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집’과 ‘거주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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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집’과 ‘거주의 불안’
- 우리에게 집은 무엇인가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5.04.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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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나 혼자 산다’ⓒMBC
시내 곳곳에 눈을 돌리면 아파트 천지인데 막상 살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집을 구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더욱이 자금이 넉넉지 않다면. 누군가와 함께 삶을 꾸리는 결혼에서도 마찬가지다. ‘결혼 적령기’인 남녀가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집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겨우 집을 구한다 해도 유효기간이 정해진 안락함을 누릴 수밖에 없다.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건 고작 2년. 전세 계약 때마다 마음을 졸이는 일은 일상다반사가 됐다.

언제부터인가 TV 속 공간으로 ‘집’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흐름은 ‘관찰 예능’ 붐과 맞물린다. 다큐멘터리의 리얼리티적 요소를 살리면서 그 안에서 숨은 일상의 재미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낼 수 있는 공간을 꼽는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누구네 집’을 의도치 않게 많이 보게 된다. 싱글남의 집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훔쳐보거나(MBC <나 혼자 산다>) 집에서 육아를 하거나 서툰 부녀 관계를 겪는 연예인들을 구경한다.(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엄마의 탄생>, SBS <아빠를 부탁해>) 이전에도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공동주거를 모티브(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SBS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 Olive 채널<쉐어하우스>)로 삼은 프로그램이 있었고, 최근엔 화목한 가정으로 표상되는 친구의 ‘집’을 찾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TV 속에서 ‘집’이라는 공간이 주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대중의 판타지를 자극하거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극대화하면서도 사회적 현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리트머스 종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집’이 주된 공간으로 그려지는 것은 현실의 욕망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각종 포털 사이트에선 ‘현실의 민낯’과 같은 검색어들이 상위권에 오르내린다. 예컨대 추성훈이 살고 있는 집의 월세가 85만엔(한화 900만원)이라거나 이휘재가 이사 간 집이 평당 얼마짜리라는 등 가십거리가 되거나 기사화된다.

▲ 엠넷 드라마 ‘더 러버’ⓒCJ E&M
뒤집어서 말하면, ‘집’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의 호응이 크다는 건 그만큼 ‘집’에 대한 열망이 큰 동시에 사회 곳곳에 도사리는 ‘거주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TV 속 출연자들처럼 좋은 집에서 살기를 꿈꾸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마주할 때 그러한 지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얼까. 지난 2일 첫 방송된 ‘동거’를 전면에 내세운 Mnet <더 러버>가 이 시점에 등장한 게 낯설지 않다.

기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집’이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상징하는 동시에 화목한 가족의 보금자리 등 이상적인 공간으로 그려졌다면 <더 러버>에서 ‘집’은 생활 전선처럼 보인다. ‘동거’를 제도권 이탈로 여기는 등 여전히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지만 <더 러버>는 동거를 개인이 선택하는 생활 방식의 일부로 간주한다. ‘더 러버’거 아닌 ‘더러버’로 붙여서 읽었을때 느껴지는  중의적 표현처럼 ‘한 집’에서 사는 남녀 간의 ‘동거’가 ‘더러운’게 아니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돈 되는 건 다 하는 9년차 성우 오도시(오정세 분)와 인터넷 수습기자이자 제품 리뷰 블로거까지 겸하고 있는 류두리(류현경 분), 온라인 반찬 가게를 하는 최진녀(최여진 분), 큰 돈벌이가 없는 21살 밴드 기타리스트 정영준(정준영 분) 등 드라마 속 인물 설정으로 미뤄보아 어쩌면 평범한 이들의 ‘한 집살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냐고 강변하는 듯하다.  화려한 싱글보다 월세를 분담하는 룸메이트 생활을 택하고, 재정적 부담에 엄두가 나지 않는 결혼보다 동거를 택한 이들이 모여 사는 ‘집’이라는 공간은 우리네 현실과 일면 맞닿아 있는 부분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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