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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자리 때문에 초심 잃은 경영진”

[인터뷰] 신임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위원장 최영주 기자l승인2015.03.16 08: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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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PD저널  
▲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PD저널

“1987년 MBC노조가 생긴 이유는 바로 ‘공정방송’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원하고 필요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권력에서 임명한 사장이 권력을 위해 방송을 이용하거나 혹은 권력이 방송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반대하고 막기 위해 MBC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MBC노조 활동의 뼈대이기도 합니다. 이번 11대 노조 역시 그 기조대로 갈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지난 12일 98.2%의 높은 지지를 얻으며 조능희 전 <PD수첩> CP(책임프로듀서)가 제11대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 위원장에 당선됐다. 조 위원장은 ‘공정방송’이라는 노조 설립의 근본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의 2년을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16일 출범식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다.

조 위원장은 1987년 MBC에 입사해,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당시 <PD수첩> CP를 맡았다.

1987년은 MBC에 방송사 사상 최초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해이기도 하다. 그때의 구호 역시 ‘방송민주화’였다. 노조의 시작과 함께 PD 생활을 시작한 조 위원장은 이제 PD 생활의 마지막을 노조와 함께 마무리하려 한다.

지난 13일 서울 성암로 MBC신사옥 MBC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조 위원장은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다. 단 한 발자국 내딛느냐 안 내딛느냐의 차이”라며 위원장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MBC노조’, 그리고 ‘조합원’, ‘함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조합원과 함께 나아갈 것이기에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 1992년 MBC노조의 50일 파업 당시 모습. ⓒ언론노조 MBC본부  
▲ 1992년 MBC노조의 50일 파업 당시 모습. ⓒ언론노조 MBC본부
“‘공정방송’에 대한 의무감 흔들리지 않는 MBC노조, 건강하고 강하다”

“위원장이든 아니든 MBC노조에 있는 누구나 다 똑같이 고민합니다. 이때 모두들 자기를 돌아보게 되는 거죠. ‘내가 적임자일까?’, ‘앞으로 내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고민하는 겁니다. 그래서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동지’라는 말이 노조 집행부를 맡게 되면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을 다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 거죠.”

노조 활동으로 자신의 생활이 변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이런 것들을 이겨내고 조 위원장이 위원장에 선뜻 나올 수 있었던 것은 MBC노조의 ‘건강함’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MBC 내부에 부당 징계와 전보, 해고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구성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19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 가운데 이탈자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조합원들이 한 뜻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방송’에 대한 의무감과 자부심으로 노조를 이뤄왔고, 이는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부당징계의 칼날 속에서도 MBC 조합원들의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그런 면에서 MBC노조가 건강하고 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해고 원인이 된 권성민 전 MBC PD가 그린 웹툰 ‘예능국 이야기’.  
▲ 해고 원인이 된 권성민 전 MBC PD가 그린 웹툰 ‘예능국 이야기’.
“경영진이 그렇게 상식적이지 않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의 징계를 휘두르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불안해서 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당징계와 부당전보는 오히려 노조의 건강함을 반증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지난 1월 ‘웹툰’을 통해 ‘해사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권성민 전 예능PD를 예로 들었다. 조 위원장은 “170일 파업을 벌인지도 벌써 3년이 지났음에도 경영진들은 모든 잣대를 3년 전 파업에 두고 조합원들을 보복하고 이를 과시하고 있다”며 “이는 경영진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걸 수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도 징계를 여러 차례 당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08년 <PD수첩> ‘광우병’ 편으로 당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제작진은 정직 3개월과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정직 처분 무효 청구소송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음에도 조 위원장은 정직 1개월을 받았다. 이에 대한 심경을 밝히는 인터뷰를 한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나 역시 조합원으로서 징계를 당했다.  그러나 권력의 환심을 사려는 자들의 말로는 역사가 증명한다”며 “결국 비상식적인 일들은 회복될 것이다. 그때까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같이 견뎌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당한 일들은 국민에게 계속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경영진들, 공정방송 위해 함께 파업했던 사이”

조 위원장은 내부 구성원들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바로 ‘자리’ 때문에 초심을 잃은 ‘경영진’이라고 지적했다. MBC에 입사하며 가졌던 ‘좋은 방송’, ‘공정방송’을 하자는 마음이 흩어졌다는 것이다.

현 경영진 대부분은 1987년 입사한 조 위원장과 함께 노조 활동을 하고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함께 MBC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김재철 전 사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조 위원장은 “생각해보면 경영진 중에는 노조 간부를 맡으면서 파업을 했던 사람도 있다. 그때 목적은 2012년 170일 파업과 똑같았다 좋은 방송을 하자, 국민에게 좋은 MBC가 되자는 것”이라며 “경영진이 조합원이었을 때 했던 파업과 우리들의 170일 파업의 정신은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마음으로 MBC에서 일하던 이들이 서로 다른 길을 택하게 된 이유는 ‘보직’때문이지만 조 위원장은 “보직이라는 거, 정말 별 거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껏해야 지위일 뿐이고, 평범한 동료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는 정도라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지금의 경영진이 나중에 보직에서 물러나고, MBC를 떠나게 됐을 때 남는 것은 사회와 국민들로부터 받은 숱한 비난 뿐일 것”이라며 “이제라도 경영진들은 떳떳하고 보람 있게 살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그리고 확실하게 좋은 MBC, 공영방송 MBC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992년 MBC노조의 50일 파업 당시 한선교 아나운서(현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 ⓒ언론노조 MBC본부  
▲ 1992년 MBC노조의 50일 파업 당시 한선교 아나운서(현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 ⓒ언론노조 MBC본부
“같이 이야기하면서 지혜를 모아가면 지금의 상황은 풀릴 것”

좋은 MBC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팎으로부터 “망가졌다”고 비난받고 있는 MBC의 뉴스와 시사・교양 영역의 회복이 필수다. 조 위원장은 이를 위해 MBC 방송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민주언론실천위원회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지금 MBC의 뉴스와 시사・교양 영역이 망가진 것은 온 국민이 알고 있다”며 “처음 노조가 생길 당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가면 돌 맞고 카메라는 깨졌고, 국민들의 반감이 상당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잘못된 것들을 지적하고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한 방송을, 국민을 위한 방송, 방송다운 방송을 해야 한다는 노조 활동의 핵심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출범식도 치르지 못했고, 11기 집행부도 완전히 다 꾸려지지는 않은 상태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도 차근차근 세워야 한다.

조 위원장은 ‘희망’이 있다고, 그리고 그 중심에 ‘조합원’이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MBC노조가 갈 길을 정할 때 가장 큰 기준은 조합원들”이라며 “조합원들의 뜻을 묻고 의견을 취합해서 지금이 무엇을 할 때인가를 결정하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MBC노조예요. 나도 MBC노조고 조합원도 MBC노조인거죠. 같이 이야기하면서 지혜를 모아가면 지금의 상황은 풀릴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떳떳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 시기 우리가 같은 조합원이었다는 것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MBC 조합원이었고, 우리는 같이 견뎠다는 것은 영원히 남을 거예요. 그것을 함께 하지 못한 채 박차고 나간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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