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만 들었던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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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로 보는 SBS ‘풍문으로 들었소’

신분사회 대한민국에 사는 최상류층의 세계, 풍문으로만 들었던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대대로 특권층이었던 한씨 집안에 아들 인상이 “출신 성분을 알 수 없는” 만삭의 여자 친구를 데려오면서 일대 풍파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그사세’에는 변화의 바람이 들이닥친다. ‘클라스’가 다른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풍문 속 그 사람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보여주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감상해보자.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너네는 왜 부자야?
 
봄: “어쩌다 이렇게 큰 집에 살게 됐어?”
인상: “몰라. 태어나보니까 이런 집이었어.”
봄: “근데 너네는 왜 부자야?”
인상: “몰라. 그냥, 원래 그랬어.”
 
태어나보니 ‘그냥’ 부자. 으리으리한 집, 부자 부모님의 아들로 태어난 인상.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상에게 봄이는 “왜?”라고 묻는다. 왜? 너와 나는 다른가. 왜? 너는 그런 집에서, 나는 이런 집에서 태어났는가. 결코 평등하지 않은 세상에 묻는 질문. 태어날 때 이미 앞으로의 삶이 일정 부분 이상 결정되는 이 신분제 사회에서 가난한 서민의 딸 봄이 정·재계를 쥐락펴락 하는 아버지를 둔 인상에게 묻는다.
 
하지만 인상에게 "왜?"라고 물었던 봄은 역시 그 특권을 대물림 받게 될 아들 진영을 낳은 엄마다. 대물림되고, 또 대물림되는 특권. 진영의 백일잔치에는 신탁증서가 등장하고, 할아버지는 손주의 이름으로 여러 재단에 기부증서를 전달한다. 가족 이름이 새겨진 클래식 공연장 발코니 석에 진영의 이름을 추가하는 절차까지!
 
정호도, 인상도, 진영도 대물림, 대물림, 대물림. 왜 부자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서민의 자존심
 
“나도 돈이 좋은 줄 알고! 공이 몇 개인지 세면서 이거면 고생 끝이겠다, 빚도 갚고, 집도 사고, 애도 유학도 보내주고, 평생 꽃등심도 사먹고 하고 싶은거 다 하겠다, 계산 안해본 건 아니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왜 돈 가지고 사람 시험에 들게 하냔 말이야!”(봄이엄마 진애)
 
갑자기 나타난 부자 사돈은 비서를 시켜 거액의 돈을 제안한다. 아이를 낳은 딸을 아이 아버지와 분리시키고, 앞으로 이 문제로 발목 잡지 않게 하겠다는 조건. 이 돈만 있으면 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 봄이네 가족은 돈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휘청휘청거린다. 봄의 인생과 맞바꿀 돈이지만, 돈을 제안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에 찌든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유혹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차마 쉽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 아버지도, 삼촌도, 언니도, 모두가 돈 앞에서 마음이 흔들흔들.
 
결국 어머니가 결단을 내려 마지막 자존심을 세웠지만, “그냥 그 돈 받고 봄이랑 아기 데려오자”는 말이 오가던 봄이네 집 풍경은 서글프다. 돈 앞에서는 종이처럼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서민의 자존심.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우리는 품위 있는 교양인
 
“여보, 워딩에 신경써요.”(정호)
 
그래, 침착해야해. 우리 아들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출신도 알 수 없는 만삭 임산부 여자를 데려왔고 아이를 낳았어.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일이야? 하지만 자, 침착해야해. 난 품위 있는 교양인이니까.
 
부들부들 떨면서도 품위를 지키려는 정호와 연희. 그러나 가면은 벗겨지고 속내는 드러나는 법. 연희는 결국 “너는 수치심도 없니? 여기가 감히 너 같은 게 끼어들 데야?”라며 봄에게 분노를 폭발한다.
 
그러나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교양 있게 사과하는 연희.
 
“어쨌거나 우리 집에 있는 동안에는 귀한 손님인데, 내가 배려가 모자랐어요. 어른답지 못했네요. 서운했다면 사과할게요.”(연희)  
 
난 교양과 품위를 지켜야 하니까! 고상한 사모님이니까! 상류층은 상류층다운 품위를 지켜야 하는 법이니까! 당황을 해도 화가 나도 늘 품위를 지켜야 하니까!
 
어머, 그런데 무당이라니? 부적이라니? 그럴 리가. 그런 건 다 미신이지. 망측하게 어떻게 그런 걸. 법리를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을 수가 있니?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가십을 캐는 자와 진실을 숨기려는 자
 
“야 네가 좀 물어봐.”(영라)
“어우, 안타깝다. 홍 선생이 좀 확실하게 들었어야 하는건데.”(소정)
 
가십만큼 재밌는 건 없는 법.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클라스’가 다른 삶을 산다는 ‘그사세’에서도 가십의 재미만큼은 똑같다. 온갖 인맥을 동원해 가십을 캐내려는 자와 진실을 숨기려는 자.
 
“기품 있게! 교양 있게!”를 외치는 그들도 남들의 뒷이야기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즐거워한다. 좀 더 알아내지 못한 사실을 안타까워하기까지 한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 끊임없이 뒤를 캐고, 조롱거리를 찾는 그들. 어쩌면 목숨과도 같은 체면을 지켜야 하는 ‘그사세’이기에 그만큼 가십이 더 재미나고 스릴 있을지도.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과외빨 없는 첫사랑
 
“제가 진짜 과외빨로 살아온 등신이지만, 봄이 사랑하는 거는 순전히 제 몸과 마음으로 결정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과외 같은 거 안 받고요. 제발 도와주세요.”(인상)
 
‘특권의 인큐베이터’에서 키워진 인상. 태어나보니 ‘그냥’ 부자였고, 그게 당연했다. 그냥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집안의 정해진 절차대로, 생각없이 살던 인상은 봄이를 만나고 변화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 뜻이 아닌 온전한 자기의 뜻대로 행동하기 시작한 인상. 수동적으로만 살아온 온실 속 화초가 세상 밖에 눈을 뜬다.
 
용기를 낸다는 것, 자기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마도 처음 깨달았을 소년. 온실 속에 갇혀 있던 소년의 세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순간.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이건 꿈일 거야, 엉엉
 
봄이가 낳은 아이가 인상의 친자가 맞다는 걸 확인하고 망연자실한 정호와 연희. 어떻게든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지만, 결국 그마저도 실패!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에게 반기를 들고, 봄이와의 결혼을 추진한 인상에게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정호와 연희는 모든 플랜이 실패하자 결국 마지막 남은 체면을 세우기 위해 결혼을 승낙한다. 그러나, 엉엉, 다른 사람들이 우릴 대체 어떻게 보겠어, 엉엉, 이게 무슨 꼴이야, 엉엉. 만사 뜻대로 순조롭게 풀리지 않은 적 없던 삶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장벽에 가로막힌 이 느낌을 어이할꼬. 오열, 또 오열.
 
우리를 어떻게 보겠어, 엉엉.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있다니, 엉엉.
 
아마도 처음 느꼈을 인생의 쓴 맛.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그사세’의 손주 사랑
 
정호: “부속유치원, 거기 대기자가 많다던데.”
연희: “유치원, 초등학교 다 이름 올려놓으려고.”
정호: “가만, 우리가 거기 출신인데 3대째면 우선순위 안 주나? 이사장 만나서 식사 한 번 해야겠네.”
 
어떻게든 아들에게서 떼어놓고 싶었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손주였지만, 손주와 대면하자마자 정호와 연희는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막상 보니 이렇게 예쁠 수가!
 
그런데 손주에게 푹 빠진 정호가 한 첫 마디는? 바로 부.속.유.치.원.
 
‘그사세’의 손주 사랑은 역시 남다르다. 손주의 유치원 진학을 위해 이사장을 만나겠다는 할아버지라니! ‘클라스’가 다른 엘리트 교육. 역시 대단한 우리나라의 교육열!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가족의 자격, 스펙 좀 봅시다
 
정호: “내 자식과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줬으면 하는 겁니다,”
경태: “결론은 원하시는 스펙이 나올 건지 말건지 그거 아닌가요?”
연희: “그렇...죠.”
 
‘한씨 왕조’의 가족이 되려면 스펙을 갖추어야 한다! ‘그사세’에서는 가족이 되는데도 절차와 조건이 필요한 법. 정호와 연희는 봄을 한씨 집안에 어울리는 스펙의 소유자로 만들려는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어디 내놨을 때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스펙’ 만들기 프로젝트!
 
“쟤들 결혼을 진정 빛나게, 우리가 결코 아무나 받아들인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정호)
 
정호와 연희는 전문가에게 봄의 ‘견적’을 뽑아보고는 만족스런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봄은 정호와 연희의 마음을 산다. 제법 괜찮은 싹수가 보이는데? 우리 식구가 될 수 있겠어.
 
하지만 두 사람이 봄을 마음에 들어할수록, 봄의 친정 식구들은 반드시 제거해야할 혹이 된다. 그리하여 봄과 친정을 분리하는 프로젝트에도 돌입! 가족이 되기 위한 ‘스펙’에는 우리와 걸맞은 집안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기 때문. ‘출신 성분’ 자체가 스펙인 세상 아닌가.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갑질’을 익히다
 
연희: “애가 모든 걸 다 정말 빨리 배워요. 타고난 게 있나봐. 방금 이 비서 아주 조용히 잡는 거 보는데 신기했어.”
정호: “힘에 대한 감각이 있구만.”
연희: “그럼 이제 이름 새겨주자.”
정호: “해 줍시다. 역시나 이종교배를 두려워해서는 발전이 없어.”
 
클래식 공연장 발코니석에 손주 진영의 이름은 추가하면서도 봄에게는 “자격을 갖추기 전까지는 정식 우리 식구가 아니다”라고 말하던 정호와 연희. 봄이 점차 마음에 들기 시작하자 결국 봄의 이름도 새겨주기로 한다. 봄을 한씨 집안의 정식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뜻.
 
봄을 며느리로 인정하기로 결정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봄이 “빨리 배운다”는 점. 그러나 그 ‘빨리 배움’은 단순히 사법시험 공부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똑똑한 봄은 갑질마저 빨리 배워 체득한다.
 
조금씩 발현되는 봄의 ‘갑질’ 능력에 정호와 연희는 뿌듯할 따름. 갑이 되려면 갑질도 할 줄 알아야지. 그게 ‘그사세’의 기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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