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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란 이름으로 정년…그것도 욕심이었나 봅니다”

[인터뷰] 취임 앞둔 김환균 언론노조 신임 위원장 박수선 기자l승인2015.02.22 22: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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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균 언론노조 8대 위원장이 내달 2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한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연출, <PD수첩> 팀장 등을 거쳤으며 한국PD연합회장도 역임한 MBC 고참 PD다. 지난해 10월까지 <다큐스페셜>팀에서 명성왕후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 욕심을 줄이고 후배들의 ‘소방수’ 역할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때까지만해도 언론노조 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될 줄 몰랐다.

언론계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노조위원장 ‘구인난’의 여파가 컸다. 지난 ‘MB정부’ 때부터 나타난 언론탄압과 노조 기피와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은 늘 위기였지만 노조 활동의 침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 위원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해직언론인 문제, 공영방송 정상화 등이 그의 앞에 놓여 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내 연차 정도 되면 후배들을 응원하고, 필요할 때 힘을 모아주는 역할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언론노조 위원장 제안은 뜻밖이었다”며 “언론노조 위원장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어울리는가를 두고 고민했지만 부족한 힘과 지혜는 조합원들에게 빌리기로 했다”고 위원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말했다.

  ▲ 내달 2일 취임하는 김환균 언론노조 신임 위원장. ⓒ언론노조  
▲ 내달 2일 취임하는 김환균 언론노조 신임 위원장. ⓒ언론노조
이날 김 위원장과 MBC 입사 동기인 조능희 PD는 언론노조 MBC본부장 선거 후보로 나섰다. 김 위원장의 당선과 조 PD의 출마는 언론노조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MBC본부는 조 PD가 후보 등록을 하기 전까지 후보자가 없어 선거를 한차례 연기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위원장은 “조능희 후보가 당선되면 본부 위원장의 보고를 확실히 받겠다”고 농을 던졌지만 쉽게 넘긴 사안은 아니다.

그는 방송사 노조 위원장의 고령화에 대해 1980년대에 채용한 인력이 두터운 언론사의 인적 구성과 함께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환경을 원인으로 짚었다.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정부에서나 힘겨운 일이지만, 작금의 언론 상황은 바람 가릴 데 없는 들판에서 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라며 “공정보도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낙하산 사장’에 반발해 ‘유배’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언론인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8대 언론노조의 활동 방향과 관련해선 지난 9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공공성과 다양성, 공생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언론계에서도 돈벌이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언론인들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데 언론인은 사주나 권력, 자본이 아니라 시민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건 변함없는 상식”이라며 “미디어 산업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언론노조의 활동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라는 공공성을 첫 번째 원칙으로 둘 것”이라고 했다.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은 최우선 공약이다. 지난 정부 때부터 MBC와 YTN 등에서 해고됐다 돌아오지 못한 언론인은 10여명이 넘는다. 최근엔 블로그에 올린 웹툰이 문제가 돼 권성민 PD가 MBC에서 해고되는 일도 있었다.

김 위원장 역시 부당 인사 논란이 낯설지 않다. MBC 본부가 파업을 벌였던 2012년 한해동안 김 위원장은 부서를 일곱 번이나 옮겼다.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교양제작국에서 경인지사로 발령이 날 때도 ‘보복징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그는 인사 발령이 나기 직전 2012년 파업과 관련해 MBC본부의 업무방해 혐의를 다투는 소송에서 노측의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11월 초에 취재 일정까지 잡혀 있었던 상황에서 법원 증언을 빼고는 갑작스럽게 인사 발령을 낼만한 변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 김환균 언론노조 8대 위원장.ⓒ언론노조  
▲ 김환균 언론노조 8대 위원장.ⓒ언론노조
비제작부서 발령과 언론노조 위원장 출마로 “PD로 정년하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형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고 많은 상을 받았던 데는 그동안 빛나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일한 동료와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MBC에서도 여러 사람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에 <다큐스페셜> 발령을 받으면서 펑크가 나면 막아주는 ‘소방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것도 욕심이었나 보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특히 해직언론인의 원상 복귀가 해직언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해직·징계 언론인의 원상복귀는 법원의 판결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며 “해고된 권성민 PD도 재판에서 100% 승소한다는 것을 MBC도 알고 있으면서도 괴롭히기 위해 해고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의 자유가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위태롭게 된다“며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첫 번째는 부당 해고와 징계를 당한 언론인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 일”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방식의 개선도 언론노조가 올해 주목하고 있는 현안이다. 오는 8월과 9월 각각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KBS 이사들의 임기가 끝난다. 여기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이행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자리가 정치권력에 따라 자기 사람을 챙기는 자리로 전락하면서 방송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공영방송 이사를 맡고 있다”며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은 지난해 큰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정치권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지형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여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지 불투명한데다가 이완구 총리는 부적절한 언론관에도 국회 인준절차를 통과했다.

김 위원장은 “(녹취록에 담긴 발언을 보면 이완구 총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참담하다”고 지적한 뒤 당시 오찬에 참석하고도 이 총리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기자들에 대해서도 “기자라면 (관행을) 깨고 보도를 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출마를 선언한 뒤에 조합원들에게 격려와 축하보다 위로를 많이 받았다면서 2년간의 언론노조 활동을 즐겁게 하고 싶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를 어려워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노조 사무실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싸울 때는 싸워야 하지만 젊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노조 활동을 재밌고 즐겁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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