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동성 키스신 심의에 뿔난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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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JTBC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 중단 촉구…“성소수자 차별 멈춰야”

“윤리성, 건전성 등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이 위반했다고 하는 조항 외에 다른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도 살펴봤다. 제7조 제8항을 보면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이바지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제9조 제5항을 보면 방송은 성별・연령・직업・종교・신념・계층・지역・인종 등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방심위는 오히려 저 조항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다른 방송을 심의해야 한다.”(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 김수환)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이 여고생 간의 키스신을 방송한 JTBC <선암여고 탐정단>(2월 25일, 3월 4일 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를 규탄하고 나섰다. 심의 자체가 성소수자 및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행위라는 문제 의식과 동시에,  심의 과정에서 나온 차별적 발언 때문이다.

▲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31일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언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 간 성적표현을 유독 문제 삼는 방심위의 성소수자 차별적 이중잣대와 더불어 방송 심의를 빌미로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쏟아낸 방심위원들을 규탄한다”며 심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방심위, 동성 간 키스신에 ‘윤리성’ 위반 등 논의…“혐오감 느꼈다” 발언 논란

무지개행동은 31일 서울 목동 방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 간 성적표현을 유독 문제 삼는 방심위의 성소수자 차별적 이중잣대와 더불어 방송 심의를 빌미로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쏟아낸 방심위원들을 규탄한다”며 “방심위는 <선암여고 탐정단> 동성 간 키스신에 대한 징계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방심위를 규탄하는 ‘키스신’ 퍼포먼스도 이뤄졌다.

방심위는 지난 25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연인 관계인 두 여고생의 키스 장면과 포옹 장면 등이 방송된 데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25조(윤리성) 1항과 제27조(품위유지) 5호, 제28조(건전성), 제35조(성표현) 1·2항, 제43조(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1항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했다.

이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혐오감을 느꼈다”(함귀용 위원), “잘못하면 청소년들에게 그런 걸(동성애를) 권장하거나 조장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본다”(고대석 위원) 등의 발언으로 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심의에 오른 <선암여고 탐정단> 키스신을 비롯한 동성 간 키스신 사진을 붙이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PD저널
“방심위, 자신의 혐오와 편견을 심의의 잣대로 삼는 오만”

무지개행동은 “정작 심의가 시급하게 필요한 대상은 해당 드라마가 아니라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발언들이다. 이들의 발언은 성소수자에 대한 심각한 무지와 혐오를 보여준다”며 “방심위는 무지와 편견, 혐오에 기반해 성소수자 청소년을 TV 밖 벽장에 가둬두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지개행동은 “성적지향은 한낱 드라마를 통해 조장될 수 있는 것도, 치료가 필요한 질병도 아니다. 무지보다 심각한 것은 심의위원들의 심각한 성소수자 혐오이며, 자신의 혐오와 편견을 심의의 잣대로 삼는 오만”이라며 “이토록 심각한 수준의 동성애혐오를 공공연히 표출할진데, 심의위원들이 성소수자를 다룬 방송을 공정한 잣대로 판단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무지개행동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인 나영씨는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가 단지 동성 간 키스에 대한 검열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우려된다. 국가가 개인의 삶과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검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검열로 이어질 것 분명한 만큼, 이 문제를 주시하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개인의 혐오감으로 인권 침해할 수 없어…차별 즉각 멈춰야 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은 “동성애자들은 방송에서 왜 꼭 손만 잡고 있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 사무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 드라마를 통해 동성 간 키스신을 보고 있고, 또 충분히 공론화되고 있는 장면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렇게 표현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성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현실이 더욱 문제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탄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의견을 받아들이는 공공기관의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 용민씨도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동성 간 키스신에 대한 검열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이며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것이다.

용민씨는 “공정성을 가져야 하는 방심위가 혐오감이라는 개인적 감정과 개인 의견으로 심의를 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혐오감으로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며 “동성애는 조장 가능한 것도 아니며 부도덕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동성애자라고 해서 혐오할 수 없다. 동성키스 장면 검열과 성소수자 차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몇몇 사람들은 동성 간 키스신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 방심위를 규탄하는 차원에서 ‘동성 간 키스신’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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