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특집 프로그램이 싫다면? 지난 TV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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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톡으로 보는 추천 리스트

2015년 설 연휴.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지상파를 비롯한 여러 방송사에서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해 놨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마련한 특집 프로그램이 보기 싫은데 무엇을 봐야 할 지 모르겠다면? 혹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때 소외당하기 싫다면? 길고 긴 5일 연휴 동안 어떤 프로그램을 ‘정주행’하고 싶다면?

<PD저널> TV 리뷰 코너 ‘어젯밤 톡’을 통해 프로그램 속 다양한 의미를 짚어보면서 몇 가지 프로그램에 대한 다시보기를 추천해 본다. (사진을 클릭하면 각 프로그램에 대한 <어젯밤 톡>을 보실 수 있습니다.)

*스크롤 압박이 싫으신 분들을 위한 검색어 안내. <킬미 힐미>, <전설의 마녀>, <냉장고를 부탁해>, <힐러>, <투명인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SBS스페셜: 쇼에게 세상을 묻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뉴스룸>, <작정하고 본방사수>, <속사정 쌀롱>, <블러드> 이상 12개.

■MBC 수・목 드라마 <킬미 힐미>(연출 김진만, 극본 진수완, 18일 13회 방송) :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 인격 재벌 3세와 그의 비밀 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차 여의사의 힐링 로맨스 드라마.

▲ MBC <킬미 힐미>. ⓒ화면캡처
“뭘 안다고 잘난 체야.”(안요섭)

옥상 난간 위 아슬아슬 서있던 안요섭(지성)은 여러 인격들과 함께 죽기로 결심한 자신을 설득하려 하는 오리진(황정음)에게 이렇게 말한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결국 누군가의 슬픔 앞에 아무런 힘도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쉬운 위로와 격려의 말이 아닌 옆을 지켜주는 일이다. 그래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면 때때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아주자. 당신 곁에 내가, 우리가 있음을 잊지 말라고. (1월 29일 8회 ‘요나는 절대 놓치면 안돼요!’ 중)

▲ MBC <킬미 힐미>. ⓒ화면캡처
“네가 가진 상처 말이야. 이제… 차군과 조금만 나눠 가지면 안 될까?”(오리진)

자신에게조차 꺼내놓기 두려운 상처를 다른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차도현에게 신세기는 자신이자, 한편으로는 다른 누군가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이자 타인인 차도현과 신세기는 ‘누구나’를 대변한다.

그런 ‘누구나’에게 오리진은 상처를 나누라고 말한다. ‘왜 그래야 하는데’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신세기. 그런 신세기에게 오리진은 말한다.

“그럼… 신군도 차군도 둘 다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2월 11일 11회 ‘나에게 니 매력을 어필해봐’ 중)

▲ MBC 주말 드라마 <전설의 마녀>. ⓒ화면캡처
■MBC 주말 드라마 <전설의 마녀>(연출 주성우, 극본 구현숙, 2월 21일 35회 방송) : 청주여자교도소 2층 10번 방에 수감된 네 명의 수형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더 이상 납품을 하지 말라뇨? 혹시 저희 빵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마법의 빵집보다 훨씬 단가를 낮게 해주는 빵집이 있다고 위에서 거기랑 계약하라는 지시예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드라마의 초점이야 대기업의 횡포가 아닌 질투심에 사로잡힌 주희의 악행에 맞춰져 있지만, 이 작은 에피소드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아픈 단면을 본다.

여기서 씁쓸한 사실 하나. 수인이 운영하는 ‘마법의 빵집’ 간판에는 낯익은 로고가 그려져 있다. 대한민국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제과업체의 로고다. 드라마 속에서는 대기업의 횡포에 당하는 서촌의 작은 동네 빵집이지만, 사실 ‘마법의 빵집’은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의 PPL일 뿐이다. 아이러니하다. (2월 1일 30회 ‘불이 났던 그날밤 일이 생각났어요’ 중)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화면캡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월 오후 9시 40분 방송) : 셰프와 요리 고수들로 구성된 여섯 명의 게스트들이 직접 자신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가지고 나와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

“자취생이 혼자 간단하게 먹을 때 자존감이 무너질 때 있잖아요. 라면 먹고 찬밥 말아먹고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이럴 때요.”

송로버섯 꿀, 마살라, 민트젤리, 코코넛 밀크.… 배우 김민준의 냉장고에는 흔치 않은 식재료들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자취생의 자존감이란 얼마나 희귀한 식재료와 비싼 식기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일까. 김민준의 말에 ‘폭풍 공감’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건, 송로버섯 꿀과 마살라를 냉장고에 넣어놓을 수 없는 자취생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는 자취생의 자존감은 필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시간적, 금전적으로 라면 끓여먹을 여유도 없는 자취생들은 어디서 자존감을 찾아야 하나? (2월 2일 배우 김민준, 개그맨 허경환 편 중)

▲ KBS 월화 드라마 <힐러>. ⓒ화면캡처
■KBS 월화 드라마 <힐러>(연출 이정섭・김진우, 극본 송지나, 2월 10일 종영) : 정치나 사회정의 따위는 상관없이 살아가던 젊은이들.. 이들의 부모세대가 물려준 세상과 맞짱 뜨면서 자신과 세상을 치유해가는 통쾌하고 발칙한 열혈로맨스.

“남들처럼 사는 거, 어렵나?”

“그렇게 살고 싶어? 남들처럼?”

서정후가 평범한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것은 채영신의 곁에 머물고 싶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평범하게,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 남들처럼 살기 위해 겪어야 할 모든 어려운 일들은 그 소박한 꿈을 위한 대가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대가로 치러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소박한 꿈을 이루기 힘든 요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2월 3일 방송 중)

▲ KBS 2TV <투명인간>. ⓒ화면캡처
■KBS 2TV <투명인간>(수요일 오후 11시 방송) : 직장인들을 위해 MC와 게스트가 뭉쳐 한 직장을 찾아가 그들과 신나는 투명인간 놀이를 펼치는 프로그램.

“사장님은 사장님이 아니십니다. 아버지이십니다.”

“새로운 종교이십니다.”

“사장님은 심장과도 같습니다.”

아부의 향연. 아부 멘트가 한 마디씩 떨어질 때마다 출연자들은 박수치고 웃고 난리가 난다. 이들은 물밑작업 중이다. 잠시 후 사장님을 웃기거나 감동시켜서 ‘딩동댕’을 받아내야 한다. ‘딩동댕’을 받으면 5일 포상휴가와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들의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라는데, 저 웃음이 진짜 웃음인건지 갸우뚱해진다. (2월 4일 방송 중)

▲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화면캡처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목요일 8시 55분 방송) :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6mm디지털카메라로 밀도 있게 취재, 독특한 구성과 나레이션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

“힘들죠. 온종일 앉아있다 보니까 허리, 팔, 모두 아프지, 안 아픈 데가 있겠어요?”

“그래도 계속 하시잖아요?”

“아유, 좋으니까 하는 거죠.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 거면 못해요.”

저토록 환하고 행복한 모습이라니.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열정! 그래, 열정은 청년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지. 얼굴에 떠나지 않는 그 미소를 보다 보니 일흔의 어르신이 부러워진다.

손익수 씨는 “내가 살아있는 한 끝까지 그릴 것”이라고 말한다. 죽을 때까지 놓지 않고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까. 멋진 늦바람이다. (2월 5일 방송 중)

▲ SBS . ⓒ화면캡처
■SBS <SBS스페셜: 쇼에게 세상을 묻다>(연출 김종일, 글·구성 신진주, 8일 1부 방송, 15일 2부 방송) : 각 국의 TV 쇼 프로그램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

“미디어는 완전히 자유롭습니다. 정부당국이나 권력기관이 콘텐츠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간섭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금기사항들은 언제나 그걸 정면으로 다루면 그로 인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빔 베커스 네덜란드 심의등급기관 NICAM 국장)

네덜란드 TV 쇼(Show), 그것도 공영방송사(BNN)의 한 쇼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TV에서는 볼 수 없는 마약, 욕설, 성, 폭력 등을 담은 내용이 허용된다. 이유는 하나. “미디어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TV에는 ‘성역’이 없다. 대신 ‘자유’가 있다.

“언론에 대한 검열과 터부가 없다”는 네덜란드의 언론 자유 순위는 1위(프리덤하우스* 2014 언론자유지수 기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지닌 미국은 30위, 일본은 42위다. 한국은 지난 2013년보다 4계단 하락한 68위. 이른바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돼 있다. (2월 8일 방송 중)

▲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화면캡처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월요일 오후 11시 15분 방송) : 몸과 마음의 치유를 뜻하는 '힐링' 콘셉트에 맞춰 탁 트인 야외에 1일 '힐링캠프'를 만들고 스타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프로그램.

눈물, 눈물, 눈물…….

엄마가 보고 싶다는 아이의 전화를 받고 애타는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 엄마. 아이가 곤히 잠든 지난 밤, 엄마는 뜬 눈으로 밤새 펑펑 울었다. “이럴 때는 너무 미안한 거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며느리 특집’(2월 9일 방송)에 나온 박은경 SBS 아나운서가 눈물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울음을 참아가며 이야기하자 세 아이의 엄마인 슈의 눈물샘도 폭발했다. 촬영장에 있던 작가들도 누구 하나 빠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들 모두 ‘엄마’이기 때문이다. (2월 9일 방송 중)

▲ JTBC <뉴스룸>. ⓒ화면캡처
■JTBC <뉴스룸>(매일 오후 8시 방송) :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메인 뉴스.

“그날 기자 네 분과 김치찌개를 먹는 자리였다. 편안한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1시간 반 동안 ‘(정신이) 대단히 혼미한 상태’에서 얘기했다. 저의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부동산 투기의혹, 고급아파트 단타 매매, 황제 특강 논란, 본인 및 차남 병역 비리 의혹, 삼청교육대 핵심 역할 의혹, 박사학위논문 표절 의혹 등 하루가 멀다하게 불거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과 논란들. 그리고 이를 덮기 위해 언론을 겁박한 국무총리 후보자. 그러나 이에 대한 해명은 “정신이 혼미해서….”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2월 10일 방송 중)

▲ KBS 2TV <작정하고 본방사수>. ⓒ화면캡처
■KBS 2TV <작정하고 본방사수>(6부작, 2월 12일 종영) :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아니 근데, 이 사람들이 감만 잡으면 좀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즐거운 백수 권혁봉)

“한 2~3편 정도는 걸릴 거야. 감 잡으려면.”(청년 CEO 이현성)

“감 잡고 요렇게 하면 재밌겠구나 하는 것도 있고.”(즐거운 백수 권혁봉)

TV 속 사람들이 TV를 본다. 그리고 우리는 TV를 보는 사람들을 다시 TV를 통해 본다. 시청자가 시청자를 관찰한다. TV를 보고 가감 없이 내뱉는 시청자들의 비평을 보면서 그 비평을 다시 비평한다.

평소 ‘시청자’인 우리의 행태를, 타인을 통해 우리를 관찰하는 셈이다. 낯설고도 기이한 경험. 시청자 역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감을 잡으면 괜찮을 거 같다. 그렇게 <본방사수>에 대해 감 잡을 만 했더니 ‘종영’이란다. 물론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정규 편성이 될 가능성도 있다. (2월 12일 방송 중)

▲ JTBC <속사정 쌀롱>. ⓒ화면캡처
■JTBC <속사정 쌀롱>(일요일 11시 방송) : 사람들의 속사정을 들어주는 토크쇼 프로그램.

“소셜커머스 사업을 할 때인데, 기자와 한시간 인터뷰를 하고 나간 뉴스를 보니, ‘소셜커머스 이래도 되나’는 이야기였다. 매출이 크게 줄었다. 기자에게 전화해서 ‘뭐하는 거예요’라고 물어보니 장동민씨 사업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발뺌을 하더라.”

‘스스로 호구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가요’를 주제로 한 토크에서 언론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가수 강남이 ‘열심히 한 일이 남을 위한 일이었을 때’를 ‘호구의 순간’으로 꼽은 뒤였다.

사회 곳곳의 ‘갑질’을 폭로하는 보도가 연일 신문과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언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호의적이지 않다. 호구를 양산하는 ‘진상 언론’으로 낙인찍히기 전에 언론도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 (2월 15일 방송 중)

▲ KBS 2TV 월화 드라마 <블러드>. ⓒ화면캡처
■KBS 2TV 월화 드라마 <블러드>(연출 기민수, 극본 박재범, 2월 16일 방송 시작) :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생명의 존귀함과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뱀파이어 외과의사의 히어로 스토리.

“너가 너 자신을 구원하리라고 믿는다.”

흥미로운 조합이다. 뱀파이어와 의학 드라마의 결합이라니. 첫회부터 볼거리도 풍성했다. ‘지상파 첫 뱀파이어물’, ‘국내 최초 판타지 의드’라는 수식어답게 현란한 CG와 화려한 액션, 긴박한 수술 장면이 쏟아졌다.

복병은 <블러드>의 주역들이다. 박지상의 부친이 어린 박지상에게 남긴 “너가 너 자신을 구원하리라고 믿는다”는 대사는 초고속으로 안방극장 미니시리즈 주연으로 발탁된 안재현과 여주인공을 맡은 구혜선에게도 유효한 듯 싶다.

어색한 표정과 분명치 않은 발성을 극복하진 않고선, KBS가 첫방을 앞두고 기대한 “구멍 없는 연기력으로 극중 박지상의 신비로운 이미지와 100% 싱크로율”, “구혜선이 보여줄 시너지 효과” 대신에 ‘발연기’ 논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2월 15일 방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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