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 엄마!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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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요 ⑥] 박봉남 독립PD

▲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인 조은화 양의 어머니인 이금희 4.16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눈물의 호소를 하고 있다. ⓒ뉴스1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학생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은화 엄마 이금희 씨는 4.16기록단이 진도에서 만났던 실종자 가족 중에 가장 어려운 존재였다. 세월호에 갇혀있는 딸을 기다리는 그 고통스런 기간에도 은화 엄마는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해경과 해군의 실종자수색 작업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조목조목 따지며 사정없이 몰아쳤다. 그럴 때마다 해경 간부와 다이버 책임자들은 쩔쩔매곤 했다. 해경과 다이버들은 적어도 은화 엄마에게만큼은 말을 돌리거나 적당하게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은화 엄마는 세월호 선체구조나 다양하게 시도되는 수색방법의 기술에 대해서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이루어지는 수색결과 브리핑 시간에 가장 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은화 엄마였고, 그러다 보니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6월30일로 기억한다. 그날 정부는 모든 실종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진도군청에서 진행하려고 했다. 그간 진행된 실종자 수색의 성과를 정리한 두툼한 보고서가 준비되었고,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은화 엄마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 대부분이 수색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내용이었고, 실종자 정밀수색에 관한 계획은 2페이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은화 엄마는 판을 엎어버렸고 결국 기자회견은 취소되었다. 그렇게 은화 엄마는 실종자 가족이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그 방향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유일한 존재였다.

▲ 서울 광화문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실종자 조은화 학생의 엄마 이금희 씨(왼쪽)과 아빠 조남성 씨

그리고 넉 달 후 10월 30일. 295번째로 황지연 양이 수습되었을 때 가족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그 미묘한 상황을 목격해야 했다. ‘혹시 내 딸일지 모른다’라는 기대를 했던 실종자 은화 엄마와 다윤 엄마는 울음을 삼켰고, 지연 엄마는 ‘내 딸만 찾았다’라는 마음에 죄인이 된 심정으로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그렇게 잔인한 시간이 흘러갔다.

사실 11월 11일 발표된 수색종료선언은 모든 가족의 동의를 얻어서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던 일부 기자들은 수색종료 선언을 ‘가족들의 희생과 숭고한 결단’으로 보도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상황을 빨리 종료하기를 원했던 정부가 주도한 일종의 ‘이벤트’의 성격이 강했다.

은화 엄마와 다윤 엄마는 수색 종료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결국 상황은 그렇게 정리되고 말았다. 사건 초기부터 현장을 기록하고 있었던 우리는 늘 마음에 빚을 지고 있었다. 은화 엄마가 절실히 도움을 요청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수색종료 선언이 이루어진 당일 팽목에는 침묵만이 흘렀고... 단원고 순범 엄마가 우리 카메라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지들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거 같아”

▲ 박봉남 독립PD

가족들은 이제 대한민국 정부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되는 2015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깜짝 방문했지만 같은 시간 가족들은 이를 외면하고 맹골수도를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은화 엄마는 바다로 투신을 시도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다행히 난간을 넘어서려는 순간 은화 엄마를 붙잡았지만, 늘 강인했던 엄마는 그렇게 오열하면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제 정부는 약속한 대로 온전히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 그래서 ‘최후의 한 사람까지 찾겠다’라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고통은 나누면 힘이 되는 법이다. 1980년 군부에 의해 광주시민들이 참혹하게 살해된 그 기억, 그때 가족을 잃었던 5.18 어머니들이 팽목에 이렇게 현수막을 걸어놓고 자식을 잃은 어미를 위로하고 있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

▲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18 단체 회원들이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내건 현수막. ⓒ5.18 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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