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차트 위협하는 라디오 PD 추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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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차트 위협하는 라디오 PD 추천 음악
[PD저널 귀성길 특집 BGM]
  • 정리= 김세옥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02.17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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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끼어 있어 무려 5일이나 되는 은혜로운 설 연휴가 시작됐다. 연휴 기간이 긴 만큼 정체는 어느 정도 분산될 지 모른다. 하지만 어찌됐든 장시간 운전대를 잡고 있거나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귀성길. 차 안에서의 긴긴 시간과 제대로 ‘밀당’ 하지 못하면 반가운 가족 친지들을 만나러 가는 길, 내 안에 숨어 있던 ‘신세기’ 혹은 ‘하이드’가 튀어나와 거칠게 악셀레이터를 밟을 수도, 핸들을 피자 도우 만들 듯 돌릴 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라디오 PD들이 나섰다. 이들이 처방한 음악이라는 진정제를 소개한다. 스스로에겐 즐거움을, 음악가들에겐 저작권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편집자>

■일기예보 3집 ‘좋아좋아’-5.5.5(1996년) / 허각 1st 미니앨범-‘하늘을 달리다’(2010년)- 경기방송 <뮤직브런치> 반승원 PD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게 얼마 만이예요/ 안녕히 가시라는 서울특별시의 말씀/ 뒤로 하고/ 떠나요/ 난 떠나요/ 사차선의 푸른 하늘/ 내 가슴이 확 트이네/ 무작정 떠나오길/ 꽤 참 잘했어”

귀성길은 어쩌면 일상으로부터 떠나오는 일종의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망설이던 이들에게 달력이 빨간 날로 표시해주며 배웅해주는 여행. 게다가 그 여행의 끝에선 우리를 간절하게 기다려 준 가족들도 만날 수 있지 않나. “세상만사 모두 잊고 난 떠나요”라는 일기예보 노래 속 신나는 가사와 멜로디가 고향으로 향하는 설렘에 흥겨움을 더하니, 특히 운전하는 자신을, 또는 누군가를 위해 센스 있게 준비하면 좋을 음악이다.

여기에 하나 더. ‘하늘을 달리다’는 원래 가수 이적이 쓰고 부른 곡이지만 <슈퍼스타K>(Mnet)에서 이 노래를 불러 주목받은 허각 버전도 좋다. 꽉 막힌 도로는 답답하겠지만 하늘을 달리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하시길 바란다.

■에이템포(A.Tempo) ‘청춘’-얘얘(2014년) -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주용진 PD

장덕의 ‘얘얘’ 리메이크 곡이다. 즐거운 멜로디의 원곡에 팝 밴드 에이템포가 발랄함과 귀여움을 첨가해 만든 곡인 만큼 부모님에겐 익숙한 멜로디로, 자녀에겐 인디 팝 밴드의 산뜻한 익숙함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노래를 듣는 동안 차 안의 가족이 자연스레 미소를 지으며 서로 눈을 마주치는 역사가 일어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존 덴버(John Denver) 'Poems, Prayers and Promises'-Take Me Home, Country Roads(1971년) / 진 레드파스(Jean Redpath) ‘Leaving The Land’-Maggie(1991년) - CB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배미향 PD

귀성길엔 역시 고향과 부모님을 떠올리는 노래 아닐까. 그래서인지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는 명절 때 신청곡으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곡이다. “Country road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시골길이여, 나를 집으로 데려가 주오, 내가 속한 그 곳으로. 엄마 같은 산이 있는 웨스트버지니아 고향으로, 나를 데려가 주오. 시골길이여.)” 노래 가사 속 “웨스트버지니아”에 고향의 명칭을 바꿔 넣어 목청껏 따라 불러 보는 건 어떨까.

고향집 가까이에 도착하면 더더욱 그리워지는 어머니, 부모님. 이 순간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진 레드파스의 매기. 어머니를, 부모님을 생각할 때 듣기 좋은 곡이다.

■‘말놀이 동요집’(2011년) / 인우 ‘iN'oowha(寓話)’-닭 쫓던 개(2009년)- YTN FM <지식카페> 김우성 PD

귀성 길에 오르는 건 어른만이 아니다. 긴긴 시간 차 안에서 버텨야 하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힘들면 가족 모두의 귀성 길은 더 힘들어진다. 때문에 센스 있게 준비하는 눈높이 말놀이 동요집. 가수 비와 박지윤, 백지영 등의 히트곡을 만들고 아이돌 힙합 그룹 방탄소년단을 이끌고 있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방시혁과 최승호 시인의 동시가 만나 탄생한 이 말놀이 동요집은, 놀라지 마시라, 바로 ‘뽀통령’ 뽀로로도 이긴 동요집이다. 아이 없이 들어도 좋다. 어른도 웃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인데다 언어 감각 향상이라는 보너스도 있다. 아이의 마음으로 부모님을 뵈러 가길. 우리는 부모 앞에서 언제나 아이 아닌가.

인우의 ‘닭 쫓던 개’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만하다. 전통과 록(Rock)의 저항정신, 그리고 해학이 총합된 시원한 명절맞이 속 풀이 곡이다. 단, 끝 부분 가사(“아유 둘이 시집 장가 가 가지고 잘 산디야. 얼마 전에 새끼도 놓다드만”)를 욕설로 오해하지 마시길.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ost’ - Chipi Chipi(Gustavo Santaolalla, 2004년) / Alex Fox ‘Fox Trio’-Desperado (2001년)- 경인방송 김경옥 PD 

꽉 막힌 고속도로 위, 귀성·귀경길은 늘 힘겹다. 답답한 도로 위에서 조금씩 짜증이 몰려온다면 이 곡을 추천한다. 혁명가 체 게바라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그린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속에서 들려왔던 음악 Chipi Chipi. 청년 체 게바라가 칠레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장면에서 나온 곡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깨가 들썩거려지고 발로 박자를 맞추게 되는 이 곡을 추천한다. 

Desperado,  아르헨티나 출신 뮤지션 alex fox가 그의 두 아들과 결성한 fox trio의 곡이다. 경쾌한 플라멩코 기타 선율에 몸을 흔들흔들 거려도 좋을 음악.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면서 조금은 익숙해진 이곡으로 귀성·귀경길의 피로를 날려버시리길 바란다.

■god ‘Chapter 1’-어머님께(1998년) / 조경옥 ‘잘 지내시나요’-잘 지내시나요 / 듀스 ‘Rhythm Light Beat Black’-여름 안에서(1994년) - YTN FM 박준범 PD (<YTN 와라 스포츠!> 등 연출)

설 연휴에도 이 땅의 어머니들은 자식 걱정뿐이다.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할 텐데, 하는 일 잘 돼야 할 텐데,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야 할 텐데. 이런 때라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god의 ‘어머님께’를 들어보면 어떨까.

입춘이 지났다고 하지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때다. 하지만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귀성길, 신나는 여름휴가를 떠올리며 차가 좀 막혀도 즐겁게 가자. 1990년대 우리의 여름날을 책임졌던 듀스의 ‘여름 안에서’와 함께.

여러모로 복잡한 사회다. 긴 연휴 마냥 들뜨기 보단 그간 일상에 쫓기며 미뤄뒀던 생각도 해보는 당신,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권한다. 지금, 우리는 잘 지내고 있는 게 맞을까 한 번 돌아보자고. 조경옥의 ‘잘 지내시나요’가 당신의 생각의 순간을 도울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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