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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지상파 MMS, ‘완생’의 길은?

[위클리포커스] 바닥의 직접수신율, 케이블에 실린 EBS MMS 김세옥 기자l승인2015.04.08 2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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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MMS(다채널방송·Multi-Mode Service) 채널인 EBS2가 지난 1일부터 케이블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EBS2 채널은 두 달 전인 2월 11일 개국했다. 하지만 케이블 측에선 “EBS2는 의무재송신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케이블TV 시청자들에게 송출할 의무도, 임의로 송출할 수 있는 권리도 없다”(2월 12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고 주장했고, 그 결과 EBS2 채널은 두 달 가까이 지상파 TV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에서만 시청할 수 있었다.

EBS2 채널의 재송신 여부를 놓고 지상파와 케이블 측이 갈등을 계속하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나섰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방통위 중재로 EBS와 케이블 방송 측은 ‘EBS2 채널을 방송법 제78조에 따른 의무재송신에 준하여 재송신하고 EBS는 저작권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은 재송신 계약을 체결했다. 두 달 가까이 끌어온 갈등의 봉합이다. 그러나 박수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MMS 논란, 대체 왜?

MMS는 사실 지상파TV 방송에 대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을 당시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지상파 방송들의 숙원과제였다. 2012년 디지털 전환을 한참 앞둔 2006년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미 월드컵 경기 MMS 시험방송에 성공했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 등 유료방송 업계의 반발로 번번이 관련 도입 논의는 좌초했다. 지상파 MMS를 도입할 경우 케이블 등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들이 유료방송 업계에서 강하게 제기된 까닭이다.

지상파 MMS는 디지털영상 압축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서비스다. 통상 1개의 지상파 채널을 송출하기 위해선 6㎒ 폭의 주파수가 필요한데, 압축기술의 발달로 같은 주파수 폭에서 추가 채널을 송출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시청자들은 10번에서 EBS를 시청했는데, 현재는 10-1을 통해 기존 채널(EBS1)을 보고 EBS2 채널은 10-2번에서 보고 있다.

 

  ▲ EBS가 2월 11일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국내 최초 지상파 다채널 방송 서비스인 EBS2를 개국식을 진행하고 있다. ⓒEBS  
▲ EBS가 2월 11일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국내 최초 지상파 다채널 방송 서비스인 EBS2를 개국식을 진행하고 있다. ⓒEBS

현재 EBS는 MPEG-2의 압축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KBS·MBC·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에서 선호하고 있는 MPEG-4 압축기술은 압축효율이 뛰어나 1HD(고화질)+3SD(일반화질) 채널을 확보할 수 있으나 2011년 3DTV가 출시되기 이전의 TV는 MPEG-2 디코더만 지원해 MMS를 볼 수 없어 MPEG-4를 지원하는 셋톱박스를 이용해야 한다. KBS에서 추진하고 있는 코리아뷰(Korea View)가 바로 MPEG-4 압축기술을 활용하는 MMS다.

반면 EBS에 허용된 MPEG-2 압축기술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나 별도의 셋톱박스 설치 없이 1HD+2SD 채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높은 호환성은 방통위가 EBS에 MPEG-2 압축기술로 MMS를 허용한 이유다. 교육 콘텐츠가 중심인 EBS의 경우 추가 비용 없이 더 많은 가구가 시청하는 게 중요한 까닭이다.

EBS는 현재 10-2번 채널을 통해 영·유아부터 학생들과 성인 등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중점 편성하고 있는데, 지난 6일 단행한 개편에 따른 편성표를 보면 영어학습 프로그램이 전체 편성의 56.4%에 달한다. EBS2 채널이 무료보편 서비스 확대의 측면에서 기능할 수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사교육비 절감 등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이유다.

이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EBS2 채널을 바라보는 방송가 안팎의 시선은 복잡하다. 이런 분위기 속엔 지금 상태로는 MMS 도입의 효과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킬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있는데, 이는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문제에서 비롯한다.

현재(2014년 말 기준) 국내 디지털TV 보유가구는 74.2%다. 그 가운데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6.8%에 그친다. 즉, 전국 1665만 가구 중 EBS2 채널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가구는 114만 가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가능한 상황으로, EBS가 케이블을 통한 재송신을 강하게 요구했던 배경이다.

두 달 가까운 힘겨루기 끝에 EBS와 케이블 방송 측이 EBS2 채널을 의무재송신 채널에 준해 재송신하기로 함에 따라 갈등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과 시청자단체들이 당초 MMS를 요구한 배경엔 지상파 채널의 확대를 통해 무료 보편 서비스를 제고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직접 수신을 견인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즉, 당장 EBS2 채널을 기존의 지상파 채널과 마찬가지로 유료방송에 실어 보내는 것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EBS2 채널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는 결과만으론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직접수신율 제고 없는 MMS 논란…무료 보편적 시청권 확대인가, 지상파 채널 추가일 뿐인가

5개 시청자단체 공동으로 지난 3월 25일 열린 MMS 관련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노영란 매비우스(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이 EBS의 MMS 도입과 관련해 “직접수신율 제고가 우선돼야 할지, 지상파의 늘어난 채널을 유·무료 방송 가리지 않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노출하는 게 우선인지 1차 목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노 사무국장은 “유료방송에 지상파 EBS 채널을 하나 더 늘리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수많은 논쟁을 양산하며 MMS를 시작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즉, MMS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시청자 대한 무료 보편적 시청권 확대를 위한 것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로, 직접수신을 견인하기 위해 MMS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EBS  
▲ ⓒEBS

그러나 방통위는 지난 1일 EBS2 채널 재송신 관련 EBS와 케이블 측이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며 “지금까지는 EBS2 채널을 보려면 지상파 방송 수신을 위해 실내·외 TV 안테나를 설치하거나 공동주택 공시청망에 TV 단자를 연결해야 수신이 가능했다”며 “EBS와 케이블 방송사들이 재송신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도 편리하게 EBS2 채널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 “EBS2 채널의 케이블방송 재송신이 실시되면 전국 총 1400만여 가입자가 다채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지역별·소득수준별 교육격차 해소 효과가 증대될 것”라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발표 내용을 본 시청자단체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비우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지난 7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보자.

“방통위 보도자료를 보면 EBS2 채널 재전송이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 효과가 증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료방송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사교육비 경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처럼 어차피 유료방송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일부 유료방송을 통해 재전송 된다고 홍보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을 ‘이익’이라고 둔갑 시켜 오도하는 것이며 나아가 방통위가 나서서 유료방송을 보라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중략, 방통위의 홍보 내용은) 지상파 직접수신이 너무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결국 지상파 직접수신 대신 유료방송을 선택해서 보라는 것이다. 방통위가 나서서 시청자에게 권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MMS’-직접수신율 제고 방안은?

MMS와 관련해 이런 의문도 존재한다. 이미 20년 동안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고, IPTV와 위성방송 등도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직접 수신은 당위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지상파 MMS 도입 확대 논의가 나올 때마다 유료방송 업계와 종합편성채널 등을 소유한 신문 매체에서 저조한 직접수신 비율을 앞세우는 이유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EBS 이사)은 “그렇기 때문에 부족함이 있더라도 EBS2 채널을 통해 MMS가 가능하다는 걸, 다시 말해 다양한 채널의 무료 보편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2년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DTV전환감시시청자연대를 통해 지상파 직접수신 제고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던 강 위원은 “EBS2 채널의 존재가 없던 시절엔 설명하기 어려웠던 MMS라는 주제를 (EBS2 채널이라는 가시적인 존재로) 더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하지만) EBS의 다채널 방송이 불필요 하다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국민에게 TV를 바꾸라고 하면서 고화질·다채널·쌍방향 방송을 보장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MMS에 대한 시청자의 요구 또한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발간한 내부 연구보고서 ‘기술규제 완화에 따른 방송시장 파급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4일~31일 사이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MMS를 이용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31.8%가 그렇다고 답했고(‘이용 의사 없다’ 23.6%) 유료방송 가입한 응답자의 30.9%는 MMS 도입 시 유료방송 서비스를 해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아직 우리나라의 시청자들은 직접수신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상파TV를 제대로 시청한 경험이 적다”며 “MMS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전 제대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MMS를 지상파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채 위원장은 지상파 UHD(초고화질) 방송 도입을 직접수신율 제고를 위한 또 한 번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제2의 디지털 전환’이다. 앞서 지상파 TV은 디지털 전환을 하며 전송방식을 미국식(ATSC)으로 채택했다. 이 방식은 동일 출력으로 더 멀리까지 전송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주변의 다른 중계소와 전파 간섭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 중계소마다 다른 주파수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즉, ATSC 방식은 MFN(다중주파수망)으로 중계기에서 F1의 주파수를 받으면 F2라는 주파수로 변환해 전파를 보내야 혼선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전파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평야지대가 많은 미국과 달리 산악지역이 많은 국내 환경에서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더 많은 중계소와 전파가 필요한 것이다. 채 본부장은 “UHD 방송 도입을 통해 SFN(단일주파수망) 구성이 가능토록 하면 주파수 효율성이 높아지고, 또 기본적인 고정수신 능력이 뛰어나 실내 안테나에 의한 수신 성능이 우수한 만큼 난시청 커버에 도움이 되고, 이렇게 되면 지상파 직접수신율도 지금보다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단체들은 방통위가 지상파 MMS 추진 정책의 목적과 목표, 로드맵을 지금이라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들은 “방통위는 시청자들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수신료만으로 누릴 수 있게 방송 사업자를 관리·감독하는 동시에, 제대로 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재논의를 시작해 로드맵을 수립하고 빠른 시간 내에 다른 지상파방송사들도 다채널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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