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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는 사라졌나’ 쉽게 묻지 말아야 할 이유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토론회…유족 “기레기는 변하고 있나 질문해야” 김세옥 기자l승인2015.04.16 07: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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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레기(기자+쓰레기)는 사라졌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우리 유족들이 느끼는 온도의 변화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기레기는 사라졌나’라는 질문보다는 (언론이 정말로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선 ‘기레기는 변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아무 진전이 없는 상태죠. 때문에 앞으로 6개월이든 몇 개월이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순차적으로 바꿔가면서 ‘기레기는 사라졌나’라고 물을 수 있게끔 과정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한국PD연합회와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방송기자연합회,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 자유 특별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연 토론회에서 ‘기레기는 사라졌나’라는 질문과 마주한 세월호 유족 정혜숙씨(고 박성호군 어머니)는 차분한 목소리로 오늘의 질문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사실, 그랬다. 2014년 4월 16일부터 1년, 이 시간 동안 다수의 언론이 보인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기레기는 사라졌나’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니다”라는 한 마디면 된다. 그리고 그 다음은? 정혜숙씨가 문제를 제기한 지점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지난해) 4월 16일 아이들을 놓친 이후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참사가 유가족들을 따라다녔습니다. 진실을 밝혀 달라 외치면서 노숙을 하고, 굶고, 기었지만 (언론은) 우리의 소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언론 스스로 ‘기레기’라고 (세월호 참사 보도는) 언론참사라고 했음에도 그 노력은 너무도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라도 새롭게 언론의 위상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놓치고 있는 건 국민의 생명과 연관된 것이니까요.”

▲ 한국PD연합회와 언론노조 등의 주최로 15일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족인 정혜숙씨(고 박성호 학생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중요한 건 언론 스스로 우리가 기레기였다고, 아직도 기레기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쉽게 인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과정에서 ‘기레기’가 됐는지를 돌아보고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혜숙씨가 “지금 여러분이 잃은 것은 바로 직업윤리와 소명 의식”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신문방송학)의 지적도 같았다. 정 교수는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 발생의 근본 원인은 재난보도준칙이 없었기 때문도, 재난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경험과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도 아니다”라며 “언론윤리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독립에 대한 자각과 실천의 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보도 행태가 부정적 관행으로 축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지난해 4월 20일 한국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 등 언론 5개 단체는 같은 해 9월 16일 재난보도준칙을 제정·선포했다.

정 교수는 “국내 언론의 재난보도 현실을 톺아보고 바람직한 재난보도란 무엇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유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면서도 일련의 가이드라인과 준칙들에서 담고 있는 내용들이 각종 언론 윤리강령과 보도준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이라는 기본 원칙과 이를 구성하는 조항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기레기’로 일컬어지고 있는 언론의 문제가 재난보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보도 프레임', 세월호 유족을 '세금도둑'으로 만들어

그렇다면 무엇이 언론을 ‘기레기’로 만들었을까. 정 교수는 ‘받아쓰기 저널리즘’의 문제를 우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일제히 쏟아냈던 언론들이 이후에도 정부 발표를 토대로 기계적인 보도를 계속했고 그 과정에서 오보가 발생하면 상식적 의심이나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밟지 않은 데 대한 반성이나 개선 노력 대신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정부 당국과 행정 관료들의 무능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받아쓰기 저널리즘은 오보 발생에 대한 언론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늘 유용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참사 발생 다음날이었던 지난해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 당시 실종자 가족들의 고함과 항의를 삭제한 것과 같은 ‘의도적 오보’의 문제와 함께 ‘무보도(보도하지 않음) 프레임’을 주요하게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지난해 4월 13일부터 올해 4월 11일까지 구글 트렌드를 통해 분석한 시간 흐름에 따른 세월호에 대한 관심도 변화 정도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해 4월 20~26일 ‘세월호’라는 단어 검색이 100이었다면 7월 20~26일엔 ‘세월호(8)’보다 ‘유병언(82)’이 더 많았다. 그리고 유병언 사망 이후인 8월 31일~9월 6일엔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배우 ‘이병헌(25)’이 ‘세월호(4)’, ‘유병언(2)’보다 더 많았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올해 3월 22일~28일에도 원정도박 논란에 휩싸였던 ‘태진아(10)’가 ‘세월호(2)’보다 더 많이 검색됐다.

▲ 세월호 유가족 정혜숙씨(고 박성호 학생 어머니) ⓒ언론노조

이런 결과에 대해 정 교수는 “선정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언론들이 또 다른 새로운 이슈의 속보 경쟁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과제가 남아있음에도 이전의 대형 사고와 마찬가지로 잊혀졌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렇게 세월호 유가족들이 잊힌 존재가 된 상황에서 언론들이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한 세월호 특위를 향한 여당의 “세금도둑” 등의 막말과 세월호 인양 비용, 유족에 대한 배·보상 금액 등을 불쑥 꺼낸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유가족들이 왜 거리에 나서야 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누락한 채 일련의 보도가 이뤄질 때 국민들은 유가족들이 책정된 보상안에 불만을 품어 반발하고 있고 특혜를 요구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무보도 프레임’으로 여론을 조작·왜곡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받아쓰기 저널리즘’과 ‘무보도 프레임’ 등의 관행은 왜 깨지지 않는 것일까.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가장 먼저 현장을 취재한 박영훈 목포MBC 기자는 “‘기레기’를 기자 개인의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며 “언론의 환경과 언론사 내부의 지배구조, 그리고 정권과의 관계 등을 개선해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 (언론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16 기록단의 임유철 독립PD는 이른바 ‘패거리 저널리즘’의 타파와 함께 언론이 현장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말했다.

“지난해 4월 16일, 그때만 해도 실종자 가족이었던 유가족들이 직접 배를 빌려 사고 현장으로 나가려 하자 어디서 들었는지 스무 명 정원의 배에 열 명의 기자가 타고 있었다. 가족들이 타야 하니 내리라고 하자 기자들은 진실을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이 그럼 한 명만 타라고 하니 아무도 타려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카메라 기자 한 명이 손을 들었고 배에 탔지만, 이후 그가 찍어온 영상은 메이저 방송 몇 군데에서만 공유됐고, 모두가 알다시피 보도되지 않았다. 그렇게 유가족들은 언론을 불신하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레기 소리를 듣더라도 현장에 있어야만 기록을 할 수 있다. 저희(독립PD)들은 그렇게 했기 때문에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할 수 있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의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를 발표하며 “많은 사람들이 공영방송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기에 더 이상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공영방송의 보도는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안 본다고 끝낼 게 아니라 공영방송을 바로 잡아야 세월호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균형추를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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