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기자 사태’로 KBS 내부가 시끄럽다. KBS 9개 직능협회가 이른바 일베 기자에 대한 임용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26일에는 KBS 공채 41기들이 KBS 사옥에서 점심 시간과 퇴근 시간을 이용해 일베 기자 사태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문제가 된 이른바 ‘일베 기자’는 42기 수습기자로, 지난해 입사한 바로 앞 기수 선배들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셈이다. 42기 신입사원은 다음 달 1일 임용을 앞두고 있다.
41기들은 ‘선배님, 저희는 정말 두렵습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일삼는 곳”이라며 “일베에서 여성 혐오와 특정지역 비하 글을 올렸던 사람이 KBS 기자로 채용되었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게 된 순간부터 우리는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를 잃게 되었다”고 규탄했다.
이 날 1인 시위에 참가한 한 PD는 “직군에 상관없이 41기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처음 맞이한 후배인지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마음이 좋지 않지만, 공영방송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고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KBS 9개 협회는 지난 20일 연대 성명을 통해 “의도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적어도 KBS의 구성원은 아닐 것”이라며 “‘일베 기자’의 임용을 명확히 반대하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은 ‘일베 기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며 “사규 등 형식 논리에 빠져 KBS 구성원들의 뜻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일베 기자’ 사태를 결자해지하라”고 요구했다.
41기는 “수습사원 한 명을 용서할 수는 있어도, KBS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까지 바꾸지는 못한다”며 “일베와 KBS가 겹쳐 보이는 순간, KBS의 이름을 내건 어떤 방송도 이전과 같은 의미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개인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 이전에 그가 정말 공영방송의 기자로서 적합한지 판단해 달라”며 “사회를 병들게 하는 비상식의 가치가 공영방송이라는 필터로 걸러질 수 있다고 우리는 아직 믿는다”고 전했다.
현재 KBS PD협회를 비롯한 11개 협회 연합은 문제가 된 신입사원의 임용절차를 즉시 중단하고 KBS 신입사원 공채 채용절차를 전면 보완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이어 다음 주 초에는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