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1개 협회가 이른바 ‘일베 기자’ 사태에 대한 토론회를 예정한 가운데 해당 기자가 사내 구성원들에게 사과했다.
13일 오전 KBS 사내게시판에는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KBS ‘일베 기자’로 알려진 42기 기자가 올린 것으로, 앞서 해당 기자는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의 열성 회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자격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KBS 내부 구성원들은 해당 기자의 정식임용에 반대해왔으나 KBS는 지난 달 31일 임용을 결정하고 정책기획본부 남북교류협력단으로 발령을 냈다. 해당 기자는 지난 1일부터 KBS의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해당 기자는 사과문을 통해 “내 한마디가 단순히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밖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발언을 자제했다”며 “내가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못 보는 상황이었고 회사를 나가는 것은 내 인생의 마침표를 스스로 찍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배설했던 글을 작성했을 당시와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이 설득력 없을 줄로 알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내 생각은 굳어 있지 않고 계속 변하고 있다”며 “극단을 오갔던 과거 배설들에 내 본심이 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기를 그저 간곡히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공영방송 기자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또는 앞으로는 할 수 있겠느냐는 보다 근원적 질문을 받으면 드릴 말씀이 없어 움츠러들기만 하지만 앞으로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어 죄송하다”며 “한번만 믿고 지켜봐 주시고 새 사람으로 거듭날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조금이라도 엇나가는지를 매섭게 봐주시고, 만일 그렇다면 그 즉시 엄벌에 처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해당 기자는 “공영방송인으로서 필요한 잣대를 그 누구보다도 엄중하게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철저히, 끊임없이 성찰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내부 구성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회사를 나가는 것은 내 인생의 마침표’라는 표현을 썼는데 스스로 ‘배설’이라고 얘기할 정도의 글을 일베에 수차례 게시한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이 회사를 나가면 취업이 어려울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당신이 왜 KBS에서는 받아들여져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사과문에는 “그 글이 한순간의 극단적인 배설이 아니고 그대 본연의 모습이 아닌지 조용히 지켜보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편 KBS PD협회, 기자협회 등 11개 직능협회는 오는 17일 ‘일베 기자’ 사태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이에 대한 앞으로의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