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방송심의 분석해보니…“공정과 균형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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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학회, 방심위 3년 활동 평가 토론회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지난 3년간 심의를 분석한 결과 “진영 논리에 따른 전형적인 정치 심의 양상을 보였다”는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방송학회(회장 윤석년) 주최로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정과 균형: 방통심의위 활동의 분석과 평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와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 윤성옥 경기대 교수(언론미디어학)가 발제자로 나서 방심위 심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 한국방송학회(회장 윤석년) 주최로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정과 균형: 방통심의위 활동의 분석과 평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D저널
종편, 수차례 심의에도 같은 조항으로 위반되는 사례 계속

이승선 교수는 지난 2012년 1월 1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총 294건에 대한 전체회의 심의의결서를 분석했다. 해당 기간 동안  △MBC 50건(17%) △SBS 43건(14.6%) △JTBC 39건(13.3%) △KBS 38건(12.9%) △TV조선 36건(12.2%) △채널A 28건(9.5%) △MBN 27건(9.2%) △기타 방송사업자 19건(6.5%) △지역민방 14건(4.8%) 순으로 제재를 받은 것았다. 

심의 사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채널A(12건, 42.9%)와 TV조선(16건, 44.4%)은 ‘진행자 및 출연자 발언’이 문제가 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채널A와 TV조선의 경우 다른 방송사업자들에게서 잘 나타나지 않은 ‘사생활・명예훼손’ 조항 위반 사례가 각각 4건(14.3%), 6건(16.7%)이 발생했다. 이외 나머지 방송사들은 적게는 55.6%(MBN)부터 많게는 93%(SBS)까지 프로그램의 구성과 내용 전개 간접광고 노출 방식 등 ‘극 전개’ 문제로 심의에 올랐다.

이 교수는 “종편의 특정 프로그램들은 수차례 심의를 받았음에도 반복적으로 같은 양상으로 심의 제재 대상이 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며 “방심위의 심의제재 효과가 있는지에 관한 강한 의구심이 든다. 방심위의 심의가 필요한 지에 대한 근본적인 학술 논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2013년 12월 28일 방송). ⓒ화면캡처
방심위, 종편 ‘봐주기 심의’ 등 ‘정치심의’ 문제

이승선 교수와 함께 분석을 진행한 김재영 교수는  같은 기간 동안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심의 과정에서 종편에 대해 차별심의 양상이 두드려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방심위 회의록을 보면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긴 경우도 굉장히 많다”며 심의의 문제가 많았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2013년 12월 28일 방송)은 북한 연예계의 실상을 언급하면서 “김정은이 마음 내키는 대로 여자를 찍으면 데려다가 신체검사 하면서 처녀막 검사하고, 심지어 김정은이 잡아먹게 되어 있는 돼지를 키우는 여자조차도 신체검사”한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처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을 정제하지 않고 방송했음에도 벌점 1점의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반면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2014년 3월 14일 방송)는 민방위훈련으로 프로그램이 20분 늦게 시작한 데 대해 진행자가 “이 도둑맞은 시간 어디서 보상받습니까? 국가랑 상의하라고요?”라고 발언했으나 곧바로 사과하고 바로잡았음에도 ‘주의’ 처분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심의결과에 대해 “전형적인 ‘정치 심의’”라고 꼬집으며 지상파와 종편이라는 매체 간 특성보다는 ‘진영논리’에 의해 심의가 이뤄졌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같은 종편이라도 JTBC의 경우 ‘다이빙벨’을 다룬 <뉴스9(현 뉴스룸)>는 중징계를 받았다”며 “같은 편은 너그럽게 조치하고 다른 편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 잣대’가 문제”라고 비판했다.(관련기사:  방통심의위, JTBC 다이빙벨 보도 중징계 재심 ‘기각’)

▲ 2014년 4월 18일 JTBC <뉴스9> ⓒJTBC
“내용규제의 목적, 처벌이 아닌 방송 프로그램 품질 유지”

또 다른 발제자인 윤성옥 교수는 지난 2011년 5월 9일부터 2014년 5월 8일까지 활동한 2기 방심위의 심의활동을 분석한 결과 제재 수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심위의 제재조치가 경징계부터 중징계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음에도 전체회의에 상정된 안건이 대체로 ‘법정제재’를 받았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방심위는 내용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내용규제 기관이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처벌이 아니라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제재하겠다는 태도보다는 표현의 자유와 다른 기본권의 권리 충돌에 있어서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 신중하고 명확한 심의 필요성 강조…심의위원 자격 강화 요구

토론자로 나선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심위가 하는 ‘내용규제’를 형식적으로는 사후 규제라 검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전 규제’와 같은 작용을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전방위적이고 과도한 내용규제가 이뤄지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내용규제를 광범위하게 수행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 형성과 유지라는 원칙과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최대한 내용 규제 절제하고, 또 신중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방송심의가 사후규제이긴 하나 향후 방송과 제작자에 대해서는 자체 검열은 물론 위축 효과를 불러온다”며 “현재의 심의기준이 추상적이다 보니 해석과 적용이 자의적으로 이뤄지는데, 좀 더 명확한 심의 규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문헌화 하는 것이 어렵다면 개별 사건에 있어서 방심위가 일관성 있는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정부의 비판을 가로막는 데 악용되는 공정성 심의 부분의 개선과 심의위원의 자격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KBS <추적 60분> 등 공정성 심의 문제를 이유로 소송이 제기된 사례 모두 방심위의 패소로 결정이 났음을 들었다.(관련기사: 법원, ‘정치심의’ 남발에 잇단 철퇴)

추 사무총장은 “법원은 권력 비판 프로그램에 기계적 균형을 무리하게 적용해선 안 되고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며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딱 잘라서 공정성 심의를 하는 것은 ‘표적심의’다. 공정성 심의에 대한 대폭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추 사무총장은 “방송심의는 어떤 분야보다 독립성과 공정성과 정의감과 상식선에서 지켜야 할 가치들이 집약되고 있는 내용규제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위원들 선정에 있어서 공영방송 이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이를 ‘박효종(현 방심위 위원장)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입법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2011년~2014년 8월 종편4사 방심위 제재현황 ⓒ자료제공=최민희 의원실
막말・인신공격성 방송, 법으로 규제?

심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방심위의 심의로도 개선되지 않는 방송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의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이 같은 대안은 자칫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만제 원광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형・민사법적 정비를 통해 해당 방송사가 특정인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고 위해를 가한다면 어마어마한 민사상 보상을 하는 등의 심의 외적인 부분에서의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이때 우리 스스로 남을 위해하는 내용을 방송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거라는 인식이 확장될 수 있고, 심의를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모니터링의 전반적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심의기구의 모니터링 제도를 통합해야 한다”며 “여기에 경찰과 사법기관이 함께 해서 범법 행위가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바로 형사고발 내지는 처벌하거나 수사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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