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2.17 월 14:27

언론인 포함 김영란법, 신뢰받지 못한 언론 현실 재확인

[위클리포커스] “언론자유” 언론만의 공허한 외침 된 까닭은? 김세옥 기자l승인2015.03.04 10:30:3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1년 건설업자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스폰서 검사 등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상황을 계기로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도해 마련한 이 법은 앞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 언론사 종사자 등은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배우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그간 관행이라는 표현으로 이뤄졌던 갖가지 접대와 로비 문화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국회의 김영란법 처리 직후 시민단체들도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는 계기”(경제정의실천연합), “부정청탁과 접대, 로비 문화를 줄이고 사라지게 하는 계기”(참여연대) 등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처리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표정은 조금 다르다.

 

  ▲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47인 중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47인 중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이는 김영란법이 929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전한 4일자 아침신문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4일자 <경향신문> 1면 제목은 “반부패와 수사 악용 양날의 칼 ‘무서운 법’ 떴다…사회 대변화 예고”인데, 반부패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 법의 적용이 언론인 등 민간영역까지 지나치게 확대되고 불고지죄 논란 등으로 위헌 시비를 겪고 있는 상황을 담은 것이다.

반면 4일자 <조선일보>(“違憲(위헌)요소 알면서 통과시킨 ‘김영란法(법)’”)와 <동아일보>(“違憲 소지에도…입법권 남용한 국회), <중앙일보>(“위헌소지 알고도 그냥 가자는 국회”) 등은 김영란법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언론들은 국회의 김영란법 처리를 앞두고 우려를 표시해 왔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언론에 있어 가장 예민한 부분은 바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사 종사자를 포함하는 내용이었다.

공무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막기 위해 마련하기 위한 법에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법적 지위가 다른 민간의 영역인 언론을 끼워 넣는 게 타당한 지에 대한 문제제기다. 즉, 부패 정도가 심각해 자율 규제도 어려울 정도의 윤리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게 언론의 현실이라면 별도의 논의를 진행할 일이지, 왜 공무원과 한 데 묶어 관리하고 처벌하려 하는지에 대한 지적이다.

자칫 이 법이 취지와 달리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해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과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 비판 보도 등을 두고 청와대가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고소·고발을 이어왔던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이 법을 악용해 결과적으로 언론과 취재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로, 지난 2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 당시 법학자들 역시 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당시 공청회에서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기관 종사자가 업무와 관련해 법령·기준을 위반한 부정행위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고, 추후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 과정에서 언론 기관이 입을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오경식 강릉원주대 교수(법학과)도 “정치권력이 언론과 정적 제거 등의 수단으로 김영란법을 악용할 수 있는 만큼 제도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김영란법 처리 직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언론은 보도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민간 영역”이라며 “공직자들을 규율하는 법률을 언론인에게 적용할 경우 언론탄압에 활용되거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재고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인 김영란법 적용 대상 포함 잘했다는 국민 여론 앞에 곤혹스러운 언론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이와 다르다. 국회의 김영란법 처리 당일인 지난 3일 JTBC <뉴스룸>은 리얼미터에 의뢰해 김영란법 국회 통과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도했는데 응답자의 64%가 잘한 결정이라고 답했고, 법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으로 넓힌 데 대해서도 바람직하다는 답변이 70% 가까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반응은 언론인이 얼마나 부패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을 드러낸다. 실제로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 2013년 발표한 ‘세계부패바로미터(GCB)’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은 정당과 국회, 종교단체, 공무원에 이어 언론을 사법부, 경찰 등과 함께 부패에 취약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 이완구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지난 2월 27일 기자들과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요. 통과시켜야지…(중략) 당해봐. 김영란법이 뭐냐, 이렇게 얻어먹잖아요? 3만원이 넘잖아? 1년 해서 100만원 넘잖아? 김영란법 만들어지면, 요게 못 먹는 거지. 하지 이거야”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이 총리의 언론관은 물론 “접대 받고” 다니는 언론 집단도 함께 여론의 조롱 대상이었다.

 

  ▲ <동아일보> 3월 4일 1면  
▲ <동아일보> 3월 4일 1면

전직 대통령들의 스타일을 비교할 때 누구는 지갑을 통째로 기자들에게 줬고 누구는 일일이 돈을 세서 줬다는 등의 일화가 나오던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자들이 취재원들에게 밥과 술을 얻어먹고, 명절이면 출입처에서 보내온 선물을 받는다. 어떤 기관은 수장들의 기자간담회가 있을 때 밥을 사는 것은 물론이요, 기자들에게 일일이 선물까지 돌리지만 이를 돌려주는 기자는 소수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접대이고 향응인지 구분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언론인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김영란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 직면하는 건 “계속 접대를, 향응을 받겠다는 거냐”는 냉소의 반응이다. 이런 반응 앞에서 특히 곤혹스러운 곳은 그동안 권력의 언론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KBS를 공공기관에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에 반대하며,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편집위원회 등을 통해 보도·제작·편성의 독립성을 담보하자고 주장했던 언론과 주변 관계자들이다. 더구나 이런 사안들을 방관하거나 반대해왔던 보수 성향의 신문들이 앞장서 김영란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김영란법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보완하고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그게 설사 필요한 문제제기라 하더라도 국민 여론을 설득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당연한 가치를 위해 언론이 스스로 말을 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냉소 받는 상황이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오늘(4일) 아침 김영란법 통과 소식을 전하며 “위헌”이라는 주장만 앞세운 언론들은 특히, 더욱 더 말이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세옥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