBS PD협회 성명 전문.

이인호 이사장의 도를 넘은 프로그램 개입

어제(11일)열린 이사회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토요일(7일) 방송된 <광복70주년 특집 뿌리깊은 미래 1편> 프로그램의 내용에 관해 토론할 것을 주장하며 ‘우매한 제작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우매하고 부족한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여론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장 발언의 요지였다. 다행히도 이사회는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다른 이사들의 잇따른 발언으로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토론이 이사회에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어제의 이사회는 이인호 이사장의 잘못된 그리고 어쩌면 무서우리만치 폭력적인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오전 모든 이사들에게 전달된 이사장의 전언. <뿌리깊은 미래> 프로그램을 면밀히 보고 이사회에 참석해달라고 이사장의 요청이 사무국을 통해 이사들에게 전달됐다. 그 이유를 묻는 이사들의 질문에 프로그램 중 ‘북한의 입장에서 쓴 듯한 나레이션이 있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 이사회에서는 ‘외부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많고 일부는 수신료 거부 운동까지 거론하고 있으므로 회사에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여론을 이유로 <뿌리깊은 미래>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시도했다. 이는 결국 <뿌리깊은 미래> 프로그램에 친북한적인 역사인식이 포함돼 있으므로 이를 이사회에서 적시하고 개입하겠다는 의도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뿌리깊은 미래> 프로그램은 기획의도와 그 실제 방송이 공히 해방 후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져온 민초들의 고난한 삶을 위로하고 현재의 우리가 그 고생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이 자리에까지 왔음을 자랑스럽게 보여준 다큐멘터리였다. 그렇다보니 당시 해방공간의 정치적 역학관계나 국제관계는 전혀 나오지 않고 심지어 북한의 상황도 전혀 언급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구성자체가 민초들의 시각으로 구성돼 거시적 역사 평가 자체가 시도돼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함에도 이사장은 이러한 프로그램에마저 북한이라는 이념 잣대를 들이대려 시도했다. 이는 이인호 이사장이 전형적인 레드콤플렉스의 색안경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재단하는 왜곡된 역사인식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백보 양보해 시중에 그러한 여론이 있다는 사실만을 전달하려 했다면, 이인호 이사장은 이사회가 아니라 KBS시청자 위원회에 제보하는 선에서 그쳤어야 한다. 바로 그런 여론 수렴과 평가를 위해 존재하는 기구가 시청자 위원회이다.

이사장의 왜곡된 이사회에 대한 시각은 ‘우매한 제작진’이라는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인호 이사장은 자신의 이사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전체 KBS 프로그램의 내용의 최종 책임 프로듀서인양 행동하고 사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라는 회의가 이러한 프로그램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프로그램의 내외부의 외압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를 프로그램 개입의 그리고 이념 전쟁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사고에 다름 아니다.

작년 초 우리는 아베총리의 측근인 모미이 일본 NHK회장의 ‘위안부는 어디에나 있었다’라는 발언 뉴스를 통해 공영방송에서 왜곡된 역사인식을 가진 수장이 임명되면 얼마나 큰 위상의 추락을 가져오는 지 여실히 보았다. NHK는 결코 아시아를 아우르는 강력한 공영방송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모미이 회장이 역사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하려 했다는 뉴스는 들리지 않는 것이 NHK로서는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이제 이인호 이사장은 답해야 한다. 이사회를 통해 자신만의 역사관을 계속 주장할 것인가? 이사회는 프로그램 개입의 도구가 되어야하는가? 이러한 행위가 KBS의 위상을 나락으로 빠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2015년 2월 12일
KBS 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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