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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16주년 특집 인터뷰

초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 이형모 “시대정신은 21세기에도 살아있어야 한다” 윤지영l승인2003.06.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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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서 강물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는 모래가 되지 말고 뭉쳐진 빛이 됩시다. 일어나 빛을 발합시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1대 회장을 맡았던 이형모 회장(현 단국대 겸임교수)의 창간사 중의 한 구절이다. 1987년 넥타이부대까지 가세 했던 범국민적 민중항쟁인 6월 항쟁이 지난 10일로 16주년을 맞았다. 6월 항쟁으로 일기 시작한 민주화바람은 ‘정권의 나팔수’였던 당시 방송에도 영향을 미쳐 PD들 사이에서는 방송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요구는 PD연합회 창립의 바탕이 됐다. 6월 항쟁 16주기를 맞아 초대 PD연합회장이자 언노련 위원장(4∼5대)을 맡았던 이형모 회장을 만나봤다. ● PD연합회창립은 6월 항쟁이 기폭제가 됐다 ― 당시 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했었다. 6월 항쟁이 터졌을 때도 PD들은 정권에 위축돼 현장에 가는 것도 엄두를 못 낼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갓 입사한 젊은 PD들은 그곳에 갔고 그들로부터 현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부끄러웠고 언론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민중 항쟁이 일어나도 언론은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난 KBS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 뺏지를 빼기도 했다. 이후 6·29 선언을 계기로 방송사내에서도 방송민주화운동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매일 저녁에 PD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MBC PD협회가 먼저 구성이 됐고 이후 PD연합회로 확대하게 됐다. ●PD연합회 구성의 시대정신은 ― PD연합회는 당시 민중들이 이뤄낸 민주화 분위기에 편승되긴 했지만 이때라도 PD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PD들은 저널리스트라기보다는 아티스트, 작가주의 기질이 많았다. 그러나 시대정신이 깔려 있지 않은 작가주의는 ‘죽은 아름다움’에 불과하다고 본다. PD연합회는 공정방송을 위해 PD를 보호하고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나는 임기 후 KBS를 떠나도 된다는 각오로 회장을 맡았다. ●당시 PD연합회의 최대 화두는 무엇이었나 ― 방송민주화, 방송법 개정, 공정방송 실현, 광고공사의 불법성 등을 중점에 뒀다. 그러나 협회가 구성된 후에도 간부들의 정권 눈치보기는 여전했고 내압도 많았다. 이에 PD협회로 프로그램에 대한 온갖 압력사례가 쏟아졌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외에도 기자들 20% 세금감면 해택을 PD들도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했었다. 이에 대해 문공부도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에는 단계적 허용을 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 당시 연합회 운영위원 중 한 PD가 “세금감면 해택은 전두환 정권의 특혜인데 이를 받으려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웠으며 결국 혜택은 거절했다. ●시기적인 특성 상 힘든 점들이 많았을 텐데 ― 친정권 인사의 연설내용을 녹화 중계한 적이 있었는데, KBS는 이를 한번에 그치지 않고 재방송까지 하려고 했었다. 나는 외압이라고 판단하고 그 길로 본부장에게 찾아갔더니 외압은 절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문공부 매체국장을 찾아가서 외압이 아니라면 제작진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주장해 재방송은 취소가 됐다. 또 불이익을 주겠다는 모 본부장의 협박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상관없다. KBS를 떠날 각오를 하고 있으며 가더라도 간부들의 비리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그 간부는 집까지 찾아오며 결국에는 통사정을 하기도 했었다. 협회의 위상이 커지자 KBS 사장은 PD협회가 원하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88년 서울대 대동제를 취재한 <추적60분>도 불방됐는데, 본부장을 찾아가 신문기자,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공개시사회를 갖자고 제안하자 결국 방송여부를 제작자에 일임하겠다고 답변했다. ●당시에는 방송의 정치권 압력이 상당했었을텐데 ― 낙하산 인사는 물론 방송제작진들도 중앙정보부, 정당 등에서 파견된 특채출신이 많았다. 당시 KBS의 경우 전체 직종 중 이들 특채출신이 무려 438명이었다. 협회는 이 명단을 입수해서 특채자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PD협회 혼자 할 것이 아니라 전체협회를 아우러야 하기 때문에 KBS 발전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는 노조전신이다. 89년 4월에 특채자 정리를 위한 청문회가 열렸고 노사동수의 특별인사위원회도 구성됐다. ●후배 PD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예전에는 PD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을 반성하고 공정방송 확립에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정신이 없는 PD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공정한 언론운동으로 가는 길과 개인의 사익이 부딪힐 경우 사익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메시지가 없는 작가정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PD들은 시대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하고 PD연합회는 이를 정립해야 한다. 문화적 환경, 권익 보호 확보도 중요하지만 시대적 의식을 가지고 국민과 민족 앞에 부끄럽지 않는 PD들이 됐으면 한다. 이형모 회장은 시대정신과 이를 담아내기 위한 PD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2000년 KBS 부사장에서 물러나면서 단국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한 이 회장은 학생들에게도 “이론도 중요하지만 시대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며 자신의 언론운동 현장 경험을 접목시키는 ‘시국강연회’를 할 때도 있다며 웃는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지면관계상 다 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윤지영 기자
윤지영  ontong1@pd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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