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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2시간’, PD도 작가도 진행자도 모두 울었다

[현장] CBS 라디오 ‘손숙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세월호 1주기 특집 최영주 기자l승인2015.04.16 13: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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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전 8시 55분경, CBS 라디오 <손숙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세월호 참사 1주년 특집방송이 준비 중인 AM주조정실 앞. 세월호 참사 실종자 허다윤(단원고 2학년 2반)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와 2014년 4월 21일 주검으로 돌아온 단원고 2학년 3반 김시연 양의 어머니 윤경희 씨가 도착했다. 시연이 어머니의 가방에는 ‘2학년 3반 김시연’이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삭발로 짧아진 부모님의 머리는 오늘 유난히 서글펐다.

제작진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시연이 어머니와 다윤이 아버지는 손숙 씨에게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손숙씨는 “많이 닮았네”, “예쁘네”라고 말했다. 여느 어머니,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부모였던 이들이 2014년 4월 16일 이후 ‘유가족’, ‘실종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사망자 295명, 실종자 9명.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아직도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은 계속 되고 있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2학년 3반 김시연 양의 어머니 윤경희 씨가 시연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PD저널

“저도… 1년 전에는 여러분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유가족이 될 줄 몰랐습니다.

이 나라는요. 유가족으로 살기 너무나 힘든 나라예요. 저희가 마지막 유가족이고 싶습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안 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이 사고가 철저히 조사되어야 하고요. 실종자가 다 돌아와야 합니다.

대통령이 약속하셨거든요. 마지막 한 명까지 구조해 주겠다구요. 이 약속 꼭 지켜주시길 부탁드리구요.

여러분도 그 냄새 나는 곳에서, 어두운 곳에 있는 우리 아이들 다 돌아올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시연이 어머니 윤경희 씨)

스튜디오에 앉은 시연이 어머니 윤경희 씨는 마이크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우리 아이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다윤이 아버지도 조용히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 옆에서 함께 아픔을 나눠 온 심리학자 최호선 박사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진행자 손숙씨와 한대수씨는 물론 PD, 엔지니어, 작가도 어느새 숨죽여 눈물을 흘리며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행복한 나라로>의 박재철 PD는 시사프로그램도, 보도프로그램도 아닌 <행복의 나라로>에서 세월호 특집을 준비하고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프로그램의 종류를 떠나 방송인으로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런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4·16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참사 이후, 시연이를 보낸 이후 시연이 어머님에게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아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보는 시선이었다.

“처음에 상처를 조금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 서명을 받으러 다닐 때, 아이를 잃고 두 달, 세달 밖에 안 됐을 때인데… 나라에서 지금 다 하고 있는데 길에 나와서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느냐며 막 소리치고 가시고… 그런 분들이 많았어요.

강원도 쪽에 서명을 받으러 갔는데, 강원도에는 정말 군인이 많거든요. 아이들이 서명하고 싶은데 옆에 친구가 와서 끌고 갔어요. ‘우린 이런 거 하면 안 돼’ 그러면서 끌고 가더라구요. 정말 몰랐어요. 군인들이 그런 거 하면 안 되는지.

제일 힘든 건 지금도 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왜 아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묶어서, 정치적으로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지… 그게 제일 아픈 이야기에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왜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 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게 됐는지 진실을 밝혀야 했다. 그렇게 거리로 나섰고, 모진 소리를 들으면서도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외치며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라디오를 듣던 청취자들도 미안함, 슬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1. 보상해 준다구요?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그 아이들과 바꾸겠습니까? 보상했으니 가만히 있으라고 할 건가요? 보상 대신 그 아이들을 돌려주세요. 내 마음도 이렇게 아플 진데… 오늘은 대한민국 모두가 슬프고 슬픈 날입니다.

#2. 1년 전 떠난 너희들의 수학여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인지… 우리 모두 이들의 아픔에 관심을 가지고 살자.

#3. 세월호 1년. 한없이 미안하고 송구하고 부끄럽고…우리에겐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있고 4000만 국민 있다. 그런데도 지난 1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피눈물 흘리며 아직도 거리를 돌고 있다. 먼저 간 자식들, 유가족 여러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죄 많은 60대, 이 나라 국민이.

▲ 세월호 희생자 및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 2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선체인양과 진상규명, 희생자 배·보상 절차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맨 오른쪽이 다윤이 아버지, 맨 왼쪽이 시연이 어머니) ⓒ뉴스1

다윤이 아버지의 지난 1년은 누구보다 애타는 ‘기다림’이었다. 다윤이는 부모 속을 한 번도 썩인 적이 없는 착한 아이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날, 다윤이는 그날따라 아빠에게 아빠의 모자를 빌려달라고 했다. 아빠 모자를 쓰고 가는 다윤이는 무척 기뻐했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의 모자를 쓰고 떠난 딸의 모습이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하루 이틀 기다리다보니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기약이 없다.

“아이들이 (물에서) 나올 때는 내일 나오겠지, 모레는 나오겠지….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안 나왔잖아요. 조바심은 마찬가지인데, 작업하고 있으니 내일이면 또 나오겠지 하는 기다림 속에서… 그냥… 기다린 거 밖에는 없네요.

혼자 간 것 아니잖아요. (다윤이를) 친구들 곁으로 보내주고 싶어요. 그렇게… 돌아올 때까지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세월호참사 1주년을 맞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위로해 온 최호선 박사는 안타깝게 떠나간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피해자 가족을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가족들 지켜본 사람으로, 치료가 우선이 아니에요. 계속 요구하고 있는, 왜 우리 아이가 그랬어야 하는지, 거기서 시작하지 않으면 심리치료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슬픈 사람을 보면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오늘 저녁 7시 시청광장에 꽃 한 송이 씩만 가져와서 이 분들을 위로해주세요. 아픈 사람을 위로하는 건 내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시연이 어머니와 다윤이 아버지는 곁에서 응원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마음으로 안아준 사람들 덕분에 지난 1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1주기인 16일 오후 7시 서울시청광장에서는 공식 추모식이 열릴 예정이다.

“참… 오늘 정말 슬픈 날입니다. 할 말이 없네요. 너무 힘들어서…. 함께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모두 함께 합니다.”(한대수)

(위 영상은 시연이가 생전에 작사・작곡하고 부른 노래다. 제목은 ‘야 이 돼지야’)

다음은 시연이 어머니가 <행복의 나라로>에 출연해 낭독한 시연이에게 보내는 편지다. 편지를 읽으면서 시연이 어머님은 물론 모든 이들은 눈물을 멈출 줄 몰랐다.

시연아. 시연아. 우리 딸, 이름 부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 될 줄 꿈에도 모르고 살았다.

너 없이 1년을 보냈어. 수학여행 다녀와 힘들다며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팔도 주물러 달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 딸이 어디에 있는지 엄마는 아직도 너 없는 이 세상이 믿기지 않는다.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엄마가 많이 도움 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매일 아침 되면 우리 딸 머리 만져주고 학교 데려다주면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엄마가 아침이 오는 게 제일 싫어졌어.

(중략)

우리 딸 엄마에게서 빼앗아 가버린 나쁜 사람들, 엄마가 꼭 혼내줄게. 아직도 그 어두운 곳에 있는 우리 딸이 좋아했던 선생님, 친구들 다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지치지 않을 거고, 그럴 수도 없어.

우리 딸이, 그리고 친구들이 엄마 아빠에게 주고 간 그 숙제들 하나하나 풀어서 꼭 밝혀줄게. 너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순간을 기억하며 우리 딸 목소리 듣고 노래 들으면서 엄마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길게.

너를 보내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쁜 사람도 많았지만, 그래도 주위에 좋은 분들이 너무 많으셨어. 그 분들이 계시기에 더 힘을 낼 수 있단다

시연아. 우리 다시 꼭 만날 테니까 그때까지 우리 딸도 엄마 절대 잊으면 안 돼. 우리 딸 지켜주지 못한 못난 엄마지만, 엄마 꼭 기억해줘. 시연이 때문에 너무나 행복했고 고마워.

못난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그리고 미안해, 이런 나라에 살게 해서… 지켜주지 못해서….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딸, 귤의 요정 깨박이 시연이 보고 싶다.

▲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세월호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다음은 다윤이의 언니 서윤이가 다윤이에게 보내는 편지다. 다윤이 아버지는 차마 본인이 읽지 못하겠다며 손숙씨에게 낭독을 부탁했다. 손숙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끝까지 편지를 읽었다. 중간 중간 목이 매이는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동생 허다윤에게.

다윤아 언니가 할 말이 너무 많네.

네가 우리 곁에 있을 때 말해줘야 했는데… 그때는 말하지 못해 후회가 정말 많이 돼. 그래서 지금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쓰려 하니 미안하구나.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내 동생 다윤이가 왜 아직도 세월호 안에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꿈만 같은 현실이 이어지고 있어. 아직도 이해가 되지를 않아. 네가 없다는 게 믿어지지도 않은 채로 1년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어.

미치도록 네가 보고 싶고,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 지금 너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모습 그대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다 그대로야.

다윤아 너만 오면 돼…. 이제 1년이 다 돼 가잖아.

언제다시 우리가 행복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가끔 웃다가도 다시 슬퍼지고, 마치 꿈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너에게 정말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따뜻하게 대해준 적이 한 번도 없는 거 같아서 미안해.

그리고 화가 나. 정말 예쁘고 꽃처럼 활짝 필 나이인 너희들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은 1년이 지나도록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게…. 그리고 아직까지 너를 찾아주지 않아서 눈물이 나. 이런 우리나라가 너무 무서워.

아픈 엄마는 너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가 시위를 하고 있어. 아빠 역시 그런 엄마를 돕고 있단다. 언니도 다른 희생 학생들의 형제 자매와 함께 세월호 실종자들을 찾아달라는 외침에 힘을 보태고 있어.

까미 데리고 4월 16일에 너 보러 갈게. 기다려줘.

다윤이가 내 동생이어서 너무 고마워. 하나뿐인 언니의 동생 다윤아. 많이 사랑하고 미안해. 널 계속 기다릴게.

너를 많이 사랑하는 언니 허서윤이.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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