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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구성원들의 아픈 고백, “세월후 1주기, 변화는 없었다”

[위클리포커스-세월호 참사 1주기] KBS는 무엇을 했나 김연지 기자l승인2015.04.16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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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KBS를 찾아간 건 보도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사과하고 물러났지만, 진실로 사과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KBS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사과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가 진심으로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면 1년이 지난 지금 공영방송으로서 다른 방송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2015년 4월 15일 언론노조 토론회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에서 고 박성호 군 어머니 정혜숙 씨의 발언)

세월호 참사 발생 22일째인 지난해 5월 8일, 분노에 찬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KBS를 찾아왔다. 이 사건은 직접적으로는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일이었지만,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목격한 ‘보도 참사’, 즉 재앙과도 같던 언론 보도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폭발한 일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공영방송’의 보도행태에 크게 분노했다. 유가족들이 KBS를 찾아온 것은 그런 측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KBS의 한 PD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그 날 밤 대한민국 언론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과 언론인들은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보를 일삼는 한편 앵무새처럼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면서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보도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 7월 25일 방영된 <KBS 파노라마> ‘고개 숙인 언론’ 편에 자세히 나타난다. <KBS 파노라마>팀이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약 한 달간 다섯 개 주요 방송사의 세월호 관련 보도를 종합한 결과, 사건 단순 전달 보도가 30%로 가장 많았다. 뉴스 정보원은 정부기관이 압도적으로 많아 세월호 보도를 정부 발표에 의존해왔음이 확인되었고, 시사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는 비슷한 그림과 내용을 반복하는데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언론의 실태가 드러난 셈이었다. 공영방송 KBS 역시 이 대열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 사건은 세월호 유가족, 시민들 뿐 아니라 KBS 구성원에게도 충격이었고 상처였다. 세월호 참사로 자신들이 속한 공영방송의 현주소를 목격했고, 아픈 마음으로 자기반성을 토했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투쟁 끝에 결국 사장이 교체됐고 가시적으로는 변화를 이루었다. 변화의 동력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KBS 구성원들은 또 다시 반성문을 써야 했다.

▲ 지난해 5월 8일 영정을 든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KBS 본관 앞에서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KBS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스1

1년 전 약속은 어디로 갔나

“우리는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책임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유가족들에게, 분노한 시민들에게,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이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습니까? 우리는 현재 KBS의 보도와 방송에 대해 스스로 당당할 수 있습니까?”(2015년 4월 13일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이 조합원에게 보낸 서신 中)

참사 1년, “KBS가 변한 게 없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말은 KBS 내부 구성원들의 입에서도 나왔다. 길환영 사장 퇴임 이후 초기에는 참사보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평PD들의 프로그램 연구 모임이 만들어지는 등 취재와 제작 자율성이 찾아지는 듯 했으나 지금은 그런 변화 동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1주기를 맞아 KBS가 준비한 특집 보도와 프로그램은 지금의 KBS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다. KBS 구성원들은 1년이 지나서도 개선되지 않은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KBS의 한 기자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형식적으로는 특집보도와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지만 수적으로 드러난 것은 의미가 없다”며 “표피적인 보도만 할 뿐 유가족들이 왜 그러는지, 시행령이 뭐가 문제인지 등에 대해 깊게 들어가는 보도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특별법과 시행령 문제를 비롯한 중요한 이슈들과 삭발투쟁까지 감행한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흉내만 내고 있을 뿐 1년 전과 보도행태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한 PD는 “지금 세월호 특집 대부분이 ‘안전’에 키워드를 맞추고 있는데 국민이 원하는 건 세월호 사건 속에 들어있는 부패 커넥션을 파헤치고 구조과정에서 일어난 정부의 거짓말을 밝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세월호 사건의 실체에 대한 방송”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 KBS의 세월호 특집 프로그램들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 기획팀이나 진실검증단 등을 꾸려 일찍부터 운영했다면 성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의 세월호 프로그램들은 연말 연초까지 아무런 계획이 없다가 계기성 특집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안주식 KBS PD협회장도 “특별법, 인양문제, 시행령 문제 등 당장 중요한 문제들이 쌓여있는데 KBS가 지금 특집 방송이라고 준비한 프로그램들의 틀 안에선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안 회장은 “휴먼 다큐, 안전 프로그램도 모두 중요하지만 이번 특집 프로그램들에는 저널리즘적 접근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 작년 5월 9일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이 서울 종로구 청운 효자동 사무소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변화한 척’할 뿐, 본질은 그대로인 KBS”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은 KBS의 변화가 “일제시대 억압통치에서 문화통치로 바뀐 정도의 수준일 뿐”이라고 말했다. 본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장이 바뀌긴 했지만 공영방송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공정성, 신뢰성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며 “예전에는 강압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문제가 지금은 간접적으로 나타날 뿐 본질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달 2일 자사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며 ‘실무자를 위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도 자율성 측면에서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의견도 있다. KBS의 한 기자는 “예전에는 보도 과정에서 개입했다면 이제는 취재 전 단계에서 막혀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이템 발제 단계에서부터 위에서 ‘킬’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오히려 사측과의 싸움이 다시 촉발될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S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중요한 이슈들을 보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KBS가 그렇게 반성까지 했으면 다른 건 몰라도 세월호 보도만큼은 잘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세월호 특위를 비롯한 중요한 이슈들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여러 가지 측면을 봤을 때 길환영 사장이 퇴진했다고 해서 특별히 KBS의 공영성이나 독립성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대현 사장 취임 이후 1월 대개편 등으로 제작부문에서 변화가 있지만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평가 역시 냉소적이다. KBS가 겉으로는 변화를 약속하고 노력한 듯 보이지만, 정작 구성원들은 애초에 바랐던 제작 자율성을 얻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 지난해 5월 14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2층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PD저널

KBS의 한 PD는 “대개편이다, 프로그램 쇄신이다, 모두들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그 변화는 아래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며 “임원들을 중심으로 성과주의가 팽배했고, 그 가운데 소위 각종 기획에 ‘품을 파는’ PD들도 많았다”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이 PD는 “1년 전의 부끄러웠던 기억과 부채의식이 오늘 KBS 구성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인 것은 사실이지만 1년이라는 짧은 기간, 우리는 역부족이었고 여전히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PD도 “1년을 돌이켜보면 분향소 등에 찾아가 사과도 했고 제대로 보도하겠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도 수없이 했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사장이 바뀌었지만 제작 자율성을 획득하거나 보도의 공정성을 완전히 되찾지 못했다는 것은 방송을 보면 너무나도 잘 드러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정작 평PD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시사프로그램 신설은 미뤄지고 미뤄지다가 결국 무산되기도 했다.

“PD들이 주도했던 변화의 열기는 거의 다 사그라들었고 대화도 적어졌다”며 “서로 민망한 얼굴을 부딪치며 그렇게 세월호 1주년을 맞고 있다”는 한 PD의 고백은 변화 없는 KBS에 대한 구성원들의 무력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KBS 구성원들은 KBS가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못한 요인에 대해 ‘인사 문제’를 지적했다.

김 기자협회장은 “조직에서 공정성의 핵심은 인사”라며 “길환영 사장 퇴임 후 공백기에 문창극 검증보도가 나가는 등 자율성이 반짝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후 사장이 새로 선임되고 본부장, 국장, 주간, 부장 등 주요 보직들의 인사가 확정되면서 전 사장 시기에 보도를 통제·개입하고 외압에 의해 뉴스를 왜곡했던 사람들이 전부 돌아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처럼 노골적인 보도통제를 하면 내부구성원 반발이 예상되니까 눈치를 볼 뿐이지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BS에 본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그 변화가 ‘위에서 아래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PD는 “사장 뿐 아니라 간부들을 비롯한 KBS 인적 구조 자체가 보수적일 뿐 아니라 제작부서의 대외적 변화를 사장과 콘텐츠창의센터장 2인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평PD들이 자율성을 획득하기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애초에 새로운 사장은 우리의 열망에 공감했던 리더가 아니었다”며 “개인의 노력은 번번이 조직의 논리에 깨졌다”고 토로했다.

이 PD는 이러한 환경으로 인한 개개인의 무력감도 변화를 막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구성원들도 더 치열하지 못했다”며 “한계를 체감한 개인들이 점차 변화의 시도를 하지 않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한 “KBS의 많은 언론인들이 아직도 1년 전의 참담함을 되새김질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그 노력들이 점점 미약해지고 드물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조합원 250여명이 2014년 5월 3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양대 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부탁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그러나 지난 1년간 KBS가 기대만큼 변화하지 못했음에도 KBS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KBS가 공영방송이고, 공영방송은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최용익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는 “사실 길환영 사장 퇴진이라는 KBS 구성원들의 승리는 KBS의 승리라기보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견인해준 결과물이었다”며 “그 일로 인해 KBS는 내부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으니 내부적으로 지속적인 투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의 변화 없이 무기력한 상태로 있는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그럼에도 분명한 건 공영방송 KBS는 망가진 한국사회의 공론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언론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영방송이기에 가장 큰 비판을 받고 반성해야 하지만, 같은 이유로 또 한 번의 약속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년 동안 언론매체는 세월호의 진실을 전혀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단 하나도 스스로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정부기관의 정보만 유포하기에 바쁘고, 현장에 발사되는 경찰폭력을 축소 보도하기에 분주하며, 분노하는 유가족과 절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옮기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집회에 공영방송의 카메라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1년 전과 똑같습니다. 기레기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

세월호를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이 못난 짓, 타락한 기레기의 나쁜 짓을 잊지 않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기레기 짓 밖에 할 수 없도록 지시하고 명령하는 언론사 안팎의 권력들, 기회주의자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재난은 따지고 보면 바로 이들이 이 땅의 언론자유, 미디어 공공성, 공영방송, 저널리즘을 철저하게 짓밞아 버렸기에 벌어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

세월호 1주년, 우리는 이렇게 다시 결연히 약속합니다. 부끄러운 짓을 참회하면서, 또 다시 부끄럽게도 약속합니다. 기레기 신세를 청산하겠습니다. 기레기의 벽을 무너뜨리겠습니다. 기레기의 폭력을 정리하겠습니다. 기레기로 남으려는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고 계속해서 규탄하겠습니다. 기레기들이 판을 치는 이 저열한 언론판을 희망의 사회로 만들어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2015년 4월 15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앞 언론시민단체 및 언론인들의 기자회견문 中)


김연지 기자  onmymind@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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