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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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세상읽기] ‘추적 60분-원전과의 불편한 동거’

 

▲ ‘추적 60분-원전과의 불편한 동거’캡처 ⓒKBS

올해로 꼭 38년째다. 1978년 대한민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23기의 원전이 들어섰고, 앞으로 최소 16기가 추가로 세워질 예정이다. 세계 4위의 원전대국이고, 부지별 밀집도만 따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원전주변에 거주한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원전 인근 갑상선암 환자 548명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상대로 공동소송에 나섰다. 갑상선 암 발병의 책임을 원전에 묻는 최초의 소송이었다.

<추적 60분> ‘원전과의 불편한 동거’ 편(방송 2015년 3월 21일)을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움 점은 원전과 갑상선 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을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부산지법에서는 갑상선 암 발병에 대한 한수원의 책임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한수원 측은 즉각 항소했고, 갑상선 암과 저선량 방사선과의 인과관계는 전 세계적으로도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분야다. 사실 비전문가인 PD입장에서 방송을 통해 이를 입증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혹’하는 아이템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취재를 결정하게 된 건 원전 인근 지역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분명’ 높다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 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원전 반경 5km 이내 주민의 갑상암 발병률이 30km 떨어진 주민에 비해 2.5배 높았다.(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서울대 의학연구소 2011). 제작진이 확인한 것도 역학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집 건너 한집 꼴로 암 환자라는 주민들의 말처럼 경주 월성 원전 인근 10개 마을 해녀들의 갑상선 암 실태조사를 해보니, 162명의 해녀 가운데 24명이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다. 100명 중 15명꼴로 갑상선 암에 걸렸다는 것인데 이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 ‘추적 60분-원전과의 불편한 동거’캡처 ⓒKBS

문제는 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선 암 발병이 원전의 방사성 물질과 관계가 있느냐는 것. 제작진이 주목한 것은 월성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였다. 원전에서 상시적으로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경우 아직까지 100% 제거하는 기술이 없다. 실제 취재진이 확인해 보니 원전 가까이 사는 주민일수록 소변에서는 더 많은 양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더 충격적인 건 원전 거리에 따른 식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미량의 삼중수소와 갑상선 암 발병과의 인과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원전에서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삼중수소에 의한 피폭 량이 더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주민들이 불안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느덧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4주기가 지났다. ‘안전하다, 깨끗하다, 저렴하다’는 원전에 대한 신화도 금이 갔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27일 월성 원전 1호기 재가동 결정이 논란 속에 결정됐다. 정부는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왜 원전 지역에 갑상선 암 환자가 많은지 불안하다. 철저한 역학조사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수원 측은 기준치 이하라 괜찮다는 말만 반복한다. 일각에서는 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관계된 일이라면 ‘안전하다’가 아니라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으로 접근하고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 원전과의 동거가 ‘불편’을 넘어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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