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체제’ 고수·조직 통합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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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임원 인사를 통해 본 안광한 사장 2년차

지난달 26일 단행된 MBC 임원 인사는 임기 2년 차에 접어든 안광한 사장의 경영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하는 결과였다. 이번 인사는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안광한 사장과 함께 요직에 있었던 인사들이 자리를 바꾼 ‘회전문 인사’의 전형을 보여줘 2012년 파업 이후 MBC 안팎에서 제기된 조직 통합에 대한 기대는 요원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존의 기조를 고수하면서 조직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 보인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지난 달 26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MBC 본사 임원을 비롯한 자회사 및 계열사 임원을 내정했다. MBC 정관에 따라 안광한 사장이 제출한 임원 명단에 대한 승인을 방문진이 한 것이다.  물론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의 암묵적인 동의가 사전에 있지 않았느냐는 후문이다. MBC는 방문진 내정 직후 주주총회를 통해 이들에 대한 선임 절차를 마쳤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안광한 사장과 함께 김재철 체제에서 승승장구 했던 인물이 대거 유임되거나 자리만 옯기고 선임됐다는 것이다.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진숙 보도본부장이 대전 MBC 사장으로 선임돼 사실상 좌천 성격이 강하지만 나머지 임원들은 자리만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권재홍 부사장과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을 비롯해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전 경인지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전 보도국장) 등이다.

이진숙 전 보도본부장→대전MBC 사장, 김장겸 보도국장→보도본부장

▲ 지난 1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에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이 뉴스 앵커 역할로 등장해 극 중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인터뷰 하는 모습.
이진숙 전 보도본부장의 대전행을 먼저 짚고 가면 내부에서는 안 사장의 ‘견제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 사장의 잔여임기는 2년이나 남았지만, MBC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들이 오는 8월 교체되는 상황에서  유력한 사장 후보자 중 한 명인 이 전 본부장에 대한 견제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냐는 해석이다. 

이 전 보도본부장은 2012년 노조 파업 당시 김재철 사장의 '입'으로 당시 사측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란 김재철 체제를 대표하는 인물.  대선때 불거진 정수장학회 녹취록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또 안광한 당시 부사장과 함께 MBC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가 낙마한 전력 때문에 이 전 보도본부장은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MBC의 한 PD는 “이 전 보도본부장의 경우 차기 사장에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안 사장이 경영자 수업 차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신임 보도본부장인 김장겸 전 보도국장은 보도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인물 중 한 명으로, 김 전 국장의 승진을 통해 MBC 보도에 대한 안 사장의 시선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전 보도국장은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파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물이다. 지난 2011년 MBC노조는 <뉴스데스크>가 노골적인 편파보도로 인해 시청률이 추락하고 있다며 김장겸 정치부장 등 5명 교체를 요구하는 등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같은 식의 뉴스가 거듭되자 보도국 기자들은 지난 2012년 1월 25일부터 제작 거부에 나섰고, 이는 170일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김장겸 보도국장의 보도본부장 선임에 대해 MBC 한 관계자는 “사실상 필드에서 뉴스를 지휘했던 건 김장겸 보도국장이라 본다면 뉴스가 개선될 거란 희망은 별로 없다. 오히려 악화되면 악화될 수도 있다”며 “차기 보도국장이 누가 오느냐가 중요하다. 이진숙 전 보도본부장 체제에서처럼 경력기자 위주로 운영될지 외부에 유배돼 있는 기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나올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김현종 경인지사장→편성제작본부장, 김철진 편성제작본부장→원주MBC 사장

▲ 안광한 MBC 사장이 2014년 3월 17일 오전 취임 이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MBC
내부에서 “<PD수첩> 탄압”의 주역으로 지목받는 시사교양국 간부 출신 인물들이 편성제작본부장 자리를 주고 받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따라서 지난 10월 조직개편 과정에서 진행된 이른바 '교양국 해체'에 대한 기조에는 후임 체제에서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사업부서인 경인지사 총 책임자였던 김현종 경인지사장은 지난해 10월 29일 경인지사 발령 불과 4개월여 만에 편성제작본부장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됐다. 경인지사는 자신의 처지를 ‘유배’로 표현한 웹툰을 이유로 해고된 권성민 전 PD가 소속했던 부서며, MBC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이른바 ‘유배지’로 불리기도 한다.

김 전 경인지사장은 시사제작국장 시절인 지난 2012년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PD수첩> 작가 전원을 해고하는가 하면, 시사교양3부장 시절인 지난 2011년 최승호 PD 등 <PD수첩> 핵심 제작진 교체를 두고 “정치적 탈색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김 전 지사장은 지난달 23일 사측이 MBC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권 PD의 웹툰에 대해 “너무 모욕적이다. 초년생이 선배들이 이뤄놓은 일에 대해 엠XX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편성제작본부장에서 원주MB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김철진 전 본부장은 <PD수첩> 팀장 시절인 지난 2011년 ‘생생이슈’ 코너 아이템으로 당시 논란이 된 이명박 대통령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 사건에 대한 제작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전 사장 체제 인물 유임․영전 반복 “달라질 것 없다” 자조 섞인 비판도

이번 인사에 대해 김 전 사장 체제 인력풀 안에서만 인사가 반복되다 보니 한계가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김 전 사장 체제 사람들로 이뤄진 인사에 내부 통합이 요원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MBC 인사를 두고 한 PD는 “앞으로 MBC가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 임원진이사원들과의 화합보다는 통제를 하겠다는 식으로 간다는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별로 달라질 것도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통제가 강해질 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지역MBC 사장 임명, ‘밀실’․‘낙하산’ 논란

지역MBC에서는 지역MBC 사장 인사와 관련해 “낙하산 사장”이라는 비판과 함께 김재철 체제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임명된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계사인 지역MBC 대표이사에는 △대전MBC 이진숙(현 보도본부장) △전주MBC 원만식(현 예능본부장) △제주MBC 김창옥(현 대전MBC 사장) △원주MBC 김철진(현 편성제작본부장) 등이 내정된 것을 두고 지역에서는 “또 다시 밀실”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MBC 노조는 이명박 정권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사 사장 선임과 관련해 사내 추천위원회를 꾸려 공모를 거친 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협의해왔지만, 김재철 전 사장 체제 이후로 최소한의 절차조차도 유야무야됐다며 사추위 도입을 주장해온 바 있다.

지역MBC의 한 기자는 “해당 지역사의 사장을 임명할 때는 해당사 구성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데 참담한 것은 우리는 그 과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사장 선임이 불투명하고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김재철 전 사장의 사람들을 자리보전 해준 거 외에는 안광한 사장의 인사인지 김재철 전 사장의 인사인지 모를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전과 원주MBC 구성원 사이에서는 이진숙 전 보도본부장과 김철진 전 편성제작본부장이 사장으로 내려오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김재철 사장의 ‘입’으로 불린 이 전 본부장, 김 전 사장 체제 이후 MBC 내부에서 “MBC의 공정성과 경쟁력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김재철의 또 다른 얼굴”로 평가되는 김철진 본부장에 대해 “김재철 체제의 상징성인 인물이며, 그간 MBC를 망치기까지 보여준 행태들을 알기에 착잡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역MBC에 있어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당초 선임하려 했던 대구MBC와 광주 MBC 상임이사는 안광한 사장이 철회하며 무산됐다는 점이다. MBC는 지역MBC의 자율경영을 이유로 오는 2017년까지 18개 지역MBC에 상임이사를 둔다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지역MBC 구성원들이 “지역MBC 통제”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방문진 이사들이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지역MBC 기자는 “방문진에서 철회되면서 결국 상무이사제는 명분이 없는 일임이 증명됐다”며 “이번 인사와 관련해 지역사 상임이사제를 포함해 지역사 사장 명단이 시시각각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는 결국 안광한 사장 체제가 아직도 불안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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