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톡] MBC ‘PD수첩’- 100%의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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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MBC

“가해자가 떠나야 하는데 피해자가 떠나는 학교가 됐어요.”

학교폭력 피해 학생 아버지의 말이다. 피해 학생과 부모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며 정부가, 학교가, 이 사회가 내놓은 대책은 많고 많은데, 여전히 한 해 10만 건 이상의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고, 피해학생과 부모는 학교 측의 구제 대책을 신뢰할 수 없다.

학교는 학교폭력 사실을 인지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개최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구타를 당하던 피해 학생이 방어를 위해 가해 학생의 머리채를 잡았다는 이유로 쌍방 폭행의 가해자로 남게 됐다. 즉, 온전히 맞기만 한 100%의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성추행 피해 학생은 당시 문제의 현장에는 없었지만 사전에 범행을 공모하고 방조한 정황이 포착된 가해 학생과 여전히 학교 복도에서, 식당에서 마주친다.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에게 강제 퇴학 징계처분을 했지만, 이에 불복한 가해 학생 측이 도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신청했고, 그 기간 동안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피해자와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교육적인 조치와 피해 학생에 대한 케어 대신 수습을 위한 행정 절차 이행에만 신경 쓰는 학교와 행정 당국의 문제를 지적한다.

방송을 보는 내내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보육교사의 폭행이 문제가 되자 CCTV를 더 많이 설치해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와, 여군 성폭력 피해 사건을 보고 받은 육군 대장이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했어야지”라고 피해자를 질책한 것과 뭐가 다를까. 결국 이 사회가 원하는 건 곳곳에서 우후죽순 드러나는 폭력의 실체와 근절을 위한 근본의 대책 마련이 아닌, 가해자에게 빌미를 주지 않는 100%의 완벽한 피해자의 등장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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