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손바닥 ‘10분 드라마’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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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협회 미래방송 간담회 ③] 웹드라마·넷플릭스·유튜브를 통해 바라본 드라마의 미래

웹드라마가 하나둘씩 인터넷을 통해 선 보이며 미래의 드라마 형태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 과 모바일 환경에서의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국내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의 영상 콘텐츠는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유통되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미래의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 보고자 한다.  3월 17일자 <KBS PD협회보>에 게재된 글을 <PD저널>에 중복 게재한다 . <편집자>

1.<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와 방송의 미래
2. 인터넷 시장에서 바라본 KBS, 지상파의 미래
3. 웹드라마·넷플릭스·유튜브를 통해 바라본 드라마의 미래? ( 강정수 박사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박관수 기린제작사 대표, 고찬수 KBS PD)
4. 라디오의 미래
5. 한류와 해외 콘텐츠 시장
6. 스마트TV
7. 소셜TV와 빅데이터 TV
8. 무인자동차-웨어러블 시대의 미래방송
9. Zero TV vs TV Everywhere
10. 한국에서도 미디어 분야의 혁신이 가능할까?
11. 미래를 위한 방송사의 준비
12. 토크콘서트 : 1년 결산

▲ 6개에 이르는 버즈피드 유튜브 채널은 하루 평균 5개의 동영상을 공개하는 데 월 조회수가 4억을 넘는다. ⓒ버즈피드
고찬수: 박관수 대표께서 웹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느꼈던 점을 얘기해시는 것으로 좌담을 시작해볼까요?

박관수: 2013년 우연히 ‘미생’ 프리퀄(*Prequel:전편보다 시 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작업을 하면서, 웹드라마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때 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고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은 웹드라마가 수익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제작사들이 웹드라마 콘텐츠의 자체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하나가 있는 것 같고, 또 다른 하나는 대기업들이 온라인 동영상을 통한 회사 PR(VPR:Video PR)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 흐름에서 웹드라마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50대 기업은 VPR 부서를 거의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2015년엔 아마도 홍보 목적으로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일이 크게 증가할 겁니다.

고찬수: 사실 웹드라마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정수 :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맹아기를 지나서 대형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이후에 구글을 이용해서 오리지널 프로그램(*original program:인터넷/ 모바일 전용 프로그램)을 검색하면 수십만 개의 결과가 나옵니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은 콘텐츠 생산자 뿐 아니라 유통사업자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에서는 VOL, 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페이스북이 웹드라마 제작에 뛰어들고 있고, 디즈니 같은 기존의 거대 콘텐츠 기업도 ‘maker studio’라는 MCN(*Multi channel network:재능 있는 1 인 제작자의 방송 활동을 지원하는 네트워크형 사업)을 거액에 구매하여 시장에 진출했죠. 유럽의 경우는 베텔스만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들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요.

먼저 미국에서는 훌루(*Hulu:미국NBC 유니버설자회사 비 디오 스트리밍 기업)에서 인터넷 전용의 저가 드라마인 ‘발렌 타인데이 사랑이야기들’같은 드라마를 제작했다가 크게 실패를 봤습니다. 이후 미국 사업자들은 아예 할리우드 제작진으로 이미 검증된 작가, 검증된 제작진을 대거 참여시킵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이 거액이 투자된 작품이 크게 성공하게 되면서 미국의 오리지널 드라마 프로그램은 대형화 양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유통사업자인 넷플릭스나 아마존이 거액을 투자해서 드라마를 제작하고 유통까지 하는 미국의 현상은 단순한 비즈니스의 수익 뿐 만이 아니라 동영상이 유통 플랫폼의 강화에 기여한다고 보고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죠.

ⓒ버즈피드
고찬수: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곳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다는 것인데, 국내는 네이버나 다음이 상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박관수: 다음, 네이버 같은 포탈 뿐 아니라 IPTV 쪽에서도 요즘은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협의를 하고 있는데요. IPTV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동영상을 보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니 여기서 우리도 짧은 콘텐츠를 공급하고 싶다는 정도의 고민인 거지, 투자하려고 하지는 않더라고요.

강정수: 훌루(Hulu)는 한국의 푹(Pooq) 서비스 같은 거잖아요.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 FOX, ABC, NBC가 공동으로 33%씩 출자해서 만든 회사로 제작사가 있는데도 유통사인 훌루가 제작을 했다는 것은 제작사들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유통 플랫폼이 가진 수익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들이 내는 돈이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히트를 치는 드라마가 나오면 제작자 쪽에서 드라마 가격을 올린다는 거죠. 어쩔 수 없이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 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넷플릭스가 경험합니다. 그런 이유로 훌루 같은 유통 플랫폼 회사도 직접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아마존도 자체 드라마를 제작했고요.

고찬수 : 한국에서도 과연 자신의 유통 플랫폼을 이용해서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사업자가 나올 수 있을까요?

강정수 : 시장 크기의 문제죠.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미 마켓 사이즈가 크고요, 유럽 같은 경우에는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 등은 자체 국가만의 사이즈를 보면서 하지 않고 유럽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사업을 합니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해외 시장을 겨냥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향이 최근에 많 이 나타나고 있구요. 요 근래 라인(*LINE: 라인주식회사가 개 발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이 웹드라마에 크게 투자를 하고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성공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뿌리고 싶은 시장은 중국이라고 보여집니다. 중국과 동남아 전체를 아우르는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다면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방송한 후에 성공한 프로그램을 재판매하는 것 보다는 바로 스마트폰으로 동시에 유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중국이나 기타 시장에 재판매하는 지금같은 단계 별 방식은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맞지 않는 유통방식입니다.

오리지널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새로 운 방식의 제작 문법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뉴스 미디어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새로운 미디어 ‘버즈피드’ (*BuzzFeed: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에서 동영상 사업을 하기 위해 ‘제이 프랭크(Ze Frank)’라는 사람을 영입합니다. 버즈피드에 거액을 받고 온 이후 그는 거의 1년 동안 아무 것도 만들지 않고 ‘새로운 유튜브 세대에게 맞는 문법은 무엇일까?’에 대해 연구만 한 후에, 몇몇 실험적인 영상 제작 기간을 거칩니다. 요즘에는 하루 여섯 개 정도씩 천재적인 영상을 찍어내고 있는데, 기획력이 뛰어나서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젊은 세대를 열광시키는 새로운 영상 문법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예요. 이제는 TV 방송이 보여주고 있는 아이돌 중심적인 한류 문화만이 아니라 다양한 한국의 문화 코드를 가지고 유튜브나 라인 같은 해외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서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접근한다면, 우리의 콘텐츠들도 충분히 동남아와 중국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찬수 : 대규모의 자본을 투자해서 헐리우드 스타일의 대작을 만들고 있는 넷플릭스 스타일과 버즈피드처럼 좋은 기획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시도. 과연 뭐가 정답이냐 이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얘기를 해야 되나요?

▲ ⓒ넷플릭스
강정수 : 매스미디어에서는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분석할 틀이 없었어요. 데이터 분석이 진행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버즈피드는 그러한 분석이 일상이라 는 겁니다. AB테스트라고 하는데 동일한 콘텐츠의 제목이나 문법을 조금씩 바꿔봐서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끊임없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화 시켜내면서, 트라이얼 에러(*trial & error:시행착오)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넷플릭스 같은 경우에는 배우 선정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결정하고 있어요. ‘주말 저녁에 몰아보기를 하는 4-50대 돈 있는 사람들’ 이라는 공략지점이 파악됐기 때문에 징키스칸이나 하우스 오브카드 같은 블록버스터를 과감히 만들 수 있는 겁니다.

반면 버즈피드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이메일 체크하듯이 보는 패턴이라는 거죠. 그럴 경우에는 당연히 저가의 제작비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기획 작품들이 제작되어지는 겁니다. 버즈피드 영상의 60%가 모바일에서 소비됩니다. 그래서 글자도 큼직큼직하게 커야 되고요. 어느 하나의 길이 옳다고 하 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들을 끊임없이 분석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죠.

고찬수 : 우리 현실에서 방송사들이 데이터 분석을 적용해서 동영상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포털이나 새로운 미디어 기업들을 이길 수가 없지 않을까요?

강정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항해서 방송사 같은 콘텐츠 사업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다 장악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여야만 합니다. 협상할 때 한 가지 콘텐츠만으로 대응을 하면 끝나는 것이거든요. ‘너네 는 드라마만 잘해? 근데 요즘엔 드라마보다 웹드라마를 소비자가 더 좋아해’ 이렇게 되면 협상력이 무너지는 겁니다. 때문에 독일이나 미국 방송사들 그리고 디즈니 같은 거대 콘텐츠 기업들이 ‘메이커 스튜디오’ 같은 MCN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죠. ‘모든 콘텐츠 상품들을 다 쥐고 있으니 우리를 간과한다면 너희는 콘텐츠라는 것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협상을 하는 것이죠.

디지털 유통 플랫폼의 파워는 당분간 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을 동일 마켓으로 인식하고 접근해야할 시점입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 동남아, 중국 등이 우리의 콘텐츠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이처럼 마켓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갖추어 나간다고 하면 콘텐츠 사업자도 유통 사업자에 대항하는 힘을 가지게 되고 그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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