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에 침투한 거대 인터넷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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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 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자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구라, AOA 초아, 정준일, 홍진영. ⓒMBC

#지상파방송 #인터넷방송 #콜라보 콘텐츠 #성공적?

지상파 방송이 급기야 인터넷 방송을 끌어들였다. 아니, 거대 지상파 보다 더욱 더 거대해진 인터넷이 지상파에 역침투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이야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기획 박정규, 연출 박진경․이재석)은 3년 만에 인터넷 방송에 복귀한 김구라부터 가수 홍진영, 셰프 백종원, AOA 초아, 뮤지션 정준일, 개그맨 김영철이 PD 겸 작가 겸 연기자가 되어 1인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인터넷 생방송이 갖는 거칠지만 ‘리얼’한 재미와 지상파 방송이 갖는 ‘절제’된 편집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생방송은 지난 8일 인터넷을 통해 진행됐다. 전반전 2시간과 후반전 2시간 총 4시간 동안 진행되며 전・후반 시청률을 합산해 평균 시청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통해 가볍게 감상하면서 참여도 하고 네티즌이 우승자를 결정짓는다. 네티즌(시청자)와 방송 간 쌍방향 소통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에 심야 시간대(오후 11시 15분) 방송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인터넷 생방송 당일인 지난 8일에도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실시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본방송도 인터넷 화면을 보는 것 같은 편집에 해시태그(#), 줄임말 등 인터넷 세대에게 익숙한 상징들도 종종 등장한다.

 

▲ 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 “주인님”으로 불리는 남자의 가면에 그려진 대표적 SNS 페이스북 ‘좋아요’ 아이콘과 합쳐진 눈동자는 마치 ‘모든 것을 보는 눈(all seeing eye)’과 닮아 있다. ⓒ화면캡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네티즌 혹은 시청자가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형태를 지닌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은 직접 인터넷 생방송을 하며 네티즌과 실시간 채팅을 통해 소통한다는 콘셉트다. ‘인터넷 생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네티즌은 이 가운데 한 명을 보면 된다.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을 취사선택해 볼 수 있는 인터넷의 속성과도 닮아 있다.

방송 섭외 과정, 6명의 BJ(Broadcasting Jockey)의 인터넷 생방송 준비 작업을 비롯한 인터넷 방송을 볼 수 없었던 과정 등 MBC라는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지상파 녹화 방송’은 6명 각각이 아닌 개별 방송 전체를 아우르며 조명한다.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지상파의 과제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4시간 분량의 인터넷 생방송 6명분을 약 한 시간짜리 지상파 방송에 집어넣으려다 보니 개별 방송들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지상파 방송이 마치 ‘프리뷰’처럼 비춰진다. 반대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 생방송을 본 네티즌이 지상파 방송의 시청자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방송과 방송 간 양방송 소통인 셈이다.

 

▲ 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화면캡처

지상파 TV 속 인터넷 TV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고 표현했지만, 시청자와 미디어 흐름을 쫓아 인터넷의 거대한 물결로 뛰어든 지상파 TV야말로 ‘마이 리틀’ 혹은 ‘마이 올드’ 텔레비전이 됐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옛 것이 되어 가는 미디어인 지상파의 한계를 ‘인터넷’으로 넘어서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드하고 제한적인 미디어 TV가 새롭고 제약 없는 미디어 인터넷을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방송 후반 김구라의 “결국은 콘텐츠의 승리다”라는 말처럼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각 미디어의 이점들을 접목시킨 것은 결국은 ‘수단’이다. 지상파와 인터넷의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지려면 그 속에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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