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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천 세트장 촬영 현장

▲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 촬영 전 유현기 PD와 배우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PD저널
여자 넷이 식탁에 둘러앉아 과일을 먹는다.

“드셔보세요. 형님먼저.”

“내가 왜 형님이야, 징그럽게. 에잇, 본처 먼저.”

투닥거리면서도 웃으며 과일을 먹는 네 사람. 지난 25일 방영된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한 장면이다.

순옥의 한옥집을 채우는 사람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수목 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인 가족극으로, 삼대에 걸친 네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막장 없는 가족극’을 선보이는 한편, 인물들이 각자의 상처와 방황을 딛고 변화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어 많은 사랑을 받는 중이다.

드라마의 주 무대로 등장하는 순옥의 한옥집, 그 현장에 <PD저널>이 다녀왔다.

▲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 촬영 세트장. ⓒPD저널
경기도 이천의 황량한 공터. 허허벌판 위에 칙칙한 회색빛의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다. ‘이게 세트장이라고?’ 반신반의하며 안에 들어서니 한옥집이며 사무실이며 오피스텔이 마법처럼 나온다.

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순옥(김혜자 분)의 한옥집. 극 중 여자들만 모여 사는 이 금남의 한옥집은 세트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장독 위 널어놓은 나물 소쿠리며 한옥 골목길과 담장, 책장에 꽂혀 있는 책과 부엌의 식기까지, 어느 것 하나 신경 쓰지 않은 게 없다. 미술감독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부분. 캄캄한 세트장에 조명을 켜니 한옥집은 아침이 됐다가, 해질녘이 됐다가, 밤이 됐다가 했다. 이 아름다운 한옥집은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 한옥집을 채워주는 사람들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삼대에 걸친 모녀와 장모란(장미희 분)이 사는 곳.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화면 밖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촬영 강행군이 이어지지만, 모두들 힘든 기색 없이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였다. 배우들도 화기애애하기는 마찬가지. PD와 스태프들은 배우들을 “현숙”, “마리”, “모란” 등 극 중 이름으로 불렀고, 녹화 전 대본 리딩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유현기 PD가 리허설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 ⓒPD저널

방영 초반부터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는 비결이 궁금했다. 물론 드라마 제작에 관계한 모두의 노력이 있었을 테지만, <착하지 않은 여자들> 촬영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유난히 서로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고마움을 아는 마음은 현장 분위기와 직결됐다.

훈훈한 현장 분위기, “유현기 PD 덕분”

촬영 중간 쉬는 시간. 이 날 비교적 일찍 촬영을 마친 도지원 씨는 세트 밖에서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극 중 까칠한 현정 캐릭터와는 달리 다정하게 웃으며 어울리고 있었다. 도 씨는 지난 2월 종영한 <힐러>에 이어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정신없는 스케줄을 소화해 온 상황. 하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밝아 보였다 그녀는 “스태프들과 이제 많이 친해진 참이다”라며 “힐러 끝나고 몇 주간은 동시촬영을 하는 등 일이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정말 즐겁다”고 전했다.

도 씨는 특히 유현기 PD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녀는 “원래 PD가 좋으면 현장 분위기 전체가 좋은 법”이라며 “PD 덕에 촬영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 촬영 도중 쉬는시간에 배우 도지원 씨가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현장에서 만난 배우들도 유 PD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현장 분위기를 이끄는 유 PD의 공이 크다는 평가였다. 실제로 유 PD는 촬영 내내 배우들의 리허설과 리딩을 꼼꼼하게 챙겼고, 촬영 도중에도 수시로 배우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스태프는 유 PD에 대해 “워낙 인품이 좋기로 소문난 분”이라며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타고난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대본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와 PD 이름만 보고 작품을 결정했다”는 배우들의 뒷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말 맛’과 차진 연기의 향연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드라마의 꽃은 배우들의 열연. <착하지 않은 여자들> 촬영 현장에서는 NG가 거의 나지 않았다. 한번에 OK 사인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 여러 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합을 맞춰야 하는 장면에서도 시행착오 없이 완벽하게 촬영이 진행됐다. 배우들 간의 ‘케미’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포인트는 순옥(김혜자 분)과 모란(장미희 분)의 케미. ‘말 맛’이 살아있는 대본과 차진 연기가 만나는 모습이 흥미진진했다.

“비비크림은 떡져가지고”, “한 대 치고 싶네.”, “본처 먼저.”

막말인 듯 애정표현인 듯 돌직구를 날리는 순옥과 불쌍하다가도 얄밉고 애교스럽게 할 말은 다하는 모란의 조합이 압권이었다. 컷! 소리가 나자 스태프들은 일제히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 현장. ⓒPD저널
▲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 현장. ⓒPD저널
김혜자는 극 중에서도 현장에서도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했다. 현장에서는 조명 하나 하나 세밀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장미희도 그 간의 캐릭터 중 가장 변주된,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장 한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배우로 채시라를 꼽기도 했다. 그는 “채시라는 온 몸을 던져 연기한다”며 “망가져야 하는 역할이라 여배우로서 기피할 법도 한데, 거리낌 없이 헌신적으로 연기를 하는 모습이 감탄스럽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막상 채시라 본인은 “전혀 힘든 줄 모르겠다”고 단언했다. 채시라가 맡은 현숙 캐릭터는 마음 속 상처도 많고 열등감도 많은 인물이다. 현숙은 가부장적 전통에서 자라난 마지막 세대이자, 늘 언니에게 비교 당하던 둘째이고, 학창 시절 선생님에게 미움을 받고 쫓겨난 학생이었다. 어릴 적 열등감을 어른이 되어서도 안고 있는 현숙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캐릭터. 대사 분량도 가장 많고 비중도 커서 힘들 법도 한데, 그녀는 “작품이 너무 좋아서 힘들기는커녕 매일이 즐겁고 재밌다”며 “하나도 안 힘들다”고 웃었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작품이 좋다”고 입을 모으는 분위기였다. 촬영을 지켜보던 한 매니저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더라도 배우라면 누구든 욕심낼 작품”이라며 “대본이 빈틈없이 짜임새 있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한 관계자는 “구태의연하게 들릴지 몰라도 배우, 작가, PD의 세 박자가 잘 맞았다는 게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 스태프들이 큐시트를 보며 의논을 하고 있다. ⓒPD저널

우리 모두의 성장기

현재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9회까지 방영된 상태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철희(이순재 분)의 사연과 그를 둘러싼 모란과 순옥의 관계, 현숙과 말년(서이숙 분)의 과거, 현정의 변화, 마리의 연애 등 각자의 이야기들이 촘촘히 엮어지고 있다.

하지만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건 ‘성장기’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오춘기’를 겪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 중 누구에게든 자신을 투영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 인물 하나하나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해갈지가 궁금한 이유다.

채시라도 “현숙의 성장기를 연기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해 나갈 것 같다”며 “앞으로의 변화가 나도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끝까지 건강하고 착한 드라마, 극 중 인물과 함께 배우도, 스태프도, 시청자도 다 같이 성장해 나가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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