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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현빈 없는 드라마국, ‘그들이 사는 세상’

[PD vs PD] 이은진 KBS PD-김지현 MBC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5.03.18 0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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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현 MBC PD(사진 왼쪽)와 이은진 KBS PD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 김지현 MBC PD(사진 왼쪽)와 이은진 KBS PD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헌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웃음을 주며 시청자에게 희로애락을 제공하는 드라마. 60여분의 편집된 세상 뒤에는 눈물과 분노와 웃음이 뒤섞여 있는 치열한 현장이 있다. 그리고 이 현장을 이끄는 드라마 PD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PD저널>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에 한 카페에서 두 명의 PD를 만나 수다를 떨며 ‘진짜’ 드라마 PD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드라마스페셜-곡비>・<드라마스페셜-걱정 마세요, 귀신입니다> 등 연출, <트로트의 연인>・<제빵왕 김탁구>・<영광의 재인>을 공동 연출한 입사 12년차 이은진 KBS PD.

<마마> 조연출, <드라마 페스티벌-원녀일기>의 연출과 극본을 한꺼번에 맡은 입사 9년차 김지현 MBC PD. 

이 둘의 공통점은 드라마 PD이자 방송사, 특히 드라마 현장에서 보기 드문 여성 PD라는 것. 그러나 이 PD와 김 PD는 ‘여자 PD’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단지 한 명의 ‘드라마 PD’일 뿐이다. 이들이 말한 드라마 PD의 세계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편집자주>

이은진·김지현, 이들이 드라마 PD가 된 이유

 

  ▲ 이은진 KBS PD. ⓒPD저널  
▲ 이은진 KBS PD. ⓒ김성헌

이은진 KBS PD(이하 이은진): 나는 진짜 살면서 이상한 길을 걸었던 거 같다. 학교는 음대, 그것도 국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대충 얼굴로는 농대나 공대 쯤 나온 걸로 보이지만 음대 나왔다. 졸업 후 온게임넷에서 PD로 2년 반 정도 있었다. 거기에 여자 PD라고는 나 혼자였다. 그런데 매일 밤새고 집에는 안 보내주고 일도 너무 많아 힘들어서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했다.

유학 준비 중 심심해서 영화사를 잠깐 다니면서 드라마에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게 되면서 드라마 PD를 지망하게 됐다. 그래서 KBS 입사 시험을 치러서 붙게 됐다. 그때 사장님이 나를 좋게 봤는지 이미 드라마 국장에게 ‘얘는 드라마 갈 거다’라고 말했다더라. 지금 선배들은 잘 할 줄 알았더니 국장한테 속았다고 하지만.(웃음) 그렇게 원하던 드라마 PD가 됐다.

김지현 MBC PD(이하 김지현): 어렸을 때부터 가풍(?)이 일동 집합해서 TV 드라마를 보는 거였다. 그 시간만큼은 매우 신성한 시간으로 여겨졌는데, 심지어 저녁 밥상을 TV앞에 차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함께 밥을 먹었다. 어린 마음에, 커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게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대학 때는 연극 동아리를 했는데, 상상도 못하게 재밌었다. 쉬지 않고 하려고 동아리 2개에 가입해 번갈아 가면서 작업을 했다. 결국 연극만 하다가 취업 준비도 못하고 있는데, 운 좋게 MBC 드라마 PD 시험을 봐서 구제됐다.(웃음) 갓 입사했을 때, 좀 더 큰 연극 동아리에 들어온 것 마냥 ‘신난다, 신난다’ 하면서 다녔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복도에서 생글생글 웃고 다니자 ‘너는 뭐가 그렇게 신나’라고 묻던 지치고 무표정한 모 선배의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당시 복도에서 웃고 다녔던 건 나랑 녹즙 배달 아주머니 밖에 없었다. 물론 그 웃음은 조연출 생활 얼마 후 실종되긴 했지만….

‘힘을 내요~ 홍삼 파~월~’ 슈퍼 조연출의 세계?

 

  ▲ 김지현 MBC PD. ⓒPD저널  
▲ 김지현 MBC PD. ⓒ김성헌

이은진: 조연출 생활 말해 무엇해. (김지현 PD에게) 어때요? MBC 드라마 조연출 생활은?

김지현: 말해 뭐하겠나. 하하하. 이건 뭐….

이은진: 제일 힘들었을 때가 조연출 때 새벽 6시 30분쯤이었는데, 엄마한테 ‘엄마, 나 홍삼!’이러면서 홍삼을 입에 딱 물고 진짜….

김지현: 홍삼! 홍삼 중요해요!

이은진: 홍삼!

김지현: 홍삼 중요합니다!

이은진: <제빵왕 김탁구>를 찍으면서 기억나는 건 그것밖에 없다. 카메라 선배랑 둘이 우리 인생은 왜 이따위냐, 우리는 무슨 죄를 지어서 왜 자꾸 이렇게 찍으며 돌아다니는 걸까라고 했다. 그때 너무 피곤해서 버스 좌석 두 칸에 몸을 접어 넣고 가방은 베개로 놓고 안전벨트를 꺼내서 가로로 감았다. 생각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튕겨나가지만 않으면 살 수 있겠다는 거였다.

김지현: 이게 진짜 <그들이 사는 세상>(지난 2008년 방송된 KBS 드라마. 주인공인 남녀 드라마 PD와 스태프들이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제작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이은진: <그들이 사는 세상> 쓴 노희경 작가는 당시 조연출이었던 나를 인터뷰 해 극본에 참고했다. 당시 나는 단막극과 저녁 일일극 조연출을 하고 있던 때였는데, 노 작가 왈 “자기 인생에 이렇게 바쁜 PD는 처음 봤다.” 사실 이런 금전출납기와 이런 자동응답기가 없는 거다. 전화기 두 개를 놓고 계속 돌려가면서 받으면서 ‘예예, 이은진입니다. 예, 13만 몇 천원이요?’ 이러는 거다.(웃음)

 

  ▲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사진 왼쪽은 이은진 KBS PD를 모델로 만들어진 극중 조연출로 등장한 이른바 ‘김군’ 김민희(이다인 분). 사진 오른쪽은 드라마 PD로 나왔던 주준영(송혜교 분)과 김군의 모습. 이은진 PD와 김지현 PD는 웃으면서 “현실에는 현빈도 없지만, 송혜교도 없다”고 말했다. ⓒKBS  
▲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사진 왼쪽은 이은진 KBS PD를 모델로 만들어진 극중 조연출로 등장한 이른바 ‘김군’ 김민희(이다인 분). 사진 오른쪽은 드라마 PD로 나왔던 주준영(송혜교 분)과 김군의 모습. 이은진 PD와 김지현 PD는 웃으면서 “현실에는 현빈도 없지만, 송혜교도 없다”고 말했다. ⓒKBS

김지현: 나는… 나는 항상 ‘열심히’는 하고 싶었다. 그런데 잘 안 되더라. 그래도 나를 인간적으로 예뻐해 주는 선배들이 간혹 있었는데, 조연출로는 ‘저게 나를 망치려고 내 프로에 들어왔나’ 생각했다고 한다. 근데 억울한 게, 내 딴엔 참 사력을 다했는데 늘 부족했다.

이은진: 난 그런 소리도 들어봤다. 너 SBS PD지? 네가 KBS PD일 리가 없다고 말이다. 선배가 일정, 해야 할 일 등을 잊어버리지 말고 잘 하라며 수첩을 사서 목에 걸어준 적도 있다.

김지현: 회사에서 이제 연출을 해야 될 때라고 할 때서야 조연출 일이 뭔지 알겠더라. 내가 조연출 일을 잘 하니까 연출 선배도 기뻐하고, 수많은 실패 끝에 드디어 나는 ‘슈퍼 조연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더니 조연출 기간이 거의 끝나버렸다. 조연출 일이라는 게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고 시간과 돈 개념이 중요한데, 그게 참 힘들었다. ‘능수능란’한 조연출들 틈에서 나는 ‘능’하나만 하기 에도 정신이 없더라. 간혹 사람들한테 독한 소리도 해야 하는데, 안 해보던 걸 하려니 매번 수위조절 실패했다.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조연출 때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나는 부족했지만, 지나고 보니 의미 있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무한밤샘’ 연출의 세상은 눈물과 고독이 함께 한다

김지현: 사실 드라마 PD들의 밤샘이라는 게, 그냥 밤을 새는 게 아니라 사지를 쥐어뜯는 것처럼 한다. 조연출 때 밤을 새는 건 어디 숨어서 새거나 혹은 내가 가끔 없어도 현장은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기도 하니까 그나마 괜찮은데, 연출로 밤을 새는 건 다르더라. 가끔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보면서 이런 몰골로 현장을 헤집고 다녔구나, 보는 사람은 얼마나 민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은 전투적이고 정신이 없다.

이은진: 조연출 때는 그런다. 여기에서 필요 없는 사람 나가라고 하면 제일 먼저 조연출이 손을 든다.

김지현: 제가 나가겠습니다!

이은진: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모두 웃음)

 

  ▲ 이은진 KBS PD. ⓒPD저널  
▲ 이은진 KBS PD. ⓒ김성헌

김지현: 나는 평소에 말을 막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촬영현장에 나가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한다. 주로 나한테 물어보고, 내가  설명도 해줘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보통이 아니다.

이은진: 나만 쳐다보고.

김지현: 사실 며칠 디졸브(드라마 PD들은 밤샘작업을 이렇게 표현한다)까지 가면 깨어 있는 건 몇 몇 밖에 없다. 나와 촬영 감독과 배우와…

이은진: 그 몇 몇 들도 깨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김지현: 가수면 상태의 배우와 연출과 스태프들…. 막 동아줄 잡는 심정으로 밤을 새고 그래야 하는데,  꼴딱꼴딱 밤을 로봇처럼 잘 새는 선배도 많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 그렇게 몸에 좋은 것들을 삼시세끼로 챙겨 드시더라. 매 끼니 보신탕을 찾던 선배도 계셨다. 처음엔 ‘왜 그러시지?’ 했는데, 알고 보니 현장 연출은 체력이 필수다. 드라마 현장에서는 체력도 연출력이더라.

이은진: 아미노 플러스! 어느날 후배가 나한테 조용히 ‘선배, 죽을 거 같으면 아미노 플러스 먹고 하세요’라고 하더라.(웃음)

김지현: 한 번은 며칠 밤 샌 스태프들이 준비도 없이 논두렁에서 갑자기 소나기를 맞았다. 일단 다시 찍어야 하니까 한 40분 정도 시간을 주고 사우나를 보냈다. 나도 한증막에 들어갔는데, 현장에 여자가 없던지라 혼자 들어갔다. 혼자가 되자 눈물이 나더라. 거기서 모래시계를 돌려놓고 떨어지는 모래를 보면서 미안해서 울었다. 한증막에서 모래시계를 보며 울다니, 돌아보면 참 처량한 기억이다.

진짜 디졸브 끝내고 버스에서 내리면서 너무 힘들어서 막 저절로 욕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나도 내가 너무 힘들어서 욕이 나오는데 스태프들이 내 욕을 얼마나 할까 싶다. 그럴 때는 겸손해지는 마음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겠다, 이 원혼을 모아 모아서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각오하게 된다.

여자 PD? 남자 PD? 그냥 드라마 PD! 그래도 혹시…

 

  ▲ 김지현 MBC PD. ⓒPD저널  
▲ 김지현 MBC PD. ⓒ김성헌

이은진: 딱히 여자라서 어려운 건 없다. 여자라는 걸 강조할수록 여자 PD이기에 뭘 해달라는 것처럼 칭얼거리는 걸로 느껴질 수 있다. 여자라서 받는 불이익 보다 여자가 몇 안 되기 때문에 받는 이익이 더 크지 않나. 지금 하고 있는 대담처럼 여자PD 특집은 해도 남자PD 특집은 하지 않는다. 여자PD가 별로 없기에 뭔가 다를 거야라고 생각한다.

여자 PD라서 어려운 점이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성격에 따른 거다. 여자 PD라서 힘든 게 있다면 남자와 다른 게 힘들다. 여자들 같은 경우 생리통으로 고생을 많이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심한 편이라 약을 세알씩 먹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약을 많이 먹으면 정신이 물에 담가 놓은 것처럼 멍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담배도 안 피고 커피도 안 마시다 보니 남자 스태프들이 불편해한다. 남자들은 담배 피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다. 남자 감독이 담배를 피우면 쉬는데 나는 그렇게 쉴 게 없으니 남자 스태프들이 힘들 수 있다.

또 하나 여자 PD들이 힘든 건 화장실 문제다. 남자들은 금방 갖다올 수 있지만 여자들은 갖춰진 곳에서 해결해야 하니까 불편한 게 있다. 아침 6시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밤 12시 30분쯤에 처음으로 화장실을 간 경우도 있다. 특히 사극의 경우 힘들다.

김지현: 첫 현장을 나갔을 때, 경력이 오래 된 베테랑 스태프 한 분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자가 전투 현장에 나오는데 다음부턴 머리를 전투모처럼 빡빡 밀고 나오라’고 한 기억이 있다. 아쉽지만 가끔은 여성적인 모습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내가 지극히 남성적 스타일을 자처하며, 안 피던 담배를 배워 사회적 담화를 형성하고, 터프한 행동으로 중성적임을 강조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더 내말에 귀를 기울여 줄까?’라며 한 때 고민한 적도 있다.

그리고 선배들이 조연출 일을 가르쳐 줄 때, 일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술 마시면서 ‘괜찮아, 형?’ 한번 하면 다 된다고 하는데,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지 그게 참 낯설고 안 되는 거다. 

내 모습 자체로 어떻게 이곳에서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 왔고, 이런 고민은 지금도 하고 있다. 사실 그런 의문을 계속 품어 온 까닭에, 지난 8년 동안 내 성향 자체가 많이 바뀌지는 않은 거 같다. 사람 쉽게 안 변하더라.

나는 사실 내 모습을 여자 PD로 규정짓고 싶지 않다. 여자 PD가 희소한 드라마국에 오기 전까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내가 여자라고 생각해 본적이 크게 없는 거 같다. 나는 여자여서 뭔가가 새롭고 다른 게 아니라 개개인의 성향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자, 남자를 떠나 어떻게 하면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상대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연출과 육아 병행에 대한 고민, 그 속에 담긴 현실

 

  ▲ 김지현 PD의 첫 연출작이자 극본까지 직접 쓴 드라마 MBC <드라마 페스티벌-원녀일기>의 한 장면. ⓒMBC  
▲ 김지현 PD의 첫 연출작이자 극본까지 직접 쓴 드라마 MBC <드라마 페스티벌-원녀일기>의 한 장면. ⓒMBC

김지현: 사실 오늘 이은진 PD를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다. 우리 회사 드라마국에는 결혼한 선배들은 있지만, 현장을 뛰는 여자 선배 중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여자 PD가 한 명도 없다. KBS나 SBS에도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분명 결혼적령기에 있는 여성 선배들이 아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고 하는지 궁금하고 묻고 싶었다.

대담과 상관없이 순수한 궁금함이다. 만약 아이를 낳았을 때 일과 병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아이를 낳고 쉬고 나서 다시 현장에서 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워낙 체력과 집중이 많이 요구되니…. 육아와 드라마 현장 연출을 병행할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욕심일까? 나는 드라마가 정말 좋고 현장이 늘 재밌다.

이은진: 아직 아이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일단 결혼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근데 이게 문제다. 사람이 일을 하면서 가정생활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잘못됐다. 애를 낳고 키우면서 일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드라마 작가들도 아이를 누군가한테 맡기거나 하는 식으로 대본을 집필한다. 드라마 작가들이라고 해서 체력이 필요하지 않거나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만약 김지현 PD가 결혼을 할 거라면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다. 연출이라는 것은 작가와의 약속이자 스태프와의 약속이다. 또한 회사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정말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게 된다는 의미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고, 본격적으로 연출 생활을 하기 전이 여유가 있다고 본다.

드라마 과잉시대,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드라마가 필요하다

 

  ▲ 김지현 MBC PD(사진 왼쪽)와 이은진 KBS PD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 김지현 MBC PD(사진 왼쪽)와 이은진 KBS PD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헌

이은진: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누가 만들던 간에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면 되는 거다. 아이템 선정 고충은 기본적으로 드라마 PD이기에 가져가야 한다.

지금의 문제는 너무 드라마가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질려버리면 안 되는데 질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채널 어디를 돌려봐도 계속 드라마가 나오고 있으니 지친다고나 할까? 너무 비슷한 이야기인데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서 만드는 데 따른 빤함과 이로 인한 피로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PD들도 반성해야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중요하지만, 지금 현재 내가 제일 보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드라마를 보면 PD나 작가가 소재주의, 작가주의로 가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가 어려우니까 설레고, 예전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 것 같다.

좋은 연출자, 좋은 드라마를 위한 전진

 

  ▲ 이은진 PD가 연출한 <드라마스페셜-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 ⓒKBS  
▲ 이은진 PD가 연출한 <드라마스페셜-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 ⓒKBS

이은진: 차기 작품도 준비하고, 지금 내가 있는 기획팀에서 내부 기획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었는데 거기서 간사를 맡고 있다. 외부에서 기획을 많이 만들어 오다 보니 아는 작가들만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잘하는 연출자를 제외하고는 작품을 맡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후배들은 조금 더 많이 작가들과 만나고 이야기도 해보고 직접 기획을 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껴봤음 좋겠다. 기획이 서너번 엎어지면서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아이템을 해보고, 작가와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그게 바로 좋은 연출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지현: 내가 드라마 PD를 꿈꿨던 건 아주 어렸을 적 부터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즐거워 할 때 나 역시 즐겁다. 지금도 가족들은 내가 만드는 드라마의 제일 가는 애청자다. 나는 항상 엄마한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꿈꾼다.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짜내고 드라마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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