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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배당 통보 30년만에 처음 있는 일…경영 악화·수신료 논의 과정에 배당?

정부의 공공기관 압박 정책이 공영방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KBS와 EBS에 2014년 수익의 일부(28%)를 국고에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정부가 공영방송에 배당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KBS와 EBS 관계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갑작스럽게 배당 방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KBS는 2014년도 결산에서 1조 4963억 매출에 34억 원의 흑자가 발생했지만 사업수익에서는 500억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EBS도 2800억원 매출에 16억 원 흑자가 발생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 요구대로 흑자분의 28%를 배당하게 된다면 KBS는 9억여 원, EBS는 4억여 원 정도를 납입해야 한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3일 KBS 이사회에서 2014년도 결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되자 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정부 배당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대체로 난감해 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의 한 이사는 “2014년도 회계연도 결산안에 따르면 KBS는 34억여 원의 당기순이익 흑자가 발생할 예정이지만, 대부분 매각수익으로 사업수익은 오히려 500억 정도 손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고 납입을 하라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에서 요구하면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또 다른 이사도 “자본과 사업수익이 대폭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KBS는 공용부지 매각 등으로 수익을 채우고 있다”며 “사업수익 적자를 자산매각 등을 통해 흑자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만들어 놓은 흑자를 국가에서 환수한다는 것은 법적 근거는 있지만 전례가 없는 경우”라며 “84년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BS도 상황은 비슷하다. EBS의 한 관계자는 “EBS 공적재원이 충분치 않다”며 “신성장 사업 발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인데다 예산의 75% 정도를 자체 수입으로 충당해서 공적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것도 위기”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공영방송의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이 안정적으로 된 이후에 여건이 갖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최근 기획재정부가 KBS와 EBS에 2014년 수익의 일부를 국고에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사진은 KBS 사옥과 EBS 사옥 ⓒKBS, EBS
정부의 갑작스러운 배당 요구는 부족한 세수 마련을 위한 공공기관 압박 정책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최경환 기재부 장관이 발표한 공공기관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공영방송에도 적용한 것이다. 기재부는 작년부터 공공기관에 투자와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해 왔다.

기재부 출자관리과의 임병국 사무관은 “그 동안 KBS와 EBS는 배당에서 제외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서 올해는 원칙적으로 모든 곳에 배당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KBS와 EBS를 다른 공공기관과 똑같이 취급하는 건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KBS 내부 관계자는 “정부 재정적자가 심한 것은 알고 있지만, KBS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적용대상이 아니듯, KBS를 일반 공기업과 동일선상에 놓고 결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신료는 준조세적 성격의 특별부담금”이라며 “세금에 다시 배당을 요구하는 꼴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당기순이익 34억은 정상적인 흑자라기보다는 유휴부동산을 매각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인데다가 차입금도 1000억 원 이상 있는 상황”이라며 “계속 자구노력을 통해 적자를 최소화하려고 하는 데 이런 식으로 배당금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24일 오전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전체회의에서도 기재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KBS에 배당을 요구했다는데 30년 동안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아무리 세수가 부족해도 옳지 못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KBS가 자구 노력으로 낸 흑자를 정부에서 가져가버리면 적자 구조를 깨기 위한 노력이 미진해질 수 있다”며 “이런 전례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우려했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KBS는 100% 정부 출자 기관이니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배당을 요구할 수 있지만 KBS는 재난방송, 사회교육방송 등 정부가 해야 하는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며 “흑자라는 한 면만 보고 얘기하는 것은 정당치 않고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공영방송사 측에 배당을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방송사들이 배당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KBS와 EBS는 정부가 전액 출자한 공기업이지만 방송법 상 국회 결산승인 대상 기관이어서 국회에서 별도로 결산을 승인하고 배당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배당 문제에 대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임 사무관은 “일단 국회 결산승인과 상관없이 배당을 하도록 통보를 했지만, KBS와 EBS 배당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결산승인권이 있는 국회가 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와 EBS 결산은 6월말 국회에 제출 후 승인을 받으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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