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톡]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고스펙·대기업이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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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문제라고 면접관 질문을 방어적으로 받아들이면 감점 요인이 된다.” 면접관 역할을 맡았던 전문가는 가상 면접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외모보다 두뇌, 스펙보다는 실력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아, 연예계 안에서 뇌가 섹시하다고 꼽히는, 이른바 ‘뇌섹남’ 6인을 모아놓고 과연 누구의 뇌가 가장 섹시한지를 겨루게 한다더니, 결국 내놓은 문제는 2014년 S전자의 입사 문제였다. “여자 친구와 왜 헤어졌는가?”

문제가 공개되자마자 미국인인 타일러 라쉬는 대답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사적인 질문이잖아요. 기업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그 기업을 다니면서 내 사생활을 오픈하느냐 여부의 문제가 될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면접관 역할의 전문가로부터 이 질문을 받고 타일러 라쉬는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며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면접관 역할의 전문가는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안 제시력, 문제 해결력을 보려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한 뒤 답을 할 수 있을지 물었고, 타일러 라쉬는 납득이 됐다며 답을 했다.

▲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tvN

반면 타일러 라쉬에 앞서 같은 질문을 받았던 페퍼톤즈의 이장원은 “(이 기업은) 프로페셔널 한 일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일을 더 말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하며 해당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생활에 대한 질문의 부적절함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면접이 끝난 뒤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이장원은 탈락의 이유조차 말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 됐다. 어려운 상황을 밀어붙였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한 질문이었는데, 방어적으로만 받아들인 건 면접관들에 있어 감점 요인이기 때문이다.

면접관의 질문에 바로바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듯 답변한 전현무 또한 “상사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팀워크 측면에서 마이너스(-)인 인물”로 평가됐다. 채용할 만한 인재로는 “밋밋했지만, 단점이 보이지 않는” 답변을 한 하석진이 뽑혔다. 즉, 이 문제에 있어 최고의 뇌섹남은 하석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일에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면, 상사의 말에 반론을 내놓는다면 ‘뇌섹남’이 될 수 없는 건가?

현실에서 기업들은 압박 면접이라는 이름으로 면접자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캐묻거나 외모를 비하하고 심지어 성희롱에 해당하는 질문들을 던져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상 갑(甲)의 위치에 있는 면접관들이 돌발 상황 등에 대한 대처 능력을 본다는 명분으로 인권 침해 수준의 질문을 쏟아내도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인 면접자들은 대부분 속수무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날의 가상 면접관이었던 전문가들의 말처럼 면접에서 “감점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질문할 수밖에 없다.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이하 <뇌섹남>)에서 원하는 ‘뇌섹남’의 조건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근본의 문제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선에서, 문제가 있어도 없다고 적당히 눈가림을 할 수 있는 선에서, 무난한 답을 제시해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어야 ‘뇌섹남’일 수 있다는 말인가.

<뇌섹남>은 홈페이지의 프로그램 소개에서 ‘뇌섹남’을 정의하며 ‘스펙보다는 실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출연진 모두가 고교시절 전교 1등 기본(하석진), 영어·독일어 능통에 두 개의 교원 자격증 보유(김지석), 토익 999점의 카이스트 박사(이장원), 세계 대학 랭킹 10위 시카고대 출신의 6개 국어 섭렵자(타일러 라쉬), IQ 148의 모의수능 상위 1% 성적(랩몬스터·방탄소년단) 등 고스펙을 자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뇌가 섹시한 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반어법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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