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YTN 사장에게 ‘공정방송’ 투쟁은 ‘노사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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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서 해직언론인 언급 없어…“재정 탄탄한 YTN 만들겠다”

해직 언론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통령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 반대의 공정방송 투쟁도 ‘노사분규’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정리했다. 중요한 건 “재정적으로 탄탄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좋은 경영 없이 좋은 방송 없고, 좋은 방송 없이 좋은 경영이 없다”고 강조했다. 23일 취임한 조준희 YTN 신임 사장이 취임사에서 드러낸 YTN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인식과 비전으로, 그가 말하는 “좋은 방송”의 의미가 그동안 구성원들이 강조해왔던 “공정 방송”과 맞닿아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준희 신임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YTN 뉴스퀘어 1층 YTN홀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조 사장은 취임사에서 “재정에서 실패한 방송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고, 시민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할 수 없다”며 “재정적으로 탄탄한 YTN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종편(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이 생겨나면서 YTN의 시청률은 정체되어 있고 매출도 감소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YTN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매출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조준희 YTN 신임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뉴스퀘어 1층 YTN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YTN
조 사장은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노사분규로 인한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경영이 어려우면 갈등과 파벌이 생기고 불신과 이기주의가 활개 치는 것은 YTN뿐 아니라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끓는 물속에서보다 미지근한 물속의 개구리가 죽어가는 것처럼, 서서히 침몰하는 배가 더 위험하다”며 “이제 국민들은 YTN이 없다 하더라도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의 말마따나 다매체 다채널 상황 속 YTN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은 건 사실이다. 일례로 지난 2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텔레비전 방송채널 시청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YTN의 시청점유율은 종편 4사와 CJ E&M 계열 오락채널인 tvN에도 뒤진 12위였다.

하지만 YTN의 악화된 노사 관계는 경영 위기 때문만이 아니다. YTN 사측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대선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인 구본홍 사장을 반대하며 공정방송 투쟁에 나섰던 구성원들을 대거 징계하고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 등 6인을 해고했다.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을 위해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다는 구성원들을 해고·징계한 YTN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 시작한 배경이다. 그러나 후임인 배석규 전 사장은 언론계 안팎의 복직 요구를 외면했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6인 중 3인의 복직을 결정했지만, 복직된 이들조차 복직 이후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아 또 다시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배석규 전 사장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를 두고 YTN 안팎에선 “YTN 보도를 망가뜨려 이른바 종편과 (또 다른 보도채널인) 뉴스YM를 성장시킨 공로인가. 배석규씨가 YTN 사장으로 있는 동안 YTN의 경영 상황은 극도로 나빠지고 경쟁력은 밑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3월 13일, 언론노조 YTN지부)고 비판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문건에선 배 전 사장에 대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조 신임 사장이 YTN에서 계속되고 있는 노사 갈등과 작금의 YTN이 보이고 있는 정체의 원인을 단순하게 “노사분규”로 정리하며 이를 “경영이 어려워진 데 따른 갈등”이라고 진단하는 것을 섣부르다 지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조 사장은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상호 신뢰의 성숙한 노사 문화를 만들겠다”며 “지난 몇 년간 YTN은 극심한 노사 분규를 겪었고, 안타깝게도 노사 간, 선후배 간, 동료 간 갈등의 골도 상당히 깊다고 들었다. 제가 더 많이 듣고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여 그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 사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탄탄한 경영기반을 다지고 윤택한 회사를 만들어 YTN 사전에서 해고, 구조조정, 명퇴 등의 단어는 지워버리자”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1954년 경부 상주에서 태어나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1980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동경지점장, 종합금융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전무이사를 거쳐 2010년~2013년 기업은행장을 지낸 ‘금융인’ 출신 인사로 내정 당시부터 보도전문 채널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전문성 논란이 제기됐다.

조 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취임사에서 “저는 방송을 잘 모른다”고 인정하면서도 “한 가지 분명히 알고 있는 건 좋은 방송 없이 좋은 경영 없고, 좋은 경영 없이 좋은 방송 없다는 것으로, 방송과 경영의 융합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과 보탬이 되는 관계, 서로 간에 존경과 신뢰가 충만한 상생의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 조준희 YTN 신임 사장 취임식이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뉴스퀘어 1층 YTN홀에서 열리고 있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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