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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자유지수 하락의 이유

[위클리포커스] 기자 때리겠다는 정치인도 득세하는 현실 김세옥 기자l승인2015.02.16 1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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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나, 언론인… 지금 이래 살아요.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언론인들을) 교수도 만들어 주고 총장도 만들어 주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이다. 앞서 기자들과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말 한 마디면 방송 패널의 출연 유무도, 기자 생명도 좌지우지 하는 게 가능하다며 “정신이 혼미해” 자랑인지 협박인지 모를 얘기들을 뱉었던 이 후보자는 지금 야당과 여론으로부터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만신창이가 된 채 국회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국제 언론인 인권단체이자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015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발표했다. 한국은 180개 조사 대상 국가 중 60위였다. 지난해엔 57위였다. 세 계단 아래로 떨어졌을 뿐이니, 어쩌면 혹자에겐 별 일 아닌 듯 보일 수도, 또 어쩌면 중간은 되잖아, 라며 적당한 위안을 하며 넘어갈 수 있는 일일 지도 모른다.

 

  ▲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2015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국 180개국 가운데 60위를 차지했다. ⓒ국경없는기자회  
▲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2015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국 180개국 가운데 60위를 차지했다. ⓒ국경없는기자회

그러나 사실 이런 하락은 별 일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국경없는기자회가 언론자유지수를 처음 발표했을 당시 한국은 39위로 출발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한 2006년엔 3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첫 해(2008년)를 평가한 2009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69위로 두 배 이상 추락했다. 이후 2011년 42위, 2012년 50위로 한 번 떨어진 순위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를 평가한 2014년 발표를 보면 언론자유지수는 57위로 또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올해 발표에서 60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여당과 정권은 이런 하락의 이유를 여전히 알지 못하는 듯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완구 후보자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언론에 대해 “일부 기자들과 사석에서 나눈 사담은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라는 게 취재의 ABC”(2월 10일,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라며 ‘언론학 강의’를 하는가 하면, 여전히 이완구 후보자 카드로 버티는 걸 보면 말이다.

때문에 <PD저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현재까지 정부·여당이 그동안 드러낸 언론관을 스스로 복기할 수 있도록 그때 그 순간, 그 발언들을 되짚는다. 잎새에 이는 바람 정도로는 괴로워하지 않았던 이들이 이렇게 복기한 순간들에 괴로워할지는 모르겠지만.

▪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 대변인이 판단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대변인이었던 윤창중 대변인은 2013년 1월 6일 인수위 워크숍 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않았다. “영양가가 없다”는 이유였다. 당시 윤 대변인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를 보자.

「“나도 정치부 기자와 논설위원을 30년간 해왔습니다만….” 윤창중 대변인이 자주 하는 말이다. 그는 6일 인수위원 워크숍이 끝난 뒤 브리핑에선 기자들의 물음에 “영양가 없는 내용이니 신경 쓰지 마시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기자들이 “판단은 우리가 한다”고 항의하자 “영양가가 있느냐 없느냐는 대변인의 판단”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인수위가 가동된 첫날이었지만 그의 브리핑은 꼭 3분 걸렸다. (2013년 1월 8일 <중앙일보> 8면)」

언론계 경력 30년인 대변인에게 ‘별 영양가도 없는’ 내용들을 브리핑 해달라고 하는 기자들은 새파랗게 어린 후배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잊어선 안 될 부분은 그가 더 이상 기자도, 논설위원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마다의 언론사를 대표해 인수위 취재에 나선 기자들을 후배로 여기며 기사의 중요도 여부를 판단할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계 출신 정치인들이 이런 식으로 기자들을 후배 보듯 아래로 내려다보기 시작하면 국민의 알 권리는 소홀해질 위험이 크다. 언론계 경력 30년에도 이런 기본을 모르는 윤 대변인은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발탁돼 승승장구 하는 듯 보였으나 대통령 첫 방미 일정 중 성추행을 하고 도망치듯 청와대를 떠났다.

▪ “여러분이 요청한 걸 취재해 알려드리면 제 이름으로 써 달라.”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김행 대변인은 2013년 4월 3일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언론의 청와대 보도와 관련한 요청을 하나 했다. 당시 김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한 <국민일보> 기사를 보자.

「김행 대변인은 3일 기자실로 찾아와 자신이 직접 작성한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읽었다. 그는 “최근 청와대 관계자 명의로 확인 안 된 기사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청와대가 논의한 적도 없고 심지어는 대통령 생각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이런 명의로 자주 나오는데 이는 청와대는 물론 해당 언론사 신뢰마저 손상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는 관계자 명의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이런 기사는 청와대와 무관함을 명백히 밝히며 당연히 책임질 수도 없다”고 했다. “여러분이 요청한 걸 취재해 알려드리면 제 이름으로 써 달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2013년 4월 4일 <국민일보> 6면)」

‘관계자’라는 익명의 표현은 언론 입장에서도 지양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정권의 대변인이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하는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며 앞으로는 자신에게 요청하면 취재해 알려드리겠다고 하는 건 다른 문제다. 대변인이 대신 취재를 해준다면 기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변인이 대신 취재해 전달해주는 내용이 과연 언론이 밝히고자 한 ‘진실’에 가까울 수 있을까.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기사 엉터리로 쓰면 나한테 두드려 맞는다.”

기자들 앞에서 노출한 왜곡된 언론관으로 탄탄대로인 듯 보였던 국무총리 인준 길에 브레이크가 걸린 이완구 후보자 구하기에 앞장서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언론 겁박의 전례가 있다. 지난 2013년 자신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대선 전 입수 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향해 폭언을 퍼부었던 것. 당시 김 대표의 발언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자신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대선 전 입수 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향해 폭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중략)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기자들이 대화를 나누던 중에 술에 취한 채 합석했다. 유 수석이 기자들을 편하게 호칭하는 김 의원에게 “기자들에게 ‘야 이놈들아’ (하고 부르는 것) 이게 통한다는 게 저는 너무 이상하다”고 하자, 김 의원은 “다 아들, 딸(뻘)인데”라며 기자들에게 소속 언론사를 물었다.

<뷰스앤뉴스> 기자가 자신의 소속을 밝히자, 그는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 기사를 쓴 김아무개 기자의 이름을 거명하며 “그 놈은 나쁜 놈이다, 그 새끼 따라하면 안 된다”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그는 “그놈은 새누리당을 파괴하려고 나타난 놈이다, 언론으로서 옳지 못해, 나쁜 놈이야”라며 주변 기자들에게 “얘하고 가까이 하지 마, 가까이 하면 내가 기사 안 준다”고까지 말했다.

또 “기사 잘 써야 돼, 기사 엉터리로 쓰면 나한테 두드려 맞는다”면서 <뷰스앤뉴스> 기자를 향해 “너 잘해, 너 김OO 가까이 하지만 그 새끼 나쁜 놈이야, 기자 생명이 없는 거야, 김OO한테 나와 관련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놈은 인간쓰레기야”라고 말했다. (2013년 10월 2일 <오마이뉴스>)」

정치인도 사람이니 불편한 기사를 쓴 기자(언론사)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품을 수도, 해당 기자(언론사)에 항의하고 중재의 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당시 기자들을 향해 두드려 패겠다는 협박을 했다. 술자리에서, 그의 말마따나 ‘아들 딸’ 같은 기자라 편히 말했다 하더라도 문제일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그의 눈엔 ‘아들 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엄연히 자신이 속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맘에 들지 않는 언론은 두들겨 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김 대표의 인식이나 맘에 들지 않는 보도를 한 기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완구 후보자, 대체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궁금증. 기자들을 향해 이놈 저놈하며 막말과 반말을 하며 협박성 발언을 내뱉는 김 대표와 끝까지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있던 기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 “한 번 도와주소. 지금은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할 때.”

지난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교통사고 사망자와 비교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KBS 보도국장이 안팎의 해임 요구 속 폭로를 했다. 청와대로부터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 비판 자제 요청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까지 불렀던 이 폭로 속 외압의 주체로 지목된 이는 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당시 이 수석의 해명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를 보자.

「청와대는 19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한 KBS 뉴스 보도에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KBS 내부 폭로에 대해 다른 언론사들에도 ‘비판보다 구조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협조를 호소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정부 쪽으로부터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힌 데 대해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지금은 절박하게 구조가 먼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특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수석은 세월호 참사 엿새 뒤인 지난달 22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 번 도와주소.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 삼는 것은 좀 지난 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금은 사투하는 저들을 격려하고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할 때”라고 주문했다. 특별히 KBS만을 상대로 구체적인 보도를 주문한 것도 아니고, 당시엔 생존자 구조가 절박하므로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때라고 언론에 호소했다는 것이다. (2014년 5월 20일 <경향신문> 6면)」

이 수석 입장에선 그저 기자들을 향해 읍소를 했을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청와대가 언론에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와 관련해 비판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사실상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게다가 김시곤 전 국장은 당시 KBS 기자총회에 참석해 “길환영 사장이 ‘해경은 비판하지 말라고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길 사장이 ‘청와대에서 국장을 그만두라고 연락이 왔다.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 대통령 뜻이다’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말했다. 방송법에서 규정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제4조)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한숨을 쉬고 있다. ⓒ뉴스1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한숨을 쉬고 있다. ⓒ뉴스1

▪ “언론인들, 김영란법에 당해봐.”

오늘(16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언론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여권 인사들의 부적절한 인식의 대표 격이다. 이 후보자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를 보면 이렇다.

「이날 공개된 녹음 내용을 들어보면 이 후보자는 자신이 언론인들을 대학에 취직시켜줬다며 으스대는 대목이 있다.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며 자신과 친하게 지내면 ‘한자리’를 보장해준다는 듯한 인상을 풍긴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을 제기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기자들을 손보기 위해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며 ‘협박’했다. 그는 “(기자)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서, 당신들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접대를 받아)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라고)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김영란법을 통과시켜버려야겠어. 이제 안 막아줘. 이것(언론)들 웃기는 놈들 아니야…,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라고 말했다. 2015년 2월 11일 <한겨레> 3면」

앞서 KBS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비판적인 패널을 뺐으며, 또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기자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언론에 가하는 외압을 “인간적인 관계”에 따른 결과로 포장하고도 이를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는 이가 여당의 원내대표였고 국무총리 후보자다. 여당이 결집해 그를 국무총리로 만들지 결과 여부를 떠나 중요한 문제가 있다. 언론을 언제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이들이 여당만이 아니라 정부와 정파를 떠난 국회 곳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 대해 대부분은 침묵하는 언론들까지. 한국의 언론 자유 하락엔 이유가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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