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사촌의 담배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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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끊었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contsmark0|새 동네로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친구를 사귀었다. 나는 내성적이라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 편인데, 우연히 알게 된 이웃은 참 마음에 들었다. 대학친구만 해도 순수하지 못하다고 하는 것이 세상인심인데, 새로 사귄 이웃사촌은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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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로 사귄 친구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의 이웃사촌이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내가 그들의 모임에 끼어들게 된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한사람에게도 마음을 잘 주지 않는 내가 그 두 사람이 다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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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귀기에는 나 못지 않게 까다로운 아내 또한 새로 사귄 친구들의 아내들과 친하게 지낸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친구를 사귀는 게 아니라 아내들끼리의 모임에 묻어서 다니는 것 같기도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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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동갑들인 아이들은 세 집안이 모이는 날이면 자기들이 더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아빠, oo이네 집에 언제가’1주일에 몇 번씩이나 아이들이 물어보는 말이다. 나는 그때마다 “그렇게 만나고도 또 만나고 싶어?” 하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예-에!” 하고 큰 소리로 합창을 한다. 그래서 우리 세 집안은 1주일에 못해도 2번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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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만나면 정치이야기를 한다고 하는 우리는 어쩐 일인지 그런 이야기는 일절하지 않는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여자들이 눈치를 몇 번을 주어야 겨우 일어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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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일 때, 나는 농담을 주로 한다. 내 썰렁한 농담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소의 내 모습이 워낙 진지하기 때문에 내가 썰렁한 농담을 하면,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5명의 어른들이 갑자기“에이- 또야-- 또.” 하면서 웃고야 만다. 결코 재미있어서 웃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 말에 사람들이 웃어 주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 그런 시덥잖은 농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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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전, 모임의 멤버 중 한 사람이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 사람은 원래 천식이 있어서 많은 고생을 많이 해 왔는데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었다. 모임의 세 남자 중 유일하게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가 줄기차게 담배를 끊으라고 권유한 것이 효험이 있어선지 드디어 담배를 끊기로 마음을 먹고, 그날 가족 모임에서 선언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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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나는 내 집에 경사가 난 것 마냥 반가워했고, 그도 담배를 끊을 결심을 한 자신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세 남자 중, 이제 유일하게 담배를 피는 사람이 된 다른 한 사람도, 우리가 모일 만큼은 담배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그때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과연 언제까지 갈 것인가’나는 담배를 끊으려고 애쓰다 실패하고, 결국 다시 피우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봐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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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꾸준히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을 잘 참고 있었다. 아내도 수시로 그 집에 전화해서 계속 담배를 안 피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되다시피 했다. 약 한달쯤 지났을까? 세 가족이 다시 모이는 모임에서 술이 얼큰하게 올랐을 때 그는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우리 다섯 사람은 깜짝 놀라서 그를 말렸다. 그러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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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담배가 몸에 나쁜 것을 왜 모르겠어!”그는 약간 역정을 내는 듯이 말했다. 살다가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 때로 담배를 피울 때도 있지 많이 피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왜 그래! 우리의 말림이 계속되자 그의 강변은 더욱 심해졌고, 마침내 그의 아내는 울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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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모임에서도, 그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우리는 또 말렸다. 그는 그동안은 거의 담배를 안 피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모임이니까. 정말 편안하니까. 여기서는 정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싶어서 피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가 피운 담배는 전보다 확실히 많이 줄기는 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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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배를 배워보지 않았다. 왠지 모르지만 젊어서부터 별로 담배를 피고 싶은 마음이 들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담배를 피는 사람들의 마음은 잘 모른다. 그래서 그가 끊으려고 마음먹었던 담배를 다시 피려는 욕구가 무엇 때문인지,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마도 그가 요즘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다시 담배를 꺼내 물게 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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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누구의 삶인들 조금의 걱정거리가 없겠는가! 나는 빨리 그의 직장생활이 안정을 찾아 그가 다시 전처럼 당당하게 담배를 끊었노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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