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일하러 온다던 게 너야? 아니, 끗발 좋은 지점장 사모님께서 웬 주방일이야? 니네 남편 무슨 일 있니?”
“어머, 무슨 일은. 얘는, 큰일 날 소리 하네. 내가 아니고, 내가 아끼는 동생이 있어. 걔가 하도 급하게 일자리를 구한다길래 도와주려고 그러지.”
좌천된 남편, 직장을 그만둔 딸. 결혼 후 수십 년을 전업주부로 살던 오민자(송옥숙 분)는 재취업 전선에 나선다. 한 푼이라도 벌어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열심히 직장을 알아보는 그녀. 그러나 나이 때문에 쉽게 일을 구하지 못한다. 그러다 어렵사리 구한 식당 아르바이트! 하지만 면접을 보러 간 식당의 주인이 하필이면 동창이다.
자존심이냐, 취업이냐. ‘끗발 좋은 지점장 사모님’이었던 민자는 동창 앞에서 결국 거짓말을 하고 도망치듯 식당을 빠져나온다. 어려운 취업시장과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웃픈’ 현실. 민자 본인도 한 때는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지만, 그런 화려했던 과거 따위 경단녀의 취업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나이 많은 경단녀에게는!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언제나 한정적이고, 그 한정적인 선택권 안에서조차 취업은 쉽지 않다.
드라마에서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단녀의 재취업. 그래도 민자는 자존심을 택할 여유는 있었다. 만약 현실이었다면, 민자가 한 때나마 ‘끗발 좋던’ 사모님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민자는 자존심을 택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