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식스맨을 뽑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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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티적티적]

<무한도전>(이하<무도>)이 달라졌다. 지난 10년간 <무도>는 공중파 예능의 아성을 대표하는 만큼 도도했다. 정서적으로는 늘 시청자들과 가까이했지만 브랜드에 대한 자존심은 늘 높았다. 그래서 한동안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와도 흔들리지 않았고, 적극적인 언론 대응에 나서지도 않았다. 김태호 PD는 다른 스타PD들에 비해 언론 노출과 홍보에 소극적이었다. 겉은 단단하면서도 속이 부드러운 <무도>의 이러한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재밌는 친구를 넘어 올바른 친구의 이미지까지 갖게 만들었다.

그런데 2015년 봄, 새로운 멤버를 찾는 ‘킹스맨 특집’을 기점으로 <무도>의 태도에 큰 변화가 느껴진다. 시청자들을 보다 더 적극적인 주체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예능에서 <무도>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멤버들만의 장기 프로젝트를 이제는 전현무부터 유병재까지 ‘예능판’ 전체를 대상으로 놓고 벌인다. 은연중에 <무도>가 예능 피라미드의 최상위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보다 신중하게 어떤 연예인이 새 멤버로 뽑히면 좋을지 심사숙고하고 <무도>는 이런 관심에 풀무질한다.

결정은 제작진의 몫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하지만 제작진은 시청자의 의견이 곧 우리의 의견이라며 이 중차대한 일을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토요일 저녁이면 근엄한 팔걸이의자에 앉은 심사위원이 된다. 그리고는 한 주 동안 증권가의 애널리스트처럼 여러 요인을 놓고 분석하고 추이와 흥행 가치를 예상한다. 근 한 달 넘게 계속되다보니 선거를 앞둔 정치판과 비슷해지는 형국이다. 능력에 대한 비교분석은 이미 끝났고, 우리의 친구 <무도>의 멤버가 될 만큼 ‘올바른가’를 놓고 자격검증이 벌어지고 있다. 내정설 등의 비리 루머와 부적절한 과거 발언 논란 등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 MBC ‘무한도전’ⓒMBC

잠시 돌이켜보자. 지난 2년 사이 신선하고 다채로운 예능이 새롭게 쏟아졌다. 지난 10년간 맨 앞에서 예능 패러다임을 이끌던 <무도>는 어느덧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킹스맨 특집과 <무도>의 행보는 여러모로 예사롭지 않다. 시청자들을 보다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끌어들이면서 건재함을 과시한다.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예능’의 개념과 정서를 바꿔놓았던 <무도>다. 즉, 이번 특집을 통해 <무도>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TV를 시청하는 행위 이상의 경험이라는 것을 일깨우고, 늘 함께한다는 정서적 유대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SNS상에서 10주년을 맞아 '다시 보고 싶은 특집'이나 최악의 특집 등을 연달아 시청자들에게 공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여를 바탕으로 함께한다는 정서와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근 한 달 이상 방송가의 이슈를 장악하고 있는 이번 특집은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JTBC와 CJ계열 케이블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예능 헤게모니를 되찾기 위한 <무도>의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늘 최첨단에서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이끌었던 <무도>가 더 이상 자기들만의 성에 머무르지 않고 가장 큰 장점인 팬덤, 즉 정서적 유대를 극대화해 공세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쯤 되면 누가 식스맨이 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NBA의 마누 지노빌리처럼 코트에 입장하자마자 게임의 향배를 뒤흔들 식스맨의 영입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고 기대하는 효과는 시청자들과의 관계를 다시 돈독히 맺는 데 있다. ‘가족적 행사’를 통해 <무도>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음을 알리고, 멀어졌던 관심과 마음을 되찾는 게 이번 특집에 숨겨진 임무다.

그래서 누가 식스맨이 되는지 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다시 비유하자면 선거가 끝나고도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민심공략 정책의 유무가 이번 특집의 성공은 물론 <무도>의 향후를 가늠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판이 커졌고 열기도 가득하다. 달라진 <무도>가 공중파 예능의 자존심을 지킬지, 쏟아지는 새로운 예능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기존 예능의 가장 큰 용이 꿈틀거리면서 앞으로 흥미롭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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