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월호 진상조사 원격 조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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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월호 특조위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 3월 27일 입법예고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행령안이 사실상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무력화시키고 진상규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11월 제정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서는 법의 목적이 참사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하여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안 대로라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정부조사자료’에 한정하고, 조사 대상 기관이어야 할 해양수산부를 진상 규명 등에 관한 주요 부처로 두는 등 특별법 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조위 비상임위원(야당 추천)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1일 <PD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안은 사실상 특조위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무력화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하며 “정부는 오히려 특조위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 무력화하려는 의도…독립성 보장해야”

▲ 세월호 특조위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김 교수는 시행령안의 가장 큰 문제는 ‘기획조정실’ 신설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안 제4조에는 고위공무원을 기획조정실장에 임명하고 그 밑에 기획총괄담당관, 운영지원담당관 및 대외협력담당관을 둔다고 명시돼 있다.

당초 특조위에서 정부에 제출한 시행령안에는 △진상규명국 △안전사회국 △지원국을 두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한 상임위원 3명이 각 국의 소위원장을 맡아 산하의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정부시행령안에서는 신설된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이 △위원회 업무의 종합・조정 △4・16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관한 종합 기획 및 조정 △소위원회 구성에 관한 사항 등 특조위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게 돼 있다.

김 교수는 “지금 안은 기획조정실장이 거의 모든 위원회 업무를 기획・조정하고 지휘하겠다는 뜻”이라며 “결국 특조위 위원들은 기획조정실장이 조정하고 조사해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의견 제시하는 수준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특조위원들의 권한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왜 그렇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기획조정실장은 정부가 파견하는 공무원이고 더군다나 1차 조사대상인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사대상에서 파견한 공무원이 조사업무를 다 관장한다는 것 자체도 말도 안 될뿐더러, 이는 결국 정부가 조사 전반을 ‘원격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 세월호 특조위 시행령안과 정부 시행령안 직제비교. ⓒ세월호 특조위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 시행령안은 결국 법의 정신에도 위배된 것”

특조위가 요청한 진상규명국은 정부 시행령안에서도 남아있긴 하지만 그 업무가 △4・16세월호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조사1과) △4・16세월호참사의 구조구난 작업에 대한 ‘정부조사자료’ 분석과 조사(조사2과) 등 의혹을 점검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보다는 ‘정부자료’를 점검하는 데 그치는 수준으로 업무 범위가 축소됐다.

김 교수는 “특별법에는 진상조사를 할 때 의혹이 없게끔 모든 것을 조사하라고 되어 있는데 정부 시행령안에 따르면 정부가 조사하지 않은 안건은 아예 조사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것”이라며 “세월호 피해 가족들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특조위가 만들어졌다. 정부 시행령안은 결국 법의 정신에도 위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특조위가 정부자료를 ‘검토’하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됐다. 특조위는 인원 구성과 관련해 정원 125명(상임위원 5명 포함)에 파견 공무원 50명, 민간 채용 별정직 70명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 시행령안을 보면 본문에서는 정원을 120명으로 하고 있지만, 정원표에서는 90명이 배정되며 사실상 인원이 감축됐다.

90명 가운데 파견 공무원 42명을 제외하면 민간 별정직은 48명이 남고 여기서 사무 업무 인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진상조사에 투입될 수 있는 인원은 30여명에 불과하다. 특조위 활동기간 18개월 안에 정부가 조사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분석하는 것도 버거운 인원이다. 김 교수는 “조직을 축소함으로서 특조위가 진상조사를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역량까지 함께 줄여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 세월호 특조위 시행령안과 정부 시행령안 인력 규모와 인력 구성 비교. ⓒ세월호 특조위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조사 가능한 여건 갖추고 특조위가 출범하는 것”

김 교수는 “특조위를 만든 것은 명명백백하게 의혹을 밝히고 진상을 규명하라는 것이었는데 정부는 진실의 핵심에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진실이 밝혀졌을 때 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부 시행령안에 대한 비난과 폐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해양수산부는 일부 문안에 대해 수정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특조위는 문안 수정으로는 특조위가 제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원래대로라면 세월호 1주기 이전에 특조위가 출범하고 진상조사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출범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대로 가면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질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세월호 특별법과 특조위를 만들면서 강조한 것이 ‘독립성 확보’”라며 “정부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특조위가 전원위원회 의결을 통해 내놓은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고 특조위가 독립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위의 정원 및 조직을 규정한 시행령 제정령안을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 "세월호 특조위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행정부의 하부조직으로 전락시킬 의도가 명확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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